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수들이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러 상한가를 달리고 있을때 정규 음반 이외의 특별 음반을 발표하곤 한다. 3.5집이니 4.5집이니 하는 것과 같은 정규 음반 사이에 신곡과 히트곡을 적절히 버무려놓은 형식의 음반이랄지, 리메이크 음반, 어느 정도 음반을 낸 경우에는 베스트 음반의 모양새 등으로 말이다. 가수의 자의든 타의든 간에 우리 가요계에서 위와 같은 경우는 이제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의도의 음반들이 모두 훌륭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깔끔한 외모에 중저음을 지배하는 호소력 짙은 발라드로 특히나 젊은 여성층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성시경의 스페셜 음반도 두 장의 정규 음반 이후 잠시의 공백 기간 사이에 발매되었다. 2집 가수라는, 경력이 길지 않은 그에게 어울릴만한 스페셜 음반이다.

그러나 동시에 드림뮤직(현 CJ뮤직)이 기획사를 이전한 성시경에 대한 '보복'으로, 이전 자료들을 긁어모아 그가 새 소속사에서 앨범을 내기 전 황급히 발표한 앨범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앨범은 CJ뮤직의 것이지, 성시경의 것은 전혀 아닌 셈이다. 이 앨범이 잘 된다면 차후에 나올 새 앨범에 타격을 줄 소지도 있으니까.

영화 사운드트랙 참여 곡, 동료 가수와 함께한 곡들 등 정규 음반에 수록되지 않았던 노래들을 한데 모았다. 두껍고 화려한 화보와 팬들의 눈을 유혹할 뮤직비디오와 콘서트 실황이 담긴 VCD도 곁들였다.

팬들의 소장 욕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만하지만, 음반을 찬찬히 살펴보고 플레이어에 CD를 걸어보면 조금 성급한 마음이 앞섰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화보는 2집의 두 번째 주자였던 '넌 감동이었어'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장면들과 동일하며, VCD에 담겨있는 공연실황들은 오히려 성시경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느낌이다. 화면은 공연의 생동감이 살아있지 못하고 성시경의 라이브도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국화꽃 향기>에 삽입되어 인기를 모았던 '희재', 카밀라와 호흡을 맞춘 '머지 않아 나에게', 토이의 5집에 객원싱어로 참여했던 '소박했던, 행복했던...', 박학기와의 듀엣곡 '그대 창가로 눈부신 아침이' 등의 좋은 곡들이 대거 몰려있는 노래 CD는 영상과 함께 했던 곡들이고 다른 가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 곡들이며, 또한 외국 곡을 다시 부르기도 했기 때문에 자체로 좋은 곡들이라는 어드밴티지는 갖추고 있다.

정규 음반에서 들을 수 없었던 좋은 곡들을 한보따리 풀어놓는 스페셜 음반이지만 성의의 부족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크다. 어떤 의도에서 관례처럼 되어버린 비정규 음반이 나왔던 간에, 굳이 비정규가 나와야 할 취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꼼꼼히 공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수록곡-

CD 1 song
1. Try to remember
2. 아직 난
3.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4. 그대 창가로 눈부신 아침이 (With 박학기)
5. 머지 않아 나에게 (With 카밀라)
6. 저녁놀
7. 못할거야
8. Lately
9. 소박했던, 행복했던...
10. 희재
11. 잘못 (With 박지윤)
12. Back at one
13. 아날로그
14. 고백의 날
15. 마리 이야기

CD 2 VCD
1. 내게 오는 길 (Music video)
2. 처음처럼 (Music video)
3.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Music video)
4.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Music video)
5. 넌 감동이었어 (Music video)
6. 좋을텐데 (Concert 실황중)
7. 선인장 (Concert 실황중)
8. 첫 눈에 반하다 (Concert 실황중)
9. 미소천사 (Concert 실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