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밴드 음악의 명맥을 이어가는 기타리스트들이 <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 >이란 공연으로 플랫폼창동61에 모였다. 각양각색 12인의 연주자들이 8월 11일, 12일에 걸쳐 멋진 연주를 들려준 이번 공연은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언택트와 온라인을 결합한 온택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비대면 공연이다 보니 현장에 별도로 좌석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게스트 신분으로 오프라인 공연을 즐길 수 있었고 오랜만에 기타 본연의 음색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12일에는 양태환, 하세빈, 김진산, 박영수, 조필성, 유병열 총 6인의 기타리스트가 무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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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시작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2005년생 '기타 신동' 양태환. 조금 긴장한듯한 십 대 소년은 이내 여유로운 표정으로 몸을 흔들며 연주에 흠뻑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피드 메탈로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엔 장엄과 폭발력이 공존했고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는 펑키(Funky)한 기타 인스트루멘탈로 재탄생했다. 연주 도중 장윤정의 '어머나!'를 매시업 하는 재치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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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열기를 이어받은 기타리스트 하세빈은 비장한 표정으로 공연에 임했고 몸짓 하나하나가 연극 혹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했다. 서정적인 록 음악으로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밴드 네미시스의 주요 곡을 도맡아 만든 그는 선율을 표현하는데 특화된 기타 플레이를 선보였다. 옥타브를 넘나드는 현란한 건반 연주로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역량까지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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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기타로 일렉트릭 기타의 굉음 사이를 완급 조절한 김진산은 < 슈퍼밴드2 >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인 또 한 명의 2005년생 천재 기타리스트다. 그는 기타의 몸통을 두드려 퍼커션의 효과를 주는 '타악기 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풍성한 리듬감으로 캐나다의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자 칼럼 그레이엄의 'Phoneix rising'을 커버했다. 하우스 밴드의 도움 없이 펼쳐진 유일한 공연이었지만 기타 한 대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섬세한 연주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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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메탈 그룹 지하드의 기타리스트 박영수는 장발에 딱 달라붙는 블랙 진과 부츠로 과거의 향수를 자아냈고 잉베이 맘스틴의 'Far beyond the sun'을 연상케 하는 클래시컬한 속주는 화끈한 무대 매너와 맞물려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영화 < 디 워 >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지하드의 'Dragon of dreams'에서는 신시사이저 솔로잉과 투 베이스 드러밍으로 하우스 밴드의 연주력을 극대화하며 합주의 미학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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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박영수와 대비되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기타리스트 조필성이 등장했다. 전인권의 '돌고 돌고 돌고'와 한영애 '누구 없소'를 펑키(Funky)한 스타일로 편곡한 그는 자신이 속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 예레미의 복잡다단한 음악과 대비되는 편안한 연주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인터뷰에서 밝힌 “이제는 기타를 테크니컬하게 잘 치려고 하기 보다는 기타 연주의 즐거움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다.”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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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성의 바통을 넘겨받아 피날레를 장식한 유병열은 윤도현 밴드의 초기 리더이자 비갠후의 리드 기타로 오랜 경력을 가진 베테랑 연주자다. 하드 록의 정통성에 펑크(Funk)를 버무린 연주는 와미 바와 볼륨 페달로 소리의 맛을 한껏 살린 자작곡 'Guitar guitar'에서 극에 달했다. 이번 공연의 기획에도 참여한 그는 “음악 선진국 중에 기타 연주 음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는 없다.” 며 “대중들이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공연에 출연한 후배들을 대표해서 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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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 >은 팬데믹의 여파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현장에 투입된 많은 인원이 풍성한 사운드를 구현했으며 기타 연주자들을 뒷받침하는 하우스 밴드의 노련한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미팅 플랫폼 Zoom을 도입,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호흡했고 후드티 선물과 경품 추첨으로 흥미도 제공했지만 역설적으로 뮤지션과 관객의 직접 소통이 공연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임을 재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진행자의 말처럼 '열린 것 자체가 기적'인 이번 공연은 관객과 뮤지션이 시공간과 땀방울을 공유할 다음 기적의 도약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