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공연이 성사되는 데에는 붕가붕가레코드 측이 노력이 컸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2집 준비 전 마지막 라이브 파트너로 챠이를 낙점, 합동공연이 이루어지게 된 것. 필자가 참석 예정이었던 이 행사 전날 이미 새소년의 단독 이벤트에 게스트로 참여함으로서 어느 정도 한국의 분위기를 엿본 상태였다. 리허설을 끝내고 나눈 인터뷰에서 전날 많은 한국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아 굉장히 기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1월 19일 금요일 저녁 8시, 술탄의 추종자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 챠이의 쇼케이스가 시작되었다.
리드미컬한 리듬의 'ハイハイあかちゃん(Hi hi baby)'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퍼포먼스가 시작. 속사포같은 래핑이 이어지자 관객들이 조금씩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 역시 비트가 중심인 'Sound & Stomach'와 'ヴィレヴァンの(Village vanguard)'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 간단한 율동과 함께 “분명 모두 Danger Cat Girl!”이라는 가치관을 흩뿌리는 'あのコはキティ(그 애는 키티)'까지. 해외에서의 라이브 경험이 다수 있는 만큼, 첫 대면에서 어떻게 자신들을 소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능숙한 모습이었다.
이어 보컬인 마나가 “Do you like handsome boy? I know handsome boy.”라고 하더니, 지드래곤, 탐 크루즈, 조니 뎁 등을 예로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하지만 진짜 핸섬보이는 '못된놈(한국어로 발음했다)'이다!”라고 하면서 같은 뜻의 제목을 가진 'ボーイズ․セコ․メン(그 남자는 못된 놈)'를 연주. 흐름을 리드하는 재치도 발휘. 그리고 이어지는 'N.E.O'와 'クールクールビジョン(Cool cool vision)'의 이연타가 단숨에 관객들을 절정으로 몰고 갔다. 유나와 카나의 타이트한 16비트 연주가 이어지고 언어들이 공간 안에서 이곳저곳으로 튕겨나가는 와중에, 드럼인 유우키가 전면으로 나와 키보드를 턴테이블 삼아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주조하는 광경이 러닝타임에 다채로움을 더해갔다.
드럼을 맡고 있는 멤버 유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술탄 감사합니다. 새 한국어를 배웠어요. 군만두 좋아요!”라고 열심히 준비한 한국어로 성의를 보이며 열띤 호응을 보내 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튀기면 다 맛있어'라는 내용을 노래로 풀어낸 'フライド(Fried)', 위저가 떠오를 법한 기타 리프로 보는 이를 압도한 'Walking star',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집약한 시티팝 리바이벌 트랙 'sayonara complex'로 공연은 일단락. 그럼에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앵콜 요청에 이들은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며 'ほれちゃった(반해버렸어)'를 연주, 더 성장해 재회할 것을 약속했다.
멤버들은 긴장 없이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즐기며 역시나 첫 대면이었을 관객들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유려하게 해냈다. 40여분의 시간이었음에도 기승전결을 완벽히 구현한 알찬 세트리스트와 함께 현장의 공기를 읽어 자신의 것으로 돌릴 줄 아는 적응력과 순발력. 신예로 떠오르기 전 이미 다수의 라이브 활동과 녹음을 통해 완성된 밴드로서의 실루엣이 각인된 멋진 라이브임에 분명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다소 낯설 수 있음에도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준 현장의 관객들에게도 박수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서로 모르는 이들이 음악으로 묶여 또 다른 인연이 만들어졌던, 이 밴드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금요일 밤은, 뒤이어 나온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함께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사진 : 정민재
취재협조 : 붕가붕가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