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공개한 <새벽>은 신선한 새벽 공기처럼 오랫만에 그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순회공연은 연일 매진이었으며, 발라드 곡 'Never ending story'가 지상파 가요순위 프로그램 정상에 오르는 사이 스페셜 앨범 <새벽>은 불황을 뚫고 3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2집 이후 그룹을 등졌던 이승철이 14년만에 부활에 복귀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팬들은 김태원-이승철 투톱 체제의 차기작을 기대했지만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승철의 복귀는 그룹결성 16주년을 기념하는 일회 프로젝트였고, 스페셜앨범 활동을 마무리 한 뒤 이승철은 '예정대로' 떠났다.

자연히 초점은 이승철의 대를 이을 그룹의 8번째 보컬리스트에 모아졌으며, 무려 1000명을 오디션하는 심혈을 기울인 끝에 정단(본명: 김병건)으로 낙점 했다.

새 앨범을 통해 공개된 정단의 보컬은 기본적으로 차분한 미성이어서 록 보다는 발라드에 어울리는 인상이지만, 헤비한 곡을 부를 때엔 박완규를 방불케 하는 카리스마와 바이브레이션도 겸비하고 있다.

타이틀곡 '아름다운 사실'은 'Never ending story'의 속편격인 곡으로, 정단의 미성보컬과 24인조 스트링 파트가 조화를 이루며 유려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흠잡을 데 없는 곡이지만 코러스가 다소 밋밋하여 이들의 대표곡들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가사에 '아이(김태원의 어린 시절과 연관된 주체인)'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부활표 발라드 '날개', 새 보컬리스트를 선발할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수록하는 '소나기'등 부활음악의 연결고리는 이번 앨범에서도 계속된다.

여섯번째 곡까지 헤비한 곡이 한곡도 없을 정도로 잔잔한 발라드 곡들이 앨범의 전반적인 공기를 결정하고 있지만 드라이브 감이 일품인 'Solist', 어린시절의 향수를 담은 '1970' 하드코어 풍의 '파이란' 에서 배테랑 록 그룹의 풍모를 드러낸다.

2005년이면 부활은 활동 20주년을 맞이한다. 5년을 넘기는 그룹이 희귀할 정도로 이합집산이 잦은 우리나라 음악계 현실에서 이들이 19년이라는 세월동안 꿋꿋이 활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록 팬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전작을 답습하는 평이한 구성의 발라드들이 줄기를 이루고 있는 새 앨범에서 '매너리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김태원이 거의 모든 곡을 작곡하는 관례와는 다르게 이번 앨범에서 다른 멤버들이 5곡('Promenade', 'Soloist', '1970', '파이란',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에서 창작력을 드러낸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음악소스의 다양화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록곡-
1 Promenade
2 아름다운 사실
3 날개
4 Love Song
5 소나기
6 Rain (Instrumental)
7 Soloist
8 1970
9 가상곡
10 Over The Rainbow (Instrumental)
11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12 파이란
13 아름다운 사실 (Unplugged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