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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감동에 뮤지컬의 스케일이 더해지다
대극장 뮤지컬의 특성상 감동을 전하고 싶을 경우, 디테일한 감정 전이가 쉽지 않다. 줄거리로 승부를 봐야 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바로 여기서 성공했다. 인간의 삶과 비슷한 성장, 욕구, 순환의 스토리를 권선징악의 틀 속에서 무난하게 풀었고 영화와 비교했을 때 부자간의 관계를 더 강조했다.
어찌 보면 다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지만 무대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연출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가장 눈에 들어온 장면은 무파사가 무모한 행동을 저지른 아들 심바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대목이다. 무파사는 처음으로 사자 형상의 왕관 마스크를 벗으며 심바를 마주한다. 왕이 아닌 아버지임을 보여주는 장면은 짧고 간결하나 상징성이 두드러졌다.
게다가 무대 예술은 뮤지컬 재현에 의구심을 가진 이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듯 화려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선보였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성공에는 인형분장이 크게 기여한다. 여성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전반적인 극의 흐름뿐만 아니라 의상, 인형, 가면까지 담당하는 멀티 플레이어 그 자체였다. 20대에 인도네시아에서 4년간 머무르며 인형극에 매료되어 그림자극, 가면극, 마임 등을 전공했다.
이러한 백그라운드가 무대에 시각적 은유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전거 바퀴 같은 기계 장치를 이용해 가젤이 뛰는 모습을 표현하는 독창적인 방식이 한 예. 동물과 그 동물을 표현하는 연기자를 모두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자연스러움과 생생한 에너지를 전달한 상상 이상의 뮤지컬을 주조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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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 음악!
좋은 음악은 오래 산다거나 예술은 길다는 이 말은 <라이온 킹>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영화에 활력을 주었던 음악은 무대에서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원작을 화려하게 장식한 엘튼 존, 원곡에 사바나의 웅장함을 담아 무대에 맞게 재창조한 한스 짐머는 이를 망각하지 않았다. '나아~'하고 시작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돋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남기게 한 곡 'The circle of life' 하나로도 공감 장악은 끝난다. 영화에선 레보 엠의 굵직한 목소리로 경건한 감성을 건드린다면 뮤지컬은 여성 배우가 불러 무겁지 않고 샤머니즘 느낌을 부각한다. 아프리카 특유의 박자, 스윙들의 코러스, 아프리카 전통 악기 3가지 조화가 가장 잘 어우러진 노래이다.
왕이 될 거라는 귀여운 포부를 담은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의 경우 어린 심바의 어른 못지않은 성량에 깜짝 놀랐다. 밝은 분위기의 곡을 잘 살려 관객을 리듬 속으로 끌어들였다. 무파사의 죽음 후, 라피키가 추모하는 넘버 'Rafiki's tree'는 눈물을 자아냈다. 아프리카 언어로 불러 가사는 알 수 없었지만 캐릭터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새로 추가된 넘버 중 가장 인상 깊은 노래는 'Shadowland'. 성장한 날라가 프라이드 록을 떠나 끝내 투쟁하리라는 결단을 담은 곡이다. 원작 스코어 'Kings of the past'를 편곡하여 날라의 감정 선을 더 확장하였고 라피키와 함께 부르며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오히려 조금 심심한 넘버는 가장 유명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이다. 하이라이트 부분은 코러스 배역을 의미하는 이른바 스윙들의 몫이지만 전체적 파워가 약하다보니 잔잔하게 넘어갔다. 짧은 곡일수록 필요한 임팩트가 조금 부재한 탓에 빨리 지나간 느낌이었다. 심바와 날라의 사랑노래가 아니라 무용에 집중된 것 같아 아쉬웠던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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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그리고 센스
중간 중간 웃음을 주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 역시 뮤지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이번 뮤지컬은 젊은 관객들에 웃음을 유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자막에 '꼰대', “봐...♡”,
“아싸” 같이 유행어를 쓰거나 웅얼거림을 표현하기 위해 “ㅁㅍㅅ(무파사)”라고 자음만 쓰는 등의 센스를 발휘했고 재치 있는 의역들도 많았다.
대사 가운데 “동대문”, “감사합니다”, “대박” 등 한국어를 동원하여, 관객의 몰입지수를 높였다. 흥행 도사들의 '글로벌' 마케팅 방식을 읽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시청각의 융합을 실현하여 행복감을 극대화하고, 향수와 강한 여운을 불러일으킨 명불허전의 뮤지컬. 결론으로 계속해서 이 말이 맴돌았다. Long Live The (Lion) King! ~~
2019/01 써니(limtjsgml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