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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terview    K-POP
      • 2022년 6월의 뉴욕, 한대수와의 동행.
      • DATE : 2023/02   |   HIT : 2845
      • by 신현태
      • ▶illustration by Kwon MinJi(Kath), 2022

        "뉴욕은 개판이야! (New York is dog table! Hahaha!)"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는 모든 것을 멈춰야만 했다. 다행히 점차 마스크를 벗고 있는 2023년의 오늘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분야를 제외하고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시절로 완벽하게 정상화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류에게 잔인한 시간이었다. 팬데믹이 만연했던 그 시기에 노년의 음악인 한대수는 < 하늘 위로 구름 따라 >(2020)라는 새로운 작품을 발매했다. 왠지 그 자신조차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분기탱천해 뉴욕에서 서울로 날아와 변함없는 창작열을 불 지폈다.

        한국 음악계의 전설 중 전설. 한국인 최초의 히피. 그를 수사할 수 있는 단어는 아마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 한대수를 만나고 뉴욕 가이드를 해주겠노라 영광스러운 제안도 온전히 그의 따뜻한 배려에서 시작되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는 뮤지션에 대한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다. 마침 좋은 계기로 한대수에 대한 짤막한 일대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고, 이때 그는 소식을 듣고 아낌없는 조언과 응원을 꾸준히 보내며 젊은 예술가를 응원했다. 이후 우리의 신혼여행지가 뉴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자칭 '한대수 할아버지 뉴욕 투어'라는 특별하고 귀한 제안을 건넸다. 얼떨떨하고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한대수와 함께하는 뉴욕 여행이라니.

        폴 매카트니, 빌리 조엘, 두비 브라더스 콘서트와 같은 음악과 관련된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여행을 떠났지만, '전설 한대수와'의 만남은 그 어떤 일정보다 우리 부부를 설레게 했다. 약속 당일 맨해튼 지리에 당연히 어색했던 우리를 위해 그는 기꺼이 호텔 로비까지 마중을 나왔다. 이제부터 그와의 즉흥적이고 유쾌한 뉴욕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팬데믹이 전 지구를 휩쓸었던 2020년 새 앨범을 제작한 한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거처인 뉴욕 퀸스로 돌아간 그는 가정에 몰두하고 충실히 하고자 했다고 한다. 물리적 나이가 74세인 한대수는 다른 또래보다 자신에게 의지하는 두 딸 (한대수는 아내 옥산나와 양호를 두 딸이라 칭하곤 했다. 그의 아내는 22세 연하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는 한대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이즘과의 인연이 오래되었던 그는 이즘과의 기억을 소중하게 회상했다. 특유의 농담으로 '2년 전에 뉴욕에 왔었던 이기찬 필자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저번이 마지막 인터뷰라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마지막의 마지막이다!'라는 그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 뉴요커는 '액션!' 이면 된다. 바로 시작해 보자!”



        2020년 발매한 < 하늘 위로 구름 따라 >에 앨범을 발매하셨는데, '마지막 작품'이라는 뉘앙스가 강했는데요. 은퇴를 의미하는 마지막일까요?
        한대수 : 은퇴보다도, 솔로 아티스트로 15장의 앨범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한국은 더 더욱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왜냐하면 밴드의 개념일 경우, 비틀스 킹크스 너바나 콜드플레이 같은 경우는 다 같이 작업을 하지 않는가. 그러면 10장이든 20장이든 가능하다. 하지만 난 혼자서 작업을 해야 하기에 한계가 많다. 나는 음악을 배워서 한 것이 아니고, 뭐라 할까.. 음악이 몸에 배어 있는 상태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할아버지께서는 바이올린을 켜셨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40년대에 그런 집이 어디 있었나. 그리고 미국에서 어릴 때부터 살다 보니 엘비스에서부터 시작을 했었다. 17년에 아버지를 만났는데, 생각과는 달랐다. 여러모로 슬픔이 컸다. 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작곡한다는 것은 내게 없었다. 느껴지는 대로, 생각한 대로 즉흥적으로 음악을 써왔다. 그렇게 음악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 있었다. 사는 자체가 음악이 되었다.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이번에는 고맙게도 오디오 가이가 제안을 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리미테이션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건물만 잘 지어도 되는데, 10개의 건물을 지을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저 러시아의 폭군처럼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하하하. 나는 15장이나 앨범을 냈고, 내 작업을 통해서 유명한 뮤지션들도 많이 배출되지 않았나. 기타리스트 김도균이나 한상원, 손무현 등 많다. 김종서도 내 첫 번째 코러스고, 잘 알려진 대로 김민기가 내 노래 '바람과 나'를 불렀고, 양희은은 '행복의 나라'도 불렀다. 오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싱어송라이터를 위한 시장이 없다. 월세 내기도 힘들지 않나. 완벽하게 BTS처럼 대가가 되지 않는 한 어렵다. 그들은 앨범 한 번씩 내면 돈도 생기고 윤활유가 돌지 않나. 하하하.

        한국은 인터넷이 잘되니까 돈 내고, 보고 듣는 사람이 누가 있나. 다 공짜로 듣지. 나이는 들고 양호는 커가고 더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적으로 은퇴라기보다는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근데 또 윤활유(화폐)가 돌면 또 모르지. 하하하!

        < 하늘 위로 구름 따라 >를 들어보면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역시 한대수다'라는 생각도 들어서 마지막이라는 말이 너무 아쉬웠는데요. 특히 '마스크를 쓰세요'라는 곡이 개인적으로는 탐 웨이츠(Tom Waits)와 같은 창법 느낌도 들고, 노랫말 때문인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크게 와닿는 곡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쓰세요'는 참 재미있는 곡이다. 그런데 방송금지 처분 곡을 받았다. 스타벅스라는 단어가 들어가서라는데. 이야기해준 대로 탐 웨이츠 참 좋지!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하고 말이지.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재지(Jazzy) 하기도 하고, 블루스 록도 연주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재미있게 작업했다. 특히 '푸른 하늘'은 내 옛 노래와 비슷하다. '행복의 나라'를 만들었던 1967년도에 작곡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녹음했다.

        해군에 입대해 3년 3개월간 군 생활을 했고, 징집 때문에 앨범 계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군대에 있는 사이에 양희은, 김민기가 내 노래를 불러줘서 나름 유명해지긴 했지. 돌이켜보면 내 작품을 거쳐 간 뮤지션 중에서도 대가가 된 인물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기타리스트 김도균, 보컬 김종서, 재즈 피아니스트 이우창. 재즈 기타리스트 잭 리 등등. 하나 같이 소중한 인연이지. 이 곡들은 내가 1967년 당시 롱아일랜드 아버지 집에서 지내면서 의붓어머니의 구박을 많이 받았다. 2층 방에서 홀로 눈물 흘리며 쓴 곡들이다. 아버지 처음 만나 큰 실망을 했다. 롱아일랜드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아, 나는 살겠소. 태양만 비춘다면!”이라는 말이 죽고 싶어서 쓰게 된 가사다. 살고 싶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나?

        ▶Photo by Shin HyunTae, 2022

        인터뷰는 짧은 환담처럼 이어졌다. 40년 세월의 뉴요커인 한대수가 안내하는 곳을 향해 자리를 바꾸고, 이동하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질문 쇄도가 아닌 답변 쇄도가 계속되었다. 음악 이야기와 더불어 오랜만에 한국말로 오래 이야기해서 기분이 좋다는 말과 함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창작가인 아내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진과 그림, 수많은 예술가가 오갔던 뉴욕의 거리와 역사에 대한 깨알 정보도 함께 전해줬다. 한대수에게 뉴욕은 특별해 보였다. 애정과 동시에 미움도 느껴졌다. 헤어질 수 없는 사연 많은 연인이랄까. 순간순간 뉴욕과 사랑에 빠진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첫 번째 행선지는 그가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꼭 데려온다는 '홉 키(Hop Kee)'라는 차이나타운의 중식당이었다. 수년 전 양희은과 함께 왔었는데 대만족을 했다며 본인의 최애 식당을 소개했다. 그가 언급하는 음악 동료는 모두 거장이었다. 새삼 지금 얼마나 위대한 음악가와 동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뉴욕 신혼여행 가이드를 한대수가 직접 해준다니. 순간마다 얼떨떨했다.

        지하철로 이동 중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 지하철역은 습하고 꿉꿉한 기운이 오래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열차가 오지 않았다. 한국 같았으면 안내 방송이라도 했을 법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는데, 어떤 승객 하나가 큰 소리로 “이곳은 지금 운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라고 소리를 쳤고 하나둘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구석에 아주 작은 A4용지로 열차 운행 중단에 대한 고지가 한 장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순간 이번 인터뷰에 제목이 정해졌다.


        한대수 : 뉴욕은 개판이야. 한국 같았으면 안내 방송을 여러 차례하고 직원들이 통제했겠지. 시민들이 아무리 세금을 많이 내봐야 뭐하나. 바뀌는 게 없어. 지하철 시스템이 100년 전 그대로야. 그래서 뉴욕은 뭐다? 개판이다~! 하하하! 이거 이번 인터뷰 제목으로 쓰면 좋겠다. “New York is dog table!!” 하하하!!

        뉴욕이 이렇게 개판이지만, 그래도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민족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있다는 점이고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한국에서 있을 때 개인적으로 답답했던 점은 모두 다 나와 똑같이 생겼고, 전부 다 된장찌개와 김치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식사 후 한대수의 자택인 '퀸즈'로 향했다. 그가 전하는 '차이나타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바로 건너편 지역인 '리틀 이탈리아'를 거닐었다. 한대수의 배려는 동행하는 모든 순간에 있었다. 신혼여행으로 이곳에 온 아내와 나의 모습을 자신이 가져온 사진기와 우리의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신혼여행 사진작가를 자처한 것이다. '뮤지션 한대수'가 아닌 '사진작가 한대수'가 찍어주는 사진이라니. 사진작가로도 명망이 높은 예술가라는 사실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올해 연말에 자신이 세계를 다니며 직접 찍어왔던 필름 사진으로 새로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퀸즈 자택은 아늑하고 '한대수스러운' 소품들로 가득했다. 한국에서 함께 식사했던 기억이 있었던 옥산나는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었고, 비로소 30분가량 본격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평소 일상이 궁금합니다.
        한대수 : 보통은 집안일을 한다. 두 딸을 위한 요리를 도맡아 하고, 가끔 양호 숙제를 돕기도 한다. 최근에 양호 생일에는 친구들과 파티를 한다길래 할 때 동행한 적도 있다. 양호가 나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매스컴에서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아내인 옥산나는 알코올 의존증이 있었다. 집안 내력이다. 하지만 현재는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그래도 딸인 양호에 대한 대부분의 보살핌은 내가 하고 있다. 몇 해 전에 심장 이상으로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는데, 이후에 나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 눈치다. 솔직히 이제 내 나이도 있고. 아버지에게 당연히 의지할 수도 있지만,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Photo by Shin HyunTae, 2022
        이 인터뷰 글을 읽는 팬들은 평소에 어떤 음악을 즐겨듣거나, 요즘 관심 두는 음악에 대해서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공연도 꾸준히 관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한대수 : 할아버지와 어머니 덕에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할아버지께서는 1930년대에 바이올린을 연주하셨고, 어머니께서도 1940년대에 피아노를 연주셨다. 당시에는 클래식'만'이 음악이었다. 바흐와 베토벤, 바그너를 듣고 자랐다. 그중에서도 베토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춘기로 접어서는 폴 앵카와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했다. 기타 음악으로는 벤처스(The Ventures)도 즐겨들었었다. 전기 기타의 맛을 알게 해줬다. 이후 1960년대 비틀스 형님들이 나를 죽여줬다. 나에게는 원투펀치였다. 이후 지미 헨드릭스를 거쳐 도어스를 듣고 전자음악 쪽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장 미셸 자르를 아주 좋아한다. 브라이언 이노와 록시 뮤직에도 큰 감명을 받기도 했었다.

        그리고 록을 결론을 내리자면 결국 비틀스다. 비틀스는 작곡을 잘하고, 화음이 유려하다. 더욱이 연주의 에디팅과 어레인지먼트가 이처럼 완벽한 팀은 없다고 본다. 곡 하나하나가 다 주옥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조지 마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음악을 들어도 다 좋다!

        요즘 음악은 어떤가요? (옥산나를 부르며, 두아 리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한대수 : 2010년인가, 인디고 클럽이라는 아주 작은 공연장에서 두아 리파 공연을 봤다. 보자마자 느꼈다. 내가 그때 아내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슈퍼스타가 된다!' 이후에 두아 리파를 보면 아내와 그 순간을 회상하며 놀라곤 한다. 빌리 아일리시는 양호가 좋아했다. 재미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밴드 없는 전자음악이라 어떻게 작업을 했나 보니 오빠가 컴퓨터 천재더라. 잘 되겠다 싶었는데 잘 된 정도가 아니지 않나. 돌이켜보면 아무도 모를 때 저 사람 되겠다 싶은 감이 왔을 때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봤었다. 최근에는 두아 리파와 빌리 아일리시가 그랬다.

        지금은 아무리 새로운 음악이라고 해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전 새로운 것이 있을 수가 없는 시기다. 새로운 창문을 열 수가 없다. 음악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실상 듣는 사람도 색다른 것을 찾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요즘 디스코 음악도 다시 유행하는 것을 보니까 재미있더라. 과연 내가 요즘 듣는 것을 즐기느냐고 생각한다면 내 감정을 주는 음악이 없다. 그런데 술에 취하면 가끔 내 음악을 듣는다! 하하하하하!!! (숨넘어가는 웃음)

        왜 술에 취해 내 음악을 듣느냐하면, 그때 당시의 옛 생각이 나더라. 곡 하나하나를 만들었을 때 밴드 멤버들이 기억나고, 프로듀서들도 기억난다. 문제가 있었을 때 추억이 다 떠오른다. 그리고 음악 대부분이 좋아! 하하하!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한데, 말이지. 젊었을 때는 내 음악을 좋아는 했지만 즐겨 듣지는 않았다. 지금은 좋아서 듣는 것도 있지만, 내 인생 한국 나이로 75이다. 나만큼 오래 산 록스타는 별로 없지. 한국이든 미국이든 마찬가지다. 내 친한 친구들도 다 떠났으니 말이다. 내 음악들은 '인생의 배경음악' 같다. 인생 희로애락이 다 설명된 달까. 모든 음악은 그 내 삶의 그 자체였다. 이혼하고 죽고 싶었을 때 '나 혼자'라는 곡과 'One day'를 만들었다. 옥산나를 만나서 'To Oxana'라는 곡도 썼다. 어머니 집에서 쫓겨나서 '오면 오고', '물 좀 주소'를 만들고 양호가 태어나서 '양호야 양호야', 지금 코로나 시절에는 'Pain pain pain'도 만들었다. 여자와 사랑을 나눈 후에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도 그 순간 감정으로 만들게 되었지. 하하하!

        ▶Photo by Rich Scarpitta, 2020

        그렇다면, 즐겨 듣는 '내 노래'가 따로 있나요?
        한대수 : (큰 웃음에 숨을 고르며) 하하하! 아무래도 새것이 좋지! 연애할 때도 그렇지 않나? 이후에는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이번 앨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여러 가지 의미로 '바람과 나'를 연주곡으로 수록했다. 우리 때로 하면 벤처스처럼 연주곡이 히트하는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록 음악에서 연주곡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하타 슈지(Hata Shuji)의 연주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편곡을 맡기고 그의 의도 그대로 수록했다. 'Money honey'에서도 기타리스트 잭 리(Jack Lee)와 재지한 분위기와 추상적인 느낌으로 작품을 함께 했다. 이 곡은 가사가 참 재미있다. 앨범에는 하드록도 있고, 포크도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듯 기분이 다 다르니까. 그런 심상의 변화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간을 돌이켜 과거의 앨범으로 치자면, 다 좋지 뭐! 카하하하! 왜 이렇게 생각하냐면, 작가들이 자신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이 많지. 나는 어떤 예술가든 옳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들려면 많은 사람이 고생한다. 한 곡을 녹음하더라도 연주자, 엔지니어를 포함해 모두가 노력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나도 고생하며 뉴욕 퀸스에서 한국에 두 딸을 끌고 가서 코로나까지 걸려가며 만들지 않았나.

        이런 사람들이 있다. “아, 이번 앨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사실 좀 부끄럽습니다.” 이런 태도를 보일 거라면, '발표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한다. 시간 낭비 아닌가? 듣는 사람도 마찬가지고. 작곡가로서 아티스트로서 “이번 앨범 최고다. 비틀스 보다도 좋다!”라고 나와야 한다. “내가 이렇게 잘난 줄 몰랐네? 존 레논 형님 이번에 나온 음악 정말 좋습니다. 한 번 들어보세요!” 하하하! 그렇지 않나? 자기 자신이 자신감이 있어야 함께한 음악가들이 고생한 보람이 있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곡가 자신이 '내 음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내 음악을 즐겁게 들어야 하지 않나? 그렇지 못한 태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Photo by Rich Scarpitta, 2020

        이후의 음악적 계획은 있으신가요?
        한대수 : 글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 과거 LG아트센터에서 했던 것처럼 공연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얼마 전 조니 미첼 공연을 봤는데,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그녀의 곡을 편곡해서 공연하더라. 마지막에는 조니 미첼이 나오고. 건강이 안 좋아 보였지만, 아주 멋져 보였다. 이런 부분들은 물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이 정하는 것이지. 여러분이라고 하는 것은 우선 국내 팬 기반이 단단해야 가능할 것이다. 돈도 꼭 있어야 하지만, 관계자와 연주자 모두의 희생과 합심이 되고, 희생정신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음 장소인 블루 노트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재즈의 성지인 블루 노트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 알 디메올라(Al DiMeola)의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로 한 것이다. 음악 여행을 결정한 우리 커플을 위한 결혼 선물이라며 티켓을 미리 예매했다며, 공연 티켓에 손수 사인도 해주며 특별한 추억을 또 만들어 주었다. '한대수 할아버지 뉴욕 투어'는 세심함으로 시작해 세심함으로 끝난다. 공연장으로 이동하면서 그는 새로운 사진 작업과 곧 발매 예정이라는 책에 대한 소식을 전해줬다. 전 세계를 다니며 필름 카메라로 찍어왔던 작업들을 엮은 사진집이라 설명했다. 블루 노트 공연장에 앉아 알 디메올라의 연주가 시작하기 직전, 사진작가 한대수에 대한 질문도 바로 이어졌다.

        ▶Photo by Hahn YangHo, 2022
        내년 3월에 새로운 책이 출간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간단하게 책에 대해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한대수 : 1967년부터 뉴햄프셔 주립대학에서 수의과를 공부하다가, 도무지 수술과 인공수정 같은 것을 겁이 나서 못 하겠다고 생각했다. 수술을 전혀 못 했다. 평생 이것을 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수술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학장이 나를 불러서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묻더라. 인정했다. 그래서 자퇴하고, 뉴욕의 유명 사진 학교인 NYIP(New York Institute of Photography)에 입학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께는 금전적인 지원은 물론 인정도 받지 못했다. 당시 나는 패션과 아름다운 모델과 일할 수 있다는 매력을 더 크게 느꼈다. 험악하기로 유명했던,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서 접시 닦이 같은 파트 타입 일 등을 하며 사진 학교를 졸업했다. 음악은 물론 사진 작업에 애착이 크다.

        이 책은 돌이켜보면 40여 년간 내가 찍어온 필름 사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스튜디오는 물론 암실 작업도 많았다. 현재 디지털 사진과는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요즘 사진과 비교하면 어색할 것이라고 본다. 쉽게 말하자면 사진이 뿌옇고 흐리게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이 매력이라 볼 수 있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쳐 간 사진들이다. 유럽, 미국, 한국의 옛 모습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진집의 가장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저서를 발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선보이셨던 사진집 < 작은 평화 >(2003)와 시와 사진집인 < 침묵 >(2002), 사진 에세이 < 목 마르요 물 좀 주소 >(1998), 미국에서 발간했던 < Human Openings 1&2 >(1997), 사진 인화 작업으로 참여한 < Manhattan Lightscape >(1993)까지 이미 사진가로서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셨는데요. 새로운 사진집은 다른 작품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한대수 : 완벽하게 필름 사진만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두 내가 직접 현상과 인화까지 한 작업물이다. 요즘 디지털로 볼 수 있는 사진은 너무 선명하고 자세하다. 그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필름 사진만이 가지는 매력을 알리고 싶었다.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사진 이미지를 제공하는 기회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사진작가 한대수'보다 '음악인 한대수'로 더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사진작가 한대수'는 어떤 강점이 있는 작가인가요?
        한대수 : 건축 사진, 스튜디오에서 홍보를 위한 상업 사진도 많이 찍었었다. 암실 작업할 때는 하루 종일 인화만 하기도 했었다. 내가 생각하는 내 강점은 스튜디오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테면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을 좋아한다. 가난한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부자들에게도 사진을 통해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내 사진이 필요한 데에 쓰였으면 좋겠다.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David Douglas Duncan)과 사진 학교 선배인 유진 스미스(Eugene Smith)는 전쟁의 혹독함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의 사진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이 있을 정도다. 내 사진과 음악도 마찬가지다. 나의 최종 목적은 이처럼 악하고 모순된 세상을 평화롭고 사랑이 많은 사회로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매일의 길거리,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이라도 사진작가인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의도대로 보여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또 그렇게 믿는다.

        외출 중에는 사진기를 항상 손에서 놓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한대수 : 50년의 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신발 신고 나가듯이 사진기를 들고 나간다. 하나도 못 찍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내가 사는 뉴욕이 워낙 특별한 도시다 보니까. 재미있는 광경이 많다. 최고의 부자와 최고의 홈리스들이 있는 지역 아닌가.

        뉴욕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대수 : New York is 'open wound' and 'struggle to survive'.

        음악, 사진, 글로서의 목적이 있을 것 같다. 작품 활동하면서 좌우명이 있나요?
        한대수 : You cannot achieve the aim without sacrifice.

        ▶Photo by Shin HyunTae, 2022

        알 디메올라 공연이 끝난 후 늦은 시간에 우리의 귀갓길을 걱정하며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자세하게 일러줬다. 40년 동안 뉴욕에서 살아왔던 자신조차도 요즘의 치안이 걱정될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도 뉴욕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것이라며, 다음 일정을 다시금 제안해 주었다. 바로 3일 후 뉴욕 첼시 지역에서 열린 < Jean Michel Basquiat : King Pleasure > 전시 관람이었다. 두 누나가 간직하며, 이번 전시로 최초로 공개되는 바스키아의 작품 백여 점을 보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관람 후 유서 깊은 맥줏집과 레코드 숍을 함께 들르며 두런두런 즐거웠던 며칠간의 만남을 정겹게 추억했다. 이로써 '한대수 할아버지 뉴욕 투어'는 끝이 났다. "또 가야지!"라는 자신의 노래로 인사를 건네며 서로의 아쉬움을 뒤로했다. 나는 집으로 길을 재촉하는 그의 뒷모습을 핸드폰 사진으로 남기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한대수와 뉴욕. 우리 부부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2023/02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 앨범 리뷰
      • Best Of Han Dae Soo 한대수 김두완 2007 4568
        상처 한대수 배순탁 2004 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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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5 고무신 서울 ~ 1997 후쿠오카 라이브 한대수 IZM 1999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 한대수 IZM 1999
        천사들의 담화 한대수 IZM 1991
        기억상실 (한대수) 한대수 IZM 1990
        무한대 한대수 IZM 1989
        고무신 한대수 IZM 1975
        멀고 먼-길 한대수 IZM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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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대수 인터뷰 한대수 김두완 7534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한대수 김獨 4074
        한대수와의 인터뷰 한대수 임진모 9102
        빚을 쓸어버리자! 한대수 이석원 3882
        삼총사의 ‘가요 바로 세우기 공연’ 한대수 소승근 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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