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09)

Produced by 부활, Guitar & All lyrics : 김태원, Vocal : 이승철, Keyboard ; 엄수한, Drum : 채제민, Bass : 서재혁. Recorded by 이정형, 최형, 오재원, Recorded at Rui Studio, Bay Studio, Mixed by 김동훈, 박병준 at Rui Studio(SSL 9000J 72ch console), Mastered by Bernie Grundman, Mastering Engineer : Maeda Production, Management : 이용식, 이상민, 전현수, 박동주, Artist Management : 송훈, Executive Supervisor : 최진열, Photographer : 이준우(Studio6853), Art Director : 이충호(SW20), Stylist : 김현량, Hair & Make up : 엄혜정, 최선옥,
Orchestra Session 편곡 : 강우성, 지휘 : 정인혁, Violin(1st) : 이현응, 국수경, 윤혜미, 박수경, 이수, 한아름, 박진이, 박승경, 권 경우, 이하영, 이은정, (2nd) 윤정희, 정현숙, 변지혜, 정현주, 변현수, Viola : 김희준, 김혜린, 홍지희, 김광언, 진민호, Cello : 윤야희, 신원선, 이경은, 강원기, 임성용, Double Bass : 노은정, 이정우, Contrabass : 신동식, Flute : 최종현, 이경환, Trumpet, 강석진, 노두호, 조재혁, Horn : 손승용, 최준용, 윤승호, Oboe ; 임성배, 석유리 Timpani : 김은혜.

메탈리카(Metallica), 본조비(Bon Jovi)가 그렇듯 그룹의 음악은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음악을 대하던 그 진지한 자세와 애정은 모습만 바뀔 뿐 결코 사그라들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이글즈(Eagles)처럼 헤어졌다 합치기도 하고 딥퍼플(Deep Purple)처럼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기도하며 에어로스미스(Aerosmith)처럼 절치부심하며 상당기간 동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록이란 장르는 개개인을 내공으로 다져지게 해, 댐 양키즈(Damn Yankees)나 디오니서스(Dionysus)처럼 수퍼 밴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국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란 소리를 들으며 우리 록음악 역사의 산 증인인 부활의 모습은 위의 모든 모습을 다 합칠 수 있을 만큼 꽤나 넓은 족적을 가지고 있다.

“다시 오디션을 보겠다”라고까지 말하며 다시 부활의 식구가 되고싶어했던 이승철과 묵묵히 15년간 부활 사운드를 창조하며 무수히 쇄도했던 개인 앨범제작을 뿌리쳤던 김태원이 다시 만났다. 이들에게 초창기 신기에 가까운 초절기교의 기타와 하늘을 찌를 듯했던 보컬이 함께 했던 원시적 역동성을 지금 다시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왕년의 감격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이들의 해후는, 결코 쉽게 만나고 떠나는 우리 그룹의 역사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이미 1995년 조인트 라이브 공연(당시 보컬은 김재희였다)을 펼치며 남다른 호흡을 과시해 온 이 베테랑 뮤지션들이 만들어낸 음악은 어떤 것일까? 우선, 5집 '슬픔 바램'의 가사 “흐르는 시간에 모두 변했지만 너는 나에게 영원한 소녀인걸”이 시사하듯 시종일관 한 소녀에 대한 기억으로 러브 발라드를 만들어내는 것과 매 앨범마다 '비'에 대한 주제 혹은 소재로 곡을 만드는 김태원의 고집은 변함이 없으며 '시계의 반대방향'에서와 같이 형이상학적인 멜로디 라인 위를 가볍게 질주하는 기타의 향연과 어둡고 둔중한 목소리로 3집의 '흐린비가 내리며는', 5집에서 '믿음', 6집의 '변화' 등 매 앨범마다 한 곡씩 자신의 보컬을 삽입했던 그의 보컬 역시 여전하다. 1, 2집에 비해 보충 역할을 하는 그의 목소리는 7집의 'Second dimension'에 이어 이번 앨범의 '섬'에서 1집의 '슬픈 환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이승철과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 이승철의 보컬은 어떨까. 부활에서 고고성을 내지른 뒤 솔로 시절에는 점점 재즈 적인 화성과 보컬 톤에 매력을 느꼈던 그는 여전히 높은 키로 마력 같은 흡인력을 보여준다. '새벽', 'Never ending story', '천국에서2'의 연인의 속삭임보다 더 달콤하고 수려하게 공간을 훑고 지나가는 달콤한 목소리는, 주변의 모든 악기를 무장 해제시켜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고 있으며 멜로디는 그의 느낌과 호흡 앞에서 비주류가 되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래온 것처럼 이 두 명의 뮤지션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잉위 맘스틴(Yingwie Malmsteen), 메탈리카(Metallica), 스콜피온즈(Scorpions)을 연상시키는 '새벽'과 'Never ending story'의 오케스트라 세션은 엄수한의 피아노와 더불어 앨범의 전체적인 톤을 상당히 대중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가장 부활다운 힘이 느껴지는 트랙 '섬'과 블루지한 '시계의 반대방향', 명징한 기타가 인상적인 '눈 먼 아이가 본 풍경', 2집에 수록되었던 곡을 6집에 이어 다시 한번 리메이크 한 '회상2'에서 보여주듯 팀컬러는 여전히 프로그레시브한 면에 한 쪽 발을 담그고 있다. 더군다나 '섬'과 '시계의 반대방향'을 만든 이가 김태원이 아니라는 데에서 이들의 조화가 눈에 띈다.

립싱크의 유해파 속을 악전고투한 팀 중 하나인 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김태원은 대중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해보고 싶은 실험을 할 수 있는 대로 다 해보길 권한다. 그에게 쏟아진 팬들의 성원은 그 동안 잘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잉태될 창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로 짜임새 있는 팀의 작품을 발표하길 바란다. 매번 팀원을 바꿔야 하는 고질적인 반복을 끊길 기원하며 김태원의 기타 안에서보다는 팀으로 하나되기를 빈다. 이것은 어쩌면 부활이 우리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 이들의 홈페이지(www.boo-whal.com)에 가면 'Never ending story'의 댄스 버전을 들을 수 있다.

1. 새벽(작사·곡 : 김태원)
2. 섬(작사 : 김태원, 작곡 : 서재혁)
3. 눈먼 아이가 본 풍경(작곡 : 김태원)
4. 회상2(작사·곡 : 김태원)
5. 네 번째 회상(작사·곡 : 김태원)
6. Never ending story(작사·곡 : 김태원)
7. R.E.M.(작사·곡 : 김태원)
8. 시계의 반대 방향(작곡 : 엄수한)
9. 비와 당신의 이야기(작사·곡 : 김태원)
10. 천국에서2(작사·곡 : 김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