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음악 평론가의 소개와 함께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기타리스트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밴드 2 >에서 활약 중인 황린이다. 방송에서도 선보였던 자작곡 'Keep your head low'는 거친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Fallacy'와 '±0'의 멋들어진 손가락 움직임은 화면 너머 관중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음악을 그림처럼 그려내는 능력이 뛰어난 그의 무대는 앞으로 써 내려갈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전자 기타의 강렬한 오프닝 이후 등장한 것은 천상혁의 어쿠스틱 기타였다. 의자에 앉아 손가락만 바삐 움직이며 강아지가 뛰어노는 모습을 그린 자작곡 'Before'로 몰입감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평소 회초리 같은 날렵함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무대에선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를 편곡하여 은은함을 더했다. 하나의 작은 밴드 같은 핑거 스타일의 천상혁은 기타 한 대로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었다.
2005년 '캐논 변주곡' 커버로 하루아침에 유튜브 스타로 거듭난 임정현은 3곡 모두 자작곡을 선보였다. 첫 곡 'All for one, one for all'을 마치고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 그의 기타엔 착한 멜로디와 청량한 사운드가 묻어났다. 섬세하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연주는 'It's OK'와 'Story'에 담긴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며 격리에 지친 관중을 위로했다.
이승철과 황제의 박창곤은 귀에 익숙한 멜로디로 무대를 시작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희망의 찬가'를 곁들인 'Fresh drink'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힘내자는 의미를 내비쳤다. 터널 건너편의 희미한 불빛을 향해 나아가는 'The winter' 역시 힘든 시기를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는 따뜻함이 올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애잔한 희망을 전했다.
뒤이어 등장한 연주자는 스투지스 앨범 사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신윤철. 수줍은 얼굴의 그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타를 붙잡는 순간 숱한 기타 레전드들이 스쳐갔다. 'Voodoo chile(Slight return)'에서는 지미 헨드릭스와 스티비 레이 본, 'Cause we've ended as lovers'에서는 제프 벡과 로이 부캐넌, 'Purple rain'에서는 프린스와 신윤철 본인을 소환하며 축제의 의의와 가슴 속의 기타 영웅들을 되새겼다.
첫날의 마지막 무대는 기타페스티벌의 터줏대감인 015B 장호일이 장식했다. 산타나의 'I love you much too much'와 솔로 앨범에 수록된 연주곡 'Aneka'는 정적인 연주로도 모던 록의 지존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축제는 015B의 신나는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로 마무리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명곡은 강렬하면서도 직관적인 기타 사운드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서로가 직접 숨결을 섞을 순 없었지만 이런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서로의 연주를 보며 응원과 감탄을 쏟아내는 기타리스트는 물론 40만원 상당의 기타에 당첨되어 내년에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관객까지 이날 참석한 모두는 기타로 이어져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장르가 되어 만들어낸 <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 >은 비대면 공연 문화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기타인을 조명하며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