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치고받는 붐뱁에 집중하다가 나른한 트랩이 이어받는 등 이리저리 너울거리는 흐름을 종잡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음반의 주인이 드럼과 베이스를 중심으로 소리의 질감을 유사하게 유지해 나름의 질서를 부여했다. 더하여 곡의 뒤편마다 마련해둔 여러 아웃트로는 각기 개성 넘치는 10개 트랙을 묶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래퍼의 특성에 어울리는 리듬을 짓는 비트메이커의 역할과 이를 결과물로 엮어내는 프로듀서의 의무에 모두 충실했다는 증거다.
당연하게도 각자 색채가 뚜렷한 래퍼들은 가장 적합한 선택지를 제공받았다. 맥대디, 오디(ODEE)와 신스(SINCE)처럼 타격감 있는 랩을 구사하는 이들에게는 박자 사이 여백이 강조된 'Tag'와 'Guilty pleasure'를 선사해 거친 언어의 매력을 강조했다. 더군다나 홀리데이는 섬세한 감성에 특화된 손님에게도 스스럼 없이 중책을 맡겼다. 쉴 틈 없는 랩으로 채운 쿤디판다 뒤 론(ron)에게는 'Bluffin'의 완급 조절을, 비스메이저 레이블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Last call'에서는 딥플로우 옆자리에 신예 잠비노를 배치하며 아련하고 신선한 맛을 보탠다.
후방 지원을 충실히 수행한 홀리데이는 독특한 악기와 곡 운용 능력으로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기도 한다. 입맛을 돋우는 넉살과의 오프닝 'Spotlight'와 팔로알토와 합을 맞춘 'Wavin'에 삽입된 포근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멜로디를 자유롭게 변용하고 지배하는 역할을 한껏 강조한 대목이다. 후렴구 없이 특이한 진행으로 흘러가는 'How you feel'에서는 독립된 인트로와 우원재의 목소리를 부드럽게 이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 후반부에 < Holy >의 깔끔하고 도회적인 지향을 본인이 나서서 잘 정리해둔 모습이다.
어색한 조합을 탄탄한 랩이 메꾼 'Anti', 다른 트랙과 비교했을 때 신참들이 중심을 잡은 'Rum and drum' 정도는 다소 어수선한 구역이지만 17명이나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수긍이 가능하다. 이곳저곳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피쳐링을 한 아름 담아 영리하게 음반을 채웠고, 이 인원을 조화롭게 분배하고 조합해내는 데 성공했다. 검증된 프로듀서가 자기 이름을 내건 만큼 기본에 충실하며 한 걸음 더 성큼 나아간다.
- 수록곡 -
1. Spotlight (Feat. 넉살)

2. Tag (Feat.맥대디, 한국사람, oygli)
3. Bluffin (Feat. ron, Khundi Panda)
4. Wavin (Feat. 팔로알토(Paloalto))

5. Anti (Feat. 염따, QM, 펀치넬로)
6. Guilty pleasure (Feat. ODEE, SINCE)
7. Rum and drum (Feat. J.Yung, YOUNG SKI)
8. How u feel (Feat. 우원재)

9. Last call (Feat. 잠비노, 딥플로우)

10. Divine t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