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편지란 다소의 의무감이었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또 연말이면 국군장병들에게도 보냈다. 혹여 행운의 편지까지 써야 한다면 그 중압감은 운명의 무게와도 비슷했다. 하지만 연인을 위한 편지는 그 결이 다르다. 표현도 '보내다'라기보다 '띄우다'라야 맞다.
우리 대중음악 사상 가장 아름다운 음악편지를 이야기하자면 단연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다. 빛과 소금의 곡이니 품질보증이며 평생보장이다.
가사부터 찬찬히 보자. 우선 주어가 있다. '저'나 '내'가 아닌 '우리'로 시작한다. '우리'는 멀리 있는데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서로를 그릴 수 있다. 밤하늘만 쳐다봐도 그대 모습이다. 맥락으로 화자와 연인은 명백히 멀리 떨어져 있고, 당분간 만나기 힘든 상황이며 이 또한 사랑의 숙명임을 잘 알고 있다. 하여 그 고백은 뜨겁고도 차가우며, 담담하고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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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음악적으로 보면 섬세한 코드 변화가 내재되어 있다. 피아노 중심으로 이루어진 반주만 귀 기울여 들어본다. 가사를 생략해도 하나의 연주곡이라 할 만큼 탄탄한 구성, 여기에 한음절의 가사마저 돋보이게 하는 자연스러운 코드 구성을 만들어냈다. 극히 정교한데도 큰 흐름이 존엄하게 이어진다. 연주자 또한 이를 잘 표현한다. 감정의 변화는 극적으로 청각화되었고, 박성식의 타건감은 물론 그 표정까지 떠올리게 한다.
'노래는 대체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면 또한 이 곡은 그 레퍼런스 중 하나다. 호흡과 가성을 자유롭게 활용한
인공지능 가수가 등장할 미래에, 누군가 '노래는 그래도 사람 목소리로 했던 때가 좋았지...'라 말하려면 장기호의 이 한 소절을 그 증거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음정, 박자, 창법, 기교 다해도 결국 '담담하고 진실된 목소리'는 금강석의 경도와 같은 힘이 있다.
이 곡이 수록된 빛과 소금의 3집은 1992년 발매 되었으니, 당시 마지막 학력고사를 앞둔 필자는 그 해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다. 소름 돋던 그 기억 희미해진지도 3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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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전주 주막집 라이브는 최근 빛과 소금이 25년 만에 새로운 앨범 < Here We Go > 프로모션 투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Blue sky', '오늘까지만' 등 또다시 새로운 음악으로 찾아온 2022년 빛과 소금은 역시나 경탄할 뮤지션이다.
음악에 비해 간과된 것이 그들의 삶이기도 하다. 장기호와 박성식처럼 초등학교, 군대, 지음(知音)의 벗까지 함께 해온 50년 인연은 드물다. 따로 또 같이 귀감이 되기는 더욱 희소하다.
빛과 소금,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존경받을 존재인지를 새삼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를 들으며 각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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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V 전주방송 프로듀서 송의성. TV로는 < 개그를 다큐로 받느냐? >의 그 다큐를, 라디오로는 < 테마뮤직 오디세이 >라는 1인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록스타를 꿈꾸던 청춘의 시간은 가고, 요즘은 크로매틱과 방구석 잼으로 여생(?)을 즐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