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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향으로 방영되는 기존의 언택트(Un-tact) 공연과 달리 이들은 아티스트와 관객 간 소통이 가능한 화상 채팅 프로그램 'Zoom'을 통해 진행되었다. 스테이지와 함께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팬들의 모습이 동시에 송출된 덕분에 서로가 단조로움과 답답함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핸드폰 네온사인을 들고 응원하는 시청자, 부모님과 함께하는 아이부터 노란색의 드레스코드를 맞춰 입은 이들까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대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골든핑거 기타페스티벌'은 기타만이 주인공이 되는, 온전한 기타의 사운드를 담아낸 축제로 올해 3회째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기타리스트인 장호일(015B), 유병열(전 YB밴드, YBY그룹), 박창곤(이승철과 황제), 박영수(지하드), 조필성(예레미), 하세빈(네메시스)이 음악 평론가 임진모의 진행과 함께 한곳에 모여 또다시 레전드 무대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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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의 'Love affair'로 첫 무대를 장식한 하세빈은 기타를 마치 피아노처럼 다루어 멜로디에 집중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네미시스의 'Crescent moon', 'Emotions'로 예열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어 장호일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Surfing with the alien', 'Aneka'로 깊은 원숙미를 그렸고 015B의 대표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신나는 기타 연주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 시절의 저력을 확인했다.
특유의 여유로움을 자랑하는 조필성은 'Sorry to say I love you'로 우리를 늦여름의 바닷가로 데려갔으며 한영애의 '누구 없소'로 즐거움을 더했다. 드라마틱한 속도를 자랑하는 박영수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어 갔다. 특히 'Dragon of dreams'에서 악기와 합일된 아티스트의 모습은 멀리서 지켜보는 관객들도 빠져들도록 끌어당기는 힘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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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함과 동시에 세찬 파동을 가진 유병열의 무대를 한 단어로 함축하자면 '힐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만의 주법이 녹아든 'You raise me up'으로 모두 숨을 고르는 시간을 보내며 앞선 무대와 또 다른 인상을 받았다. 피날레를 장식한 박창곤은 'The winter', 'Beautiful world'의 굵직한 선율과 과감한 퍼포먼스로 전율을 심었다. 6인 6색의 다른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잠시 잊혀진 록 스피릿을 깨우고, 록의 전성기를 수놓았던 때를 회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올해 2월에 열린 2회차 공연과 셋 리스트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과 합동 무대가 빠진 것은 아쉽지만, 변화한 환경에 맞춰 등장한 새로운 창구의 승리를 증명한다. 무대와 온라인 라이브를 둘 다 접한 입장으로서 생생한 현장감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것이 이 공연의 핵심이라 확언한다. '한국 최초 Zoom을 통한 HD 화질 라이브'라는 문구가 곧 주최 측의 노력과 팬데믹 시대 속 비대면 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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