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릴 나스 엑스를 주목하는 근본적 이유는 그의 특별한 재능이나 개척자의 면모를 발견해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딱 맞는 감각으로 음악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게 느껴질 컨트리와 오늘날의 힙합을 결합해 틱톡의 '이햐 챌린지'로 스마트폰 속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베이퍼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1990년대 낮은 퀄리티의 3D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F9mily' 영상이나, 재치 있는 'Old town road' 뮤직비디오도 예시가 될 수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당당함도 빼놓을 수 없다. 'C7osure'는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스스로 경계선을 그었지만 / 이제는 그 선을 넘을 시간이야 / 나는 가야만 해'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성 소수자를 향한 메시지다. 'Old town road'는 카우보이 이미지를 앞세워 재미를 노린 곡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이 노래에서도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없어'와 같은 가사와, 릴 나스 엑스의 말이 좋은 차를 따돌리고 경주에서 이기는 뮤직비디오 속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가족은 음악의 길을 반대했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믿고 가겠다고 선언한다.
대중문화는 20년 주기로 재조명된다는 말이 있다. 그중 패션과 음악이 가장 돋보이는 영역이다. 지금의 10~20대는 과거의 향수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현재 문화와 결합을 시도한다. 이런 배경에서 그의 음반을 살펴보면 왜 대부분을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과 펑크(punk) 스타일로 정했는지를 알 수 있다. 너바나 'In bloom'의 멜로디를 활용해 커트 코베인을 작곡가 명단에 올린 'Panini', 블링크 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가 참여한 'F9mily'에서는 질주하는 팝 펑크(punk)를 들려주고, 라이언 테더가 제작한 'Bring u down' 역시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가 등장해 릴 나스 엑스를 래퍼가 아닌 '록 밴드 보컬'로 받아들이게 된다.
뛰어난 음악성을 가졌다거나, 압도적인 래핑을 선보이는 캐릭터는 아니다. 새천년을 앞두고 태어난 1999년생 랩 스타가 새로움과 익숙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EP는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라 싱글 하나로 성공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했다. 보수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는 컨트리 장르와 카우보이 이미지를 결합해 스테레오타입을 경쾌하게 깨부순 릴 나스 엑스.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는 메이저 데뷔 단 한 번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것이 기존 문법과 전략을 파괴하는 세대의 등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수록곡-
1. Old town road (Feat. Billy Ray Cyrus)
2. Panini

3. F9mily (You & Me)

4. Kick it
5. Rodeo
6. Bring u down
7. C7osure (You like)

8. Old town r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