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현재,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그룹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문화와 언어, 생각의 차이를 뛰어넘는 놀라운 수준의 글로벌 팬덤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BTS는 세계적으로 많은 미디어와 대중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청춘들을 매료시킨 이유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누구나 내 얘기로 공감할 수 있는 성장의 아픔과 근본적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지는 음악으로 전할 때 가장 큰 진동으로 영혼에 전해지니까요.
저는 방탄소년단을 잘 몰랐는데 혼자 기차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 WINGS > 앨범을 듣게 되었는데 가사를 집중하니 펑펑 울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해 기차 연결 칸에 나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얼마 뒤엔 강변북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방탄소년단 멤버 SUGA의 믹스테입을 들었는데 통곡하며 우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가정사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에 더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아 그 음악의 가치와 메시지를 알리고 아이돌의 음악은 가볍다는 편견을 깨고자 'BTS를 철학하다'라는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편견은 생각보다 두터웠습니다. 책 발간 후 아이돌과 철학을 연결시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에 대한 인격적 모독과 비난이 쏟아지면서 저는 심장에 이상이 와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철학자가 어렵게 얘기해야만 철학은 아닙니다. 시장 좌판의 할머니가 삶으로 깨달음을 얻은 위대한 철학자일 수 있듯 방탄소년단이 스스로 성장하며 겪은 사유를 청춘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철학입니다. 오히려 철학자보다 쉽고 진실해서 많은 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책도 사실 제가 BTS를 철학했다기보다 BTS가 음악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철학과 겹친다는 것을 오랜 철학자들의 사유를 빌려 알린 것뿐입니다.
방탄소년단 음악에 담긴 메시지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나와 나의 꿈을 찾아가기를
싱클레어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데미안을 동경하면서 자아를 발견해 나갑니다. 소설 데미안의 인스피레이션과도 같이 방탄소년단은 많은 노래에서 끊임없이 지금 당장 너를 발견하고 꿈을 세워 알을 깨고 나와 너 자신으로 존재하라고 합니다.
2. 청춘의 성장과 아픔
방탄소년단은 스스로가 청춘으로서 성장해 나가면서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 홀든의 묘사처럼 아픔, 혼돈, 불안 같은 것들을 가사와 SNS로 솔직하게 공유하였습니다. 아티스트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요. 나도 여러분들처럼 힘든 시절을 지냈고, 이제는 파수꾼과 같이 벼랑 끝에서 여러분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 선한 의도가 전 세계 청춘들에게 진심으로 가 닿았습니다. 2017년 12월에 고척돔에서 있었던 콘서트에서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도 처음엔 다 꼬질꼬질하고 그랬어요. 저희도 해냈습니다. 저희를 알아봐 주신 여러분들이라면(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꿈, 삶에 저희의 존재 음악 사진 영상이 아주 조금이라도, 아픔이 100이라면 100을 99, 98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저희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3. 사회 문제
세월호 인양 전에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봄날은 세월호 추모곡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방탄소년단과 기획사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1억 원을 기부했고, 가사를 대입해보면 가슴이 울컥해질 것입니다. 그밖에도 N포세대, 흙수저와 금수저로 나뉘는 계급문화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편견이 존재하고 그런 편견으로 부풀려진 담론들이 때로는 물리적인 폭력보다 강하게 사람들에게 데미지를 입힙니다. 음악에도 많은 편견이 있지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더라도 엄청난 가치의 음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책의 기획 의도가 있었습니다. 때론 너무나 폭력적인 어떤 편견을 덜어내는데도 이 책이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합니다.(차민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