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음악들이 계절에 맞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슷한 감성의 전작들에 비해 한층 나아진 콘셉트 소화력이 앨범 전반에 흐르는 봄기운을 돋운다. 지난 시간을 지워내지 않았기에 이 발전은 파격이 아니다. 히트곡 '살짝 설렜어(Nonstop)'와 이번 앨범의 트랙 'Replay'의 가사는 상당 부분 겹친다. 가사의 연계가 맞는다면 전작과 신보를 연결하는 기획으로 그들이 어떤 발판 위에 서있는지 기억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능력의 성장과 더불어 음악적 역량의 진보를 보여줄 수 있는 트랙들이 들어온다. 특히 템포를 변경하는 현란한 형식의 'Drip'과 참신한 선율의 발라드곡 '항해'가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다. 부드러운 어쿠스틱 사운드의 'Eden', 경쾌한 디스코 트랙 'Parachute'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적소에 배치한 모습도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자칫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앨범의 완급을 조절하는 모양새다.
음반 전체의 키워드를 뚝심 있게 끌고 나가는 타이틀 'Real love'의 매력은 그 꿋꿋한 의지에 비해 다소 감질난다. 탄탄한 구조의 멜로디로 안정감 있는 감동을 끌어낸 'Dun dun dance', 미니멀한 편곡과 감각적인 메시지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한 'Dolphin' 같은 성공적인 전작들에 비해 'Real love'는 덜 매력적이다. 이는 전체적인 선율감보다 보컬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 믹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오마이걸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치는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 퀸덤 >의 성공 이후로 지금까지 쭉 우상향이다. < Real Love >의 모든 트랙이 훌륭한 건 아니나 데뷔 7년 차 아이돌에게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몇몇 수록곡의 음악적 구심력은 흥미롭다. 상투적인 주제를 다루는 능숙함이 돋보이는 이번 정규 앨범은 이 그룹에게 필요한 고민과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담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가 타이틀에 있다는 게 얄궂다.
- 수록곡 -
1. Real love
2. Drip

3. Eden
4. Replay

5. Parachute
6. Kiss & fix
7. Blink
8. Dear rose
9. 항해

10. Real love (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