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맴도는 비둘기 날개처럼 우리들의 마음은 하늘을 날아가요“

1979년 곡 '영원한 친구'는 사실 무시무시한 곡이다. 특히 베이스를 귀 기울여 들어보면 오금이 저린다. 핑거 피킹, 옥타브, 초퍼와 슬랩, 턴 어라운드, 드럼과의 찰떡 호흡까지, 보통의 공력으로 만들어진 곡이 아니다. 80년 후반이라면 놀라지 않을 일인데 1979년의 곡,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살펴보니 작곡자로 Franco Romano라는 이탈리아 이름이 등장한다. 편곡, 지휘, 구성에는 장세용이라는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은 '나미와 머슴아들'. 나미가 메인 보컬이고 밴드는 머슴아들로 패키지한 데뷔앨범이다. 재킷 사진을 보면 나미를 중심으로 5명의 벽 안의 머슴아들이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산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당대 용병 실력자들이다. 나미의 보컬과 수준급 연주자들, 전체 프로듀서 역할은 장세용, 그들의 의기투합은 실패할 가능성이 적었다. 트로트풍의 '미운 정 고운 정'부터 '영원한 친구'까지 히트곡들이 나왔고 특히 편곡과 연주의 수준은 43년이 지난 지금도 놀랍다.

▶앨범 후면

'영원한 친구'는 펑키 디스코의 전형성을 잘 갖추고 있다. 그루브한 리듬에 감성적 멜로디, 단조로 시작해 장조로 마무리, 마지막 소절에서 키를 높여 부르기, 각 연주 파트 역량 최대치를 발휘한 편곡은 시대를 대표할 만한 곡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영원한 친구'보다 2년 앞선 1977년 세계적 히트곡인 산타 에스메랄다(Santa Esmeralda)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이에 필적할 곡을 꼽는다면 우리에겐 '영원한 친구'가 있다.

▶나미 (1980년)

머슴아들, 프랑코 로마노를 비롯한 연주자들은 우리 음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드러머였던 이건태의 과거 증언에 따르면 프랑코 로마노 밴드의 베이시스트들 - 잦은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연주의 수준은 글로벌 스탠더드 이상을 유지 - 로부터 초퍼와 슬랩 주법이 국내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태가 기억하는 이의 이름은 Salvo Cantone, 나미 앨범에 참여한 베이시스트는 Gary Esmile다.) 참고로 베이스 슬랩 주법은 1970년대 초반 미국 밴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래리 그래함(Larry Graham)이 개발한 것이다.

▶베이스 슬랩 주법을 처음 개발한 래리 그라함

장세용의 편곡과 작사도 출중하다. 베이스 드럼과 하이햇으로 시작해 브라스로 이어지는 인트로, 클랩과 봉고로 구성한 타악 간주는 당대 한국 음악에서 찾기 힘든 시도다. 가사도 신선하다. 희망을 얘기할 때 '하늘'을 넣어 표현하면 식상하지만 '비둘기 날개'라는 표현이 뒤따르니 느낌이 다르다. 1979년 우리 대중과 친해지기 시작한 '영원한 친구'는 '하늘엔 조각 구름 떠 있던' 80년대에서도 줄기차게 불렸고 43년이 지난 현재에도 제목처럼 '영원'의 반열에 올라있다.

▶나미 (2013년)

그리고 나미! 그녀의 감탄사, '오!', '예!'는 남다른 필이 배어있다. 이유라면 그녀의 삶이 음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57년 동두천의 한 레코드 가게 딸로 태어나 학교 대신 미8군 무대를 시작했다. 70년대에는 베트남전 위문 공연부터 미국 본토 활동까지 경험했다. 이후 해외에서 돌아와 발표한 첫 곡이 바로 '영원한 친구'다. 악기로는 색소폰, 플롯, 기타를 다루며 보컬리스트로는 재즈 스탠다드부터 2013년 57세에 발표한 EDM 곡 '보여(Voyeur)'까지 그 스펙트럼이 광대하다. 이미 '슬픈 인연'의 첫 소절만으로도 대체불가함을 보여준 그녀는 우리의 영원한 디바다.

■ 프로필
JTV 전주방송 프로듀서 송의성. TV로는 < 개그를 다큐로 받느냐? >의 그 다큐를, 라디오로는 < 테마뮤직 오디세이 >라는 1인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록스타를 꿈꾸던 청춘의 시간은 가고, 요즘은 크로매틱과 방구석 잼으로 여생(?)을 즐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