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일본음악을 다각적으로 조명해 소식을 전달해줄 만한 채널이 부족해 새로운 지지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침체에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몇몇 커뮤니티를 보기에도 최근 화제에 오른 몇몇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990년대에 붐을 이뤘던 아티스트 혹은 서브컬쳐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또한 정보부족도 그렇지만, 현 시대의 제이팝 자체에 그닥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또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 많이 힘이 빠지고 아쉬운 순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음악들은 꾸준히 나와주었고 저 역시 가장 일본음악을 열심히 들은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면 올해는 어떤 이슈와 음악들이 있었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이슈 1. 이젠, 스트리밍
요 몇년간 일본 음악신은 뒤늦은 디지털로의 체질개선이 진행중이었는데요. 2018년은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음원,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넘어왔음이 체감되는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체 매출의 측면으로 보면 CD 매상을 무시하기는 어려우나, 올해 돌풍을 일으킨 아이묭의 'マーリゴールド(Marigold)', 다 펌프(DA PUMP)의 'U.S.A' 등 새로운 스타나 전국구 히트곡은 스트리밍을 통해 탄생했죠. 실질적인 지표는 아이튠즈와 레코초쿠, 라인뮤직, mora 등의 다운로드 실적 합산 추정치를 발표하는 빌보드 재팬차트라 봐도 무방했습니다.
이와 함께 음악감상도 CD 렌탈보다는 월에 일정금액을 주고 이용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일반적인 인식으로 정착했으며, 올해만 해도 미스터 칠드런, 마츠토야 유미, 우타다 히카루, 시이나 링고, 이노우에 요스이, 호소노 하루오미와 같은 거물급 아티스트들이 음원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시장의 변화를 인정하고 이에 발맞추려는 흐름이 선 굵게 나타났던 한 해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스트리밍으로의 흐름이 최신 음악에 대한 발빠른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예전 음악에 대한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스포티파이 일본 내 연간 재생횟수를 보면 5위권 안에 2018년도 발매곡은 단 한 곡으로, 시디라는 유형에 갇혀 시간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일본인들의 한계를 없애는 매개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국경도 무너뜨려, 가장 많이 재생된 아티스트 1위에 BTS, 3위에 트와이스가 랭크되는 등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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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도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오리콘이 지난 12월부터 CD와 디지털 다운로드, 스트리밍 데이터를 합산한 랭킹 발표를 시작하며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아직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아티스트들이 어떤 대응을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맥시멈 더 호르몬은 멤버가 직접 그린 만화책을 발간하며 신작 시디를 부록으로 첨부, 이를 서점에서만 판매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드디어 시대의 흐름을 온몸으로 껴안은 일본 음악시장. 아티스트들이 과연 어떤 생존전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2019년입니다.
이슈 2. 시티팝 리바이벌과 블랙뮤직의 선전
채널이 한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기에 일본음악은 굉장히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작년과 올해 체감한 지형도의 변화는 굉장한 수준이었습니다. 페스티벌 시장과 동반 상승한 록킹온계 밴드들의 기세가 다소 주춤했던 반면, 국내와도 맞물렸던 시티팝 리바이벌과 블랙뮤직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작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준 서치모스와 네버영비치, 요기 뉴 웨이브스를 중심으로, 널바리치나 모노 노 아와레, 킹 그누, 야엘, 파에리아즈, 닷츠, 어섬 시티 클럽, 세로 등의 팀들이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레트로를 만지고 주무르는 사이 신은 작년의 배 이상으로 확장되었죠. 그런 흐름은 우리나라와도 맞물려 꽤 많은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찾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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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밴드들이 펑크와 알앤비, 힙합 등의 요소들과도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와 함께 사나바건.(SANABAGUN.)과 오도풋 워크스(踊foot works)와 같은 리얼세션 기반의 팀이나 살루(Salu), 크리피 넛츠(Creepy Nuts), 키드 프레시노(Kid Fresino), 라이키(RYKEY) 및 크루 캔디타운(KANDYTOWN)과 배드 합(BAD HOP) 등의 각자의 개성을 완비한 래퍼들도 연달아 좋은 작품을 선보이며 주류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조금씩 내비치는 한해였습니다. 과연 이러한 장르뮤직들이 메인스트림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2010년대를 지배했던 키워드가 조금씩 주춤한 지금이기에 몇년 뒤의 양상이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이슈 3. 보컬로이드와 니코동이 쏘아올린 작은 공과 버추얼 유튜버의 음악시장 진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흐름은, 음악소프트웨어인 보컬로이드와 동영상 투고 사이트인 니코니코동화가 신인발굴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급부상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뮤지션이 있는데요. 바로 요네즈 켄시와 다오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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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즈 켄시는 보컬로이드로 음악을 만들어 니코동에 투고하던 프로듀서 하치(ハチ)로 활동하던 중 발탁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며, 다오코 역시 니코동에 올리던 작업물이 계기가 되어 데뷔할 수 있었죠. 슈퍼셀(Supercell)과 같은 창작집단이 애니메이션 < 바케모노가타리 >의 히트와 함께 주목을 받는 등 이전부터 움직임은 있어왔으나, 인지도가 높아진들 서브컬쳐의 영역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던 것이 현실이었죠. 이러한 벽을 깨부순 선사례가 바로 이 두 인물입니다. 올해도 요루시카(ヨルシカ)와 같은 팀이 주목을 받으며 그 기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며, 이처럼 가능성을 목격한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니코니코동화를 통해 신예를 앞다투어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랄까요.
이와 함께 보컬로이드 오리지널 곡을 커버하는 우타이테들의 정식 가수 데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틀간의 내한공연을 매진시키는 등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보유한 카미키타 켄을 비롯해 이제는 우타이테라는 호칭이 어색한 야나기나기 등이 과거의 성공사례 였는데요. 각각 데뷔하는 것이 아닌 보컬로이드 프로듀서와 우타이테가 한 팀을 이루어 데뷔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룬(バルーン)으로 활동했던 우타이테 스다 케이나(須田 景凪), 보컬로이드 프로듀서 하뉴 마이고(羽生 まいご), 보컬로이드 프로듀서와 우타이테가 팀을 이룬 독트린 독트린(Doctrine Doctrine) 등을 대표적인 데뷔 케이스로 꼽을만 한데요. 음악은 기본이고, 일반 대중과의 접점 및 노출기회를 어떻게 마련 및 활용하느냐가 일시적인 광풍에 그칠지 아니면 하나의 또다른 영역을 만들어낼지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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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일본에서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는 버추얼 유튜버와의 연계 또한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대표 인기 버추얼 유튜버인 키즈나 아이가 이미 엠플로, 테디로이드, 나카타 야스타카 등의 지원을 받아 음악활동을 병행하고 있죠. 다만 이는 해당 유튜버의 높은 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믹스에 가깝습니다. 지난 8월에 데뷔 앨범을 선보인 미소시타(ミソシタ)와 같이 전략의 일환으로서 이를 활용하거나, 꼭 작품이 아니라도 버추얼 이벤트 플랫폼을 통해 VR 라이브 컨텐츠를 제작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그 쓰임새가 시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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