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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11월 26일 미국 테네시주에서 태어나 2023년 5월 24일에 눈을 감은 티나 터너는 다큐멘터리 같은 삶을 살았다. 그의 인생은 단거리 선수의 속도로 달리는 마라톤이었고 그만큼 굴곡지고 극적이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전 남편과 함께했던 그룹 아이크 & 티나 터너의 시기는 영욕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셀린 디온을 포함해 많은 가수들이 커버한 명곡 'River deep mountain high'와 씨씨알의 원곡을 소울로 환생시킨 'Proud Mary'만으로도 이 부부 듀엣의 음악적인 업적은 명징하다. 문제는 무대 밖이었다. 남편의 구타와 학대는 티나 터너를 옥좼고 주눅 들게 했다. 현생에서 기댈 곳이 없었던 그는 불교에 심취해 불교 신자가 됐다.
미국의 블루스 음악을 부활시킨 주인공이 1960년대에 활동했던 영국 뮤지션들이었던 것처럼 잊혀져 가던 티나 터너를 기억하고 그에게 도움과 용기를 준 사람들도 영국인들이었다. 롤링 스톤스의 보컬리스트 믹 재거와 데이비드 보위,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마크 노플러, 기타리스트 제프 벡, 신스팝 그룹 헤븐 17의 멤버 마틴 웨어와 그렉 월시 등이 티나 터너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동참한 인물들. 그 결과물이 티나 터너가 44세였던 1984년에 발표한 명반 < Private Dancer >다. 'Let's stay together',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Better me good to me', 'Show some respect', 'Private dancer'가 빌보드 싱글 차트 40위에 올랐고 넘버원 싱글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은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여성 팝 보컬을 수상했다. 'Better be good to me'는 최우수 여성 록 보컬 부문에 낙점됐다. 그래미 위원들은 힘든 시간을 인내하고 고난을 극복한 티나 터너에게 트로피를 몰아주며 그의 인간승리를 기념했다. 이때부터 사자 갈퀴 헤어스타일과 미니스커트는 티나 터너의 트레이드마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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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뮤지컬 영화 < Tommy >와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에 출연했던 경험을 살려 1985년에는 멜 깁슨과 함께 < 매드맥스 > 2편에 출연했고 1990년대에는 007 시리즈의 17번째 작품 < 골든아이 >의 주제곡도 불렀다. 1986년에 공개한 자서전 < I, Tina >를 스크린으로 옮긴 자전영화 <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은 흥행과 평단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자서전과 영화를 통해 대중은 전 남편 아이크 터너의 진짜 모습을 보았고 티나 터너에게 동정 어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휘트니 휴스턴을 죽음으로 내몬 바비 브라운 이전에 아이크 터너가 그 '썩을 놈'의 원조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2018년에 첫째 아들이 자살했고 2022년 12월에는 둘째 아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남은 사람은 1986년에 처음 만나 2013년에 결혼한 EMI의 전 임원인 어윈 바흐였다. 결혼 전에 티나 터너가 건강이 안 좋았을 때 그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은 후에 그와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것이 티나 터너의 진정한 결혼이었다. 결국 티나 터너는 남편을 따라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에서 행복한 삶을 살다가 그곳에서 편히 눈을 감았다.
티나 터너의 인생은 마라톤이었다.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마지막에 영광의 월계관을 썼다. 2023년 5월 23일은 이 시대의 '로큰롤의 여왕'이 영면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