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정규 앨범 < M A N I A >는 다른 의미로 '괴작'이다. 예고 없이 냅다 꽂아버리는 공격적인 사운드에 감각이 무뎌지는 'Stay frosty royal milk tea'의 불균형은 이번 앨범의 개요나 다름없다. 과하게 힘을 줘 신시사이저처럼 들리는 리듬 기타는 'Champion' 속 육중한 드럼과 'Church'의 쉴새 없이 울리는 종소리, 웅대한 성가대 코러스, 고음만 지르는 패트릭 스텀프의 목소리가 합쳐져 피로함의 절정을 이룬다. 소리를 엮어 촘촘히 쌓아 올리는 대신 노래를 구성하는 각 파트의 음량만 키운 탓에 주 멜로디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는 현악기의 다양한 주법으로 웅장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보컬 운용과 분명한 기승전결이 존재했던 < Infinity On High >의 'Thnks fr th mmrs'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알맹이 없이 몸집만 비대해진 음반은 영합주의와 결탁해 최악으로 치닫는다. 주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라틴 팝과 힙합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이 둘을 피상적으로 섞어버린 'Hold me tight or don't'는 폴 아웃 보이 버전의 'Shape of you'다. 그뿐만 아니라 덥(Dub)과 피비알앤비를 섞은 'Sunshine riptide'와 그저 드럼으로 비트를 재현했을 뿐인 퓨처베이스 트랙 'Young and Menace'마저도 그 의도가 무척이나 노골적이다. 주체적, 선별적 이종 교배가 아닌 인기 장르의 답습이라는 편한 방법을 통해 주류에 편승한 것이다.
이디엠, 라틴 팝, 힙합이 어울리지 못하고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또 다른 힙합 기반의 트랙 'Wilson (expensive mistakes)'는 클래시의 'Straight to hell'과 엠아이에이(M.I.A)의 'Paper planes'를 거쳐 3대에 이르는 샘플링을 시도했지만 6집의 'Centuries'나 'Uma thurman'처럼 재치있는 장치로서가 아닌, 연출 전반을 참고한 경우다. 물론 이것도 정말 샘플링이었을 때의 얘기. 원곡을 비꼬고 나름의 맥락에 배치하는 밴드 특유의 패러디 적 성격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멜로디는 머릿속에 남지 않고 귀는 피로하며 노래를 듣고 모티브를 바로 알아 차릴만한 지적 유희를 제공해주는 것도 아닌 데다가 '팬심'을 자극하기엔 전작들과 거리가 멀다. 폴 아웃 보이 최대의 위기다.
-수록곡-
1. Stay frosty royal milk tea
2. The last of the real ones

3. Hold me tight or don't
4. Wilson (expensive mistakes)
5. Church
6. Heaven's gate
7. Champion
8. Sunshine riptide (feat. Burna Boy)
9. Young and menace
10. Bishops knife t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