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 Butterflies >(2016)에 대한 필자의 실망감과는 상관없이, 밴드는 지난 3년간 쉼없이 변혁을 꾀했다. 지난 몇 년간 새로이 구축한 음악적 지향점에 이어, 이번엔 새로운 전달방식에 대한 모색. 그 결과 이 앨범에 담겨 있는 신곡은 단 세 곡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싱글, 그것도 음원만으로 공개된 노래들이며, 빼곡히 CM송 및 애니메이션/드라마 타이업 딱지가 붙어 있다. 이 기세를 몰아 모든 음원에 대한 스트리밍을 '드디어' 개시, 완전히 다른 영역에 들어섰다. 신비함을 주축으로 했던 이들의 적극적인 발걸음, 마치 버전업한 범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그런데 이 무슨 반전. 음악에선 오히려 예전의 정취가 스며 있다. 잠시 눌러 놓았던 악기 사운드를 해방시킴과 동시에 특유의 날카로운 스피디함이 되살아났다. 반가운 '기타 록'의 일면이다. < Cosmonaut >의 '三ツ星カルテット(삼형제별 카르텟)'이 떠오르는 아르페지오 중심의 연주곡 'aurora arc'를 지나 아이리시와 오리엔탈의 중간점에 있는 이국적인 느낌의 '月虹(밤무지개)'는 'カルマ(Karma)'의 외견을 닮아 있다. 연주는 섬세하고도 거대하며 선율은 곡조의 상승감을 견인한다. 지난 몇 년간 잠시 낯설었던 그들이 예전의 것들을 망각함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것처럼.
그렇다고 지난날의 시도들이 무의미에 그친 건 아니다. 'Aurora'는 'Ray'나 'Butterfly'를 통해 축적한 아레나 밴드로서의 스케일감을 긍정적으로 발현하고 있는 트랙이다. 일정한 템포의 비트에 공간감을 부여한 기타리프, 영롱한 신스라인을 덧붙인 이 노래는 새로운 답에 대한 자신감처럼 보인다. 가스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Spica' 또한 리얼세션과 전자음악의 접점을 영리하게 구현해 낸 수작.
곡 안에 살아 숨쉬는 번뜩임은 프론트맨 후지와라 모토오의 역할과 존재감이 간만에 크게 개입되었다는 증거. 전혀 다른 조성의 멜로디를 기타 연주만으로 유려하게 이어가는 몇 안 되는 신곡 'ジャングルジム(정글짐)'은 많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더 아름다움을 발하게 될 노래가 아닐까. 그들답지 않은 작명이 조금은 낯선 '話がしたいよ'는 애니메이션 < 초속 5센티미터 >의 2부인 '코스모나우트'의 주제가처럼 들린다. 여기에 더해지는 기승전결의 감동은 덤.
겨울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편곡, 저 하늘 별처럼 뻗어 나가는 코러스 라인이 장엄하게 펼쳐지는 'アリア(아리아)', 평소 같으면 보너스 트랙에서 들었을 법한 귀여운 러브송 '新世界(신세계)' 등 작품의 매력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거의 모든 곡이 프로모션으로 쓰였던 만큼 러닝타임의 밀도가 높으며,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섞여 만들어내는 희망적인 미래가 담겨 있다. 이 신보가 가진 의의를 높게 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소년의 순수함으로 우주를 논했던 그들이 그 미지를 놓지 않는 것은, 이젠 존재의 신비보단 이야기의 신비함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처럼 들린다. 이전의 그들이 그 영롱함을 스스로 발하였다면, 듣는 이들의 그것이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더 이상 청춘이라고 할 수 없는 그들이기에, 그렇기에 샘솟는 새시대를 거스르는 용기가 있기에. 그런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있음을 본 작품을 통해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끝에서 맞이한 밴드의 완전진화형. 여전히 광활한 그들만의 우주를 정의할 때까지, 그들과 우리의 여정은 계속되어야 한다.
- 수록곡 –
1. aurora arc
2. 月虹(밤무지개)

3. Aurora
4. 記念撮影(기념촬영)
5. ジャングルジム(정글짐)

6. リボン(리본)
7. シリウス(시리우스)
8. アリア(아리아)

9. 話がしたいよ(이야기하고 싶어)

10. アンサー(Answer)
11. 望遠のマーチ(망원의 행진)
12. Spica

13. 新世界(신세계)
14. 流れ星の正体(유성의 정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