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이 >(Prey)는 < 프레데터 >(Predator) 프랜차이즈에 근거해 제작되었으며, 2022년 디즈니+ 채널을 통해 공개된 과학소설 공포 액션 영화이다. 독점 연속물의 최신판은 1700년대로 시간적 배경을 옮겼다. 정확히 1719년 북미 북부의 대평원이 극의 무대다. 1987년 원작이 멕시코 정글, 1990년 속편이 LA 도심을 무대로 삼았던데 반해, 시계추를 한참 과거로 되돌렸다. 2010년 < 프레데터스 >(Predators)와 2018년 < 더 프레데터 >(The Predator)를 포함해 4편의 전작들에 견줘 프리퀄(Prequel)인 셈.
전작들에 비해 상영시간이 준 만큼 극의 구상도 간명하다. 지구에 온 외계 포식자 “프레데터”가 당시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 부족 코만치를 사냥감으로 골랐다가 되레 된통 당한다는 설정. 외계의 첨단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괴물도 명줄에 한계가 있긴 마찬가지, 용맹하고 명민한 인디언 소녀 나루(앰버 미드선더)와 그의 오빠 타비(다코다 비버스)의 협공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에일리언 사냥꾼 프레데터는 '자승자박(自繩自縛)', 사냥차 들른 지구별에 제 무덤 파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영화는 지구상의 약육강식 먹이사슬을 쫓아 사냥하는 외계 포식자를 포착하기도 하고, 인디언 원주민 나루를 미끼로 잡은 프랑스의 약탈자들을 도륙하는 프레데터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상 육식동물 대 우주 포식자, 지상 침략자 대 외계 약탈자의 대치 관계는 간결한 이야기 구조하에서 돌이켜볼 대목. 장차 추장이 될 오빠 못지않게 용맹한데다 명석하기까지 한 코만치 소녀 나루가 종극에 에일리언 침입자를 끝장내는 주인공이라는 점도 요즘 시대의 경향에 맞춘 발상의 전환으로 보인다.
전편들과 다른 변모는 영화음악에서도 나타난다. 여류 작곡가 사라 섀크너(Sarah Schachner)가 악보를 썼기 때문. 보스턴 버클리 음대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첼로를 포함해 다양한 악기연주를 습득한 그녀는 게임 음악작곡가로 주로 알려졌으며, 선배 작곡가 브라이언 타일러(Brian Tyler)를 도와 스코어에 추가로 음악을 써넣거나 편곡자로 참여하면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 익스펜더블스 2 >(The Expendables 2)와 < 아이언 맨 3 >(Iron Man 3)가 대표작. 사라는 < 프레이 >를 위해 우선 매혹적인 음향 환경을 제공했다. 인디언 원주민 캐릭터들을 위한 설정, 코만치 문화의 음악적 전통에 뿌리를 댄 음향을 설계하는 한편, 여주인공 나루를 중심 주제로 영화음악 악보를 써냈다.
또한 몇몇 전문가를 통해 극의 동시대 음악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정성 있는 접근을 했다. 뉴멕시코의 마을 타오스 푸에블로 출신 가수 겸 플루트와 타악기연주자 로버트 미라발(Robert Mirabal), 코만치 음악 고문 에드몬드 네바쿠아야(Edmond Nevaquaya), 세계적 목관악기 연주자 페드로 에스타케 (Pedro Eustache)와 애슐리 자맥(Ashley Jarmack)과 같은 여러 전문가와 함께 극의 배경 문화에 충실한 소리와 음악 창출에 역점을 뒀다. 그런 다음 이 음악적 핵심 요소를 현악 기반 오케스트라와 결합했으며, 섀크너 자신이 독주에 직접 참여해 원시적이고 공격적인 사운드의 스코어를 확보했다. 그렇게 획득한 음악적 틀 구조 내에서 그녀는 프레데터와 나루를 위한 두 가지 반복적인 테마를 작성했다. 두 등장인물의 관계에 따라서 두 가지 테마는 극 중 상충해 등장한다.
프레데터의 주제곡은 외계인이지만, 흉측한 괴물의 형상만큼이나 원시적이고 사악한 음상을 그린다. 스타카토 주법에 따른 첼로 독주 악구는 매우 어둡고 위협적으로 캐릭터의 인물됨을 나타낸다. 도입부 큐 'Predator instinct'에서 처음 대면하는 이 테마는 나루에게 프레데터의 형체가 완벽히 공개되고, 둘의 전투가 시작되는 액션 장면의 시작을 알리는 지시곡 'The onslaught'에서 강렬하게 재등장할 때까지 잔혹성을 은폐한다.
프레데터를 위한 주제가 자취를 감춘 대신, 음악은 코만치 전사를 열망하는 여주인공 나루와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의 이야기에 집중해 영상을 반주한다. 나루를 주제로 한 음악은 영웅적 음상을 그리게 하는 한편, 대평원의 장엄한 풍경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인디언 부족의 일상과 여정을 보강하는 식으로 연속된 장면에 조응해 나타난다. 일면 트레버 존스(Trevor Jones)의 'The last of the mohicans(라스트 모히칸)' 테마를 연상하게 할 만큼 토속적인 선율이 고조하고 여려지기를 반복하면서 폐부를 찌른다.
추격전의 긴장과 전율, 골육이 갈리고 절단되는 액션 장면에는 고밀도 리듬과 민속적 타악기, 예리한 목관악기, 불길한 전자 음향에 둘러싸여 맥동하는 현악 오스티나토 중심 악상이 보조를 맞춘다. 재래식 악기와 현대의 전자음이 복잡하게 얽혀내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때론 영창 조의 보컬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발산하기도 한다.
맹렬한 공격 장면을 반주하는 지시곡 'The onslaught'를 전형으로 섀크너는 프레데터 모티프와 나루의 테마를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액션과 공포, 계속되는 긴장과 불안감을 관객에게 불러내는 음악적 신호를 제공한다. 트릴을 위시해 다양한 현악 주법을 이용해 왜곡된 불협화음을 냄으로써 공포와 전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 조커 >(Joker)의 힐두르 구드나도티어(Hildur Ingveldardóttir Guðnadóttir)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 음산하고 모호한 전자 배음과 다채로운 타악기가 가중돼 내는 불협화음이 사뭇 다른 차원의 음악적 질감을 전한다. 춤곡풍의 첼로 반주가 '잔혹한 환희'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프랑스인 기마 매복조가 나루와 타비를 미끼로 프레데터를 포획하려는 연속장면에는 현과 타악기, 그리고 전자악기를 주요 악기로 편성해 엄습해오는 공포감을 원시적 실험주의 사운드와 추상적인 전위주의 반주로 완벽하게 포착해냈다.
용감무쌍 코만치 소녀 나루와 우주최강 추남 약탈자가 벌이는 최후의 결전, 극의 절정에는 예리하게 내리긋는 현과 프레데터 첼로 모티프가 강력한 타악기와 함께 소란스럽고 사악한 청각적 맹공을 가하지만, 나루의 테마가 경쟁적인 방식으로 서서히 합류하면서 강조되고 숨통을 조이는 결전을 통해 여전사가 마침내 승리하는 순간을 첼로 주도의 오케스트라로 담대하게 보강한다. 외계 약탈자와의 최후 결전이 끝나고 음악은 융성한 나루의 테마를 통해 무사 귀환을 반기는 안도감과 새로운 목적의식을 제공하는 순서를 밟는다. 보통 그렇듯 결정적 최후의 한방은 더 집요하고 호전적인 프레데터 테마의 몫이다.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rstri)가 쓴 프레데터의 원조 테마가 타악기 주도의 오케스트라에 의한 것이었다면, 섀크너는 이를 약동하고 격노한 현악기로 전환해냈다. 금관악기 혼(horn)의 부재와 둥둥거리며 반복해 고동치는 부족의 타악기가 주는 상징성을 제외했지만, 스타카토 스트링과 퍼커션의 간결한 활용으로 버금가는 불협화음 조의 모티프와 테마를 유사한 듯 다르게 뽑아낸 실력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코만치의 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고증적 음악 풍토 조성과 외계 생명체의 끊임없는 공격성을 내포한 성난 불협화음의 음악 세계, 영화의 핵심 요지를 간파한 덕에 이야기의 문맥상에선 효과 만점이지만, 노선을 벗어나면 난해할 수 있다는 단점이 함정.
-사운드트랙 목록-
01. Predator instinct (약탈자 본능) (3:03)
02. Thrill of the chase (추격의 전율) (0:55)
03. Naru and Surii (나루와 수리) (0:59)
04. Beyond the great plains (대평원 너머) (1:38)
05. Five senses (오감) (2:28)
06. The night has ears (주의의 경고) (2:31)
07. Communion (성찬) (1:19)
08. Naru's way (나루의 길) (3:13)
09. Flesh and bone (살과 뼈) (3:11)
10. Orange Totsiyaa (오렌지 토치야) (0:53)
11. Moon wanderer (달 방랑자) (0:55)
12. The onslaught (맹공격) (2:14)
13. Trapped (덫에 걸리다) (3:13)
14. Foolish foray (어리석은 침략) (2:43)
15. The cruel delight (잔혹한 기쁨) (2:07)
16. Horseback ambush (기마 매복) (2:31)
17. Human bait (인간 미끼) (3:32)
18. Brave girl (용감한 소녀) (5:03)
19. Seeing with new eyes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1:51)
20. The hunter (사냥꾼)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