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일원으로는 두 번째로 솔로 앨범을 발표한 나일 호란의 주 무기는 어쿠스틱 기타다. 그는 앨범 작업 과정에서 평소 좋아하던 이글스, 플리트우드 맥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음반에는 그룹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줄리언 버네타(Julian Bunneta)를 비롯, 핑크와 시아, 푸 파이터스 등과 함께한 그렉 커스틴(Greg Kurstin), 제임스 베이와 칼레오(Kaleo) 등을 제작한 잭콰이어 킹(Jacquire King) 등이 참여했다. 동료인 해리 스타일스처럼 작곡에는 전면 참여하되, 프로듀싱은 실력자들에게 맡겨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결과물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앨범은 튀는 지점 없이 매끈하며, 고르게 잘 들리는 선율을 지녔다. 포크와 컨트리, 밴드 사운드를 재료로 한 달콤한 팝이 전반에 걸쳐 넘실댄다. 따라 부르기 쉬운 코러스, 명료한 곡 전개가 그의 강점. 싱글로 먼저 발매해 히트를 거둔 'Slow hands'와 초기의 마룬 파이브를 연상케 하는 'On the loose', 선명한 후렴이 인상적인 'On my own' 등 업 템포에서도 활약은 작지 않다. 그중에서도 각각 브릿 팝과 컨트리의 성질을 이식한 'Mirrors', 'Seeing blind'는 특기할 만하다.
나일 호란의 개성은 느린 박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프랭크 시나트라, 마이클 부블레를 존경해 마지않는다는 그의 정갈하고 호소력 있는 보컬 덕이다. 리드 싱글로 공개한 'This town'에서 가창의 진가가 나타난다. 마치 스탠더드 팝을 부르듯, 담백하고 정제된 보컬 운용이 깊숙한 곳에서부터의 울림을 끌어낸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Too much to ask', 드라마틱한 편곡으로 멋을 낸 'Flicker' 역시 근사하다. 독특한 음색으로 원 디렉션 시절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던 그의 잠재력이 여기서 증명된다.
비록 많은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으나, 준수한 작품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데미안 라이스와 제이슨 므라즈에 닿아 있는 포크 팝, 마룬 파이브와 스크립트를 관통하는 팝 록이 어울려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대세 에드 시런과 일부 접점을 공유하지만, 해석의 측면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좋은 멜로디와 가창 등 기본에 집중함으로써 빈틈없는 음반을 내놓았다. 톱 아이돌의 감초였던 나일 호란은 < Flicker >를 통해 자신을 눈여겨 볼만한 솔로 아티스트로 격상했다.
-수록곡-
1. On the loose
2. This town

3. Seeing blind (with Maren Morris)

4. Slow hands
5. Too much to ask

6. Paper houses
7. Since we're alone
8. Flicker

9. Fire away
10. You and me
11. On my own
12. Mirrors

13. The t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