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Feel special'을 특별하지 않게 만든 존재 역시 박진영이다.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구축한 투스텝 하우스 사운드는 세련된 데 반해, 'Signal'과 마찬가지로 멜로디 라인이 구식이다. 원더걸스, 미스에이까진 유효했던 JYP 특유의 마이너 코드 선율이지만 2019년의 트와이스에 어울리진 않는다. 달콤함과 차가움 사이서 길을 잃었던 'Fancy'에 비해 확실한 성숙을 지향하며 일관된 모습은 있으나, 그 완성도나 표현의 방법은 역대 트와이스의 곡 중 최하위권이다.
반면 앨범은 꽤 들을 만하다. 타이틀 트랙이 만들어놓은 쓸쓸하고 차분한 분위기 아래 도회적이고 시크한 일렉트로 팝을 잘 배치한 덕이다. 해외 작곡가들의 대거 참여로 'Feel special'과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맛이 있으며, 멤버들의 가창은 어리숙했던 < Fancy You >와 비교해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클린 밴딧(Clean Bandit)을 연상케 하는 'Rainbow'는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청량한 건반 및 보컬을 대비하여 힘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라이언 전의 'Get loud'에선 휘파람 소리와 더불어 멤버들의 가라앉은 보컬이 차가운 무드를 조성하고, 그 흐름은 트랩 비트와 2000년대 초 신스 팝을 교배한 'Trick it'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흥을 깨는 어리숙한 랩과 'Trick it' 추임새는 없는 것이 더 좋았다. 심은지가 작곡한 'Love foolish'는 단연 '시크 트와이스'의 최고 곡 중 하나.
여러 모로 부족했던 < Fancy You >를 발판 삼아 트와이스의 관성을 깨고자 노력한 모습이 들린다. 전작처럼 구성이 어설프지 않은 데다 새로운 서사를 잘 도입한 덕에, 특별한 지점은 없어도 자연스레 그룹의 새로운 전기를 그릴 수 있게 됐다. 팬덤 원스(Once)에게는 더욱 애틋할 성장 스토리다.
다만 그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 박진영이라는 사실이 딜레마다. 팀 내외 이슈가 겹치며 흔들릴 수 있었던 상황을 'JYP 찬스'로 잘 해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성숙과 세련된 모습으로의 전환에 'Feel special'은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블랙아이드필승과 JYP의 익숙한 문법은 여기까지만. 'Dance the night away'나 'Breakthrough' 같은 타 작곡가의 작품이 트와이스의 '스페셜한' 앞날에 더 어울려 보인다.
- 수록곡 -
1. Feel special
2. Rainbow
3. Get loud

4. Trick it

5. Love foolish

6. 21:29
7. Breakthrough (Korean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