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emembering Michael 2018
올해 처음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6월 24일, 태양의 열기를 이겨낸 사람들이 인사동 인사 아트홀에 모였다. 9년 전 6월 25일,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날로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9번째를 맞이하는 추모 행사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그가 준 사랑을 기억하는 팬들은 자발적으로 이 행사를 매년 기획하고 있다.
1부 시작 시간인 1시가 되자 입구가 북적였다. 주최 측에서 자신 있게 선보이는 기념 책자와 옷, 그 외 굿즈를 구매하거나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떤 팬은 자신이 직접 만든 엠제이(MJ, 마이클 잭슨) 아이템을 선물하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마이클 잭슨 노래 혹은 뮤직비디오 6개를 선정해 적으면 굿즈를 무료로 주기도 했다.
오프닝 영상회에서는 전 세계 팬들이 만든 마이클 잭슨 영상과 어셔, 니요, 보아의 트리뷰트 공연을 비롯해 'Hollywood tonight', 'Blue gangsta', 'Loving you' 등의 다양한 영상이 이어졌다. 사이다 가렛(Siedah Garrett)이 들려준 마이클 잭슨과의 곡 작업 스토리 역시 행사장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엠제이가 사이다 가렛에게 어떤 말을 건네려 통화를 하게 됐는데, 사이다는 그 순간 엠제이가 마치 자신의 남편이 된 것 같았다며 기쁜 표정으로 회상했다.
#2: 트리뷰트 공연으로 무르익어가는 행사
영상 속에서 환하게 웃는 마이클 잭슨을 보며 그가 살아있는 동안 공연 한 번 못 본 게 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마음을 안고 많은 분이 기대한다는 2부 트리뷰트 공연의 순간으로 들어갔다. 첫 순서는 4인조 록 밴드 크랙샷. 고음이 인상적이었던 보컬은 'Beat it', 'Thriller' 등을 부르며 마이클 잭슨의 딸꾹질 창법과 각 노래의 특징들을 잘 짚어냈다. 올해 처음으로 행사에 합류한 팀이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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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순서는 3인조 보컬 팀 네버랜드였다. 크랙샷과 달리 'Ain't no sunshine', 'You are not alone'과 같은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를 들려줬다. 막 기말고사를 마쳤다며 시험 앞에 수줍어(?)지는 대학생이었음에도 이전 공연부터 매번 출연, 관객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는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세 명 이상이 무대를 채웠던 앞 순서와 달리, 홀로 무대에 오른 남성 댄서 엣지는 어두운 조명 속에서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엣지 역시 매번 행사에 함께하고 있으며 'Heartbreaker'의 비트에 맞춰 팝핀 댄스를 선보이며 여유롭게 실력을 뽐냈다. 이어지는 네 번째 무대에서는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O.T.B가 'Love never felt so good'의 어쿠스틱 버전을 들려주었다. 공연 후 마이클 잭슨에게는 존경을, 팬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행사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은은한 매력을 풍기고 헤어진 O.T.B 이후에는 보컬과 댄스가 결합한 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흑인음악 동아리에서 만난 브라운 선데이는 힙합 댄스, 보컬을 선보이며 짧고 강렬하게 무대를 휩쓸고 갔다. 한국 팀으로는 마지막 순서였던 잼 온 더 문은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초창기 행사부터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만큼 팬들 마음에 이미 '저장'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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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순서인 MJ 밴드는 12시 30분에 인사동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했지만, 행사장에서의 퍼포먼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일본 10인조 댄스 및 밴드 팀이자 추모 행사에 3년째 자비로 참석하고 있는 팀이다. 해외에서 경제적 지원 없이 오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그만큼 한국에 애정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서툴지만 야무지게 이어나가는 우리말로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부 잭슨은 원래 대학 강사였지만 현재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며 엠제이를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3 : 팬들이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는 방법
마지막 3부에서는 추도사 및 영상회가 진행됐다. 편지를 들고 무대에 서게 된 한 팬은 “당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엠제이(MJ)를 그리워했다. 담담하게 글을 읽어 나가기 위해 슬픈 마음을 다스리는 팬의 목소리와 표정을 본 다른 팬들 역시 차분한 마음으로 마이클 잭슨을 생각했다. 바로 직전, 트리뷰트 공연으로 열이 오른 행사장 안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2018년은 'Man in the mirror'가 우리 곁에 온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에 특별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녹음 당시 원곡자인 사이다 가렛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건넬 정도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그 노래. 모두가 'Man in the mirror'를 부르며 입장 시 제공되었던 LED 촛불을 흔들었다. 그렇게 낮 12시 30분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행사는 마무리됐고, 참석한 모든 이들이 마음 한구석에 마이클 잭슨을 품고 떠났다.
#4: 마이클 잭슨 한국 팬 연합 운영진 인터뷰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현희입니다. 마이클 잭슨 사후 팬이고요, 공연 팀 소속입니다. 부 잭슨 씨를 담당하고 있고 직접 제가 섭외해서 7주기부터 오시게 됐어요.
많은 뮤지션 중에서도 특히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팝송을 좋아하는데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마이클 잭슨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원곡이 궁금해졌어요. 그러면서 'Man in the mirror'의 원곡 무대를 보게 됐고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가수가 있었구나 싶었죠. 그리고 마이클 잭슨을 알면 알수록 좋은 점이 많다는 사람이라는 걸 느껴요. 그가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음악을 듣는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요. 정말 죽을 때까지도 행복한 거죠. 그리고 죽으면 마이클 잭슨을 만날 수 있으니까(웃음). 저 뿐만 아니라 팬들 모두가 그래요. 마이클 잭슨이 팬들을 사랑했던 것처럼, 팬들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죠.
마이클 잭슨을 향한 팬들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표현하자면.
하나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마이클 잭슨은 음악적 열정도 많고, 순수하고, 박애정신도 있고요. 또 기부도 많이 하셨죠. 제 '멘토'이기도 해요. 사람이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마이클 잭슨의 무대를 보면 '나는 항상 그와 같은 열정을 갖고 사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에게 많이 배우는 거죠. 그가 보여준 열정을 닮는 것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의 순수함, 박애정신, 그리고 그처럼 착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팬들에게 있는 겁니다.
행사를 준비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시는지.
행사를 준비하면서는 존경의 마음을 갖고 하죠. 추모 행사를 할 때는 마음이 무겁고요.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요. 마이클 잭슨의 선한 마음을 알리는 게 행사의 목적이기에 그걸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팬들이 '사랑해요'라고 하면 마이클 잭슨은 '내가 더 사랑해요'라고 말했죠.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이 팬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팬을 향한 사랑이 엄청나죠. 마이클 잭슨에게는 진정성이 있어요.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고요. 진정한 스타라는 생각이 듭니다. 팬들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마이클의 그런 모습을 보고 팬들은 감동 받게 되는 거죠.
그의 곡 중 최고의 노래를 선정한다면.
'Man in the mirror'를 제일 좋아해요. 일을 하다가 힘이 빠질 때, 다시 힘을 찾게 되는 곡입니다. 'Billie jean'도 좋죠. 'Billie jean' 하면 마이클 잭슨이 생각나니까요.
마이클 잭슨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를 소개 한다면요.
그의 음악을 들어보라 하고 싶어요. 보통 사람들은 그를 겉으로만 알죠. 진짜 마이클 잭슨이 누군지를 보라고 하고 싶죠. 사람들이 그에게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려고 노력해도 '너는 팬이라 그런 거지'라고 하면서 잘 듣지 않더라고요. 운영진에서도 끊임없이 마이클 잭슨의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얘기를 나누고 있죠. 10주기에서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추려서 행사 오시는 분들에게 드릴 예정입니다. 그분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죠.
행사에 온 팬들을 보니 마음을 다해 그를 기억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게 깊은 사랑이죠. 외모와 춤만 좋아했다가 금방 마음이 식는 경우가 있죠. 지금은 이 행사에 안 왔을지라도 그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또 있을 거라 생각해요. 트리뷰트 공연도 저희에게 의미가 있는 게, 누가 마이클 잭슨 퍼포먼스를 하면 잠시라도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펼쳐지니까 너무 행복하죠. 팬들에게는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는 그 순간이 중요하니까요.
#5: 형식보다 진심이 통하는 곳
대형 기획사에서 만든 상품과는 또 다른 감촉의 굿즈, 겉으로만 그를 존경하는 뮤지션이 아닌 마이클 잭슨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트리뷰트 공연의 주인공들, 유려하지는 않더라도 그를 생각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써냈을 추모사.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심, 내용이 중요하다”라는 사회자의 말이 이번 행사를 요약했다.
마이클 잭슨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진 팬들이 모여 만든 따뜻한 9주기 추모 행사. 그들은 어떠한 이익을 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그의 팬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다. 팬들이 있는 한,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마이클 잭슨은 계속해서 기억될 것이다.
인터뷰 진행 = 정효범
촬영 협조 = 마이클 잭슨 한국 팬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