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선율과 말뭉치들이 < Hitchhiker >의 러닝 타임을 채우나 사운드의 전반 형태는 과거와 판이하게 다르다. 앨범에는 닐 영 한 명만이 존재한다. 아티스트가 연주하는 깁슨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 앨범의 제일 마지막 순서에서 단 한 번 등장하는 피아노, 보컬 외의 구성요소는 없다. 'Pocahontas'에서 닐 영을 감싸 안아주던 푸근한 보컬 하모니나 크레이지 호스와 함께 빚어낸 'Powderfinger'의 로킹한 사운드, 'Human Highway'와 'The Old country waltz'를 풍성한 컨트리 포크 곡으로 만든 주변 악기들과 니콜렛 라슨의 배킹 보컬은 모두 후일에 이르러서야 얹어진다. < Hitchhiker >에서의 닐 영은 그래서 적적하다. 단출하기로는 원곡과 형상이 크게 다르지 않은 'Captain Kennedy'와 'Campaigner'도 고독으로 점철되는 트랙 리스트 한복판에서 고적한 분위기를 더욱 짙게하며, 아티스트 단 한 명이 보컬과 기타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출연진 편성이 동일한 'Campaigner'도 일렉 기타가 어쿠스틱 기타로 교체되자 비교할 수 없는 적막을 끌여들인다.
1970년대 중후반의 닐 영 곁으로 돌아가보자. 배우자 캐리 스노드그레스와의 결별, 약물이 이끈 크레이지 호스의 기타리스트 대니 휘튼과 로드매니저 브루스 베리의 죽음 등의 개인 주변의 문제는 아티스트의 영역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여기에 히피 세대의 세속화된 낙관주의와 닉슨 정권에서 연장된 1970년대의 불안정한 미국 사회와 같은 외적 환경은 달가울 게 못 됐다. 이들은 이미 충분히도 냉소적인 아티스트에게 우울, 실망, 부정, 혐오를 덧입혔다. 그 시점에서 닐 영의 상황은 급격하게 전환한다. < After The Gold Rush >와 < Harvest >에서 보여주었던 낭만과 서정으로부터 닐 영은 빠르게 거리를 벌려나갔고, 두 앨범으로 거두었던 성공으로부터 더는 창작의 동기나 원동력을 끌어내지 않았다. 지난날의 빛나는 성취는 오히려 자신들을 빚어낸 아티스트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했다. 그 맥락 속에서 탄생한 음울의 디치 트릴로지(Ditch Trilogy), < Time Fades Away >와 < On The Beach >, < Tonight's The Night >를 막 지나온 1976년의 닐 영은 외롭고 불행했다.
< Hitchhiker >는 그 시기의 닐 영을 정확하게 나타낸다. 작품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버린 아티스트의 모습은 당시 신변에 일어난 상황과 닮았다. 음향 공간은 완벽하게 메워지지 않았으며 크게 노래하는 지점에서 단신의 목소리는 저 편으로 잔향을 짙게 남기며 퍼져나간다. 외로울 뿐 아니라 앨범은 거칠기까지 하다. 작품은 정제 과정을 의도적으로 피해갔다. 6번 줄 언저리에서 명징하게 진동하는 기타의 잡음은 멀끔하지 않은 기타 소리를 더욱 투박하게 만들고 보컬의 사운드 톤은 곡이 바뀔 때마다 울림의 모양새를 다르게 전해 트랙 리스트를 들쑥날쑥하게 뒤집어놓는다. 레코딩 전반에 깔린 노이즈와 곡의 시작에 앞서 녹음된 대화 소리 또한 특기할만한 지점들로서 < Hitchhiker >가 얼마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제작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날 것의 틈바구니 안에서 선명하게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더 없이 아름답다. 1970년대 중후반의 닐 영을 정확하게 포착한다는 < Hitchhiker >의 영예는 이 지점에서 완성된다. 길고 긴 커리어 내내 아티스트는 늘 좋은 멜로디를 그려내왔다. 설령 성찰과 자조, 비난과 조롱의 메시지가 기저에 깔려있다 하더라도, 리프가 일그러진 하드 록이 외피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혹은 창작자 그 자신이 우울의 한 가운데에서 침잠하고 있다 하더라도 닐 영의 음악은 들리는 선율을 잃지 않았다. < Hitchhiker >를 수놓는 곡들은 작가의 이 놀라운 창작력을 다시금 증명한다. 이미 다른 앨범들에서 한 차례씩 진가를 검증받은 앨범의 트랙들은 편곡 장치들이 거칠게 벗겨진 형태에서 자기네가 가진 멜로디의 진면목을 더욱 과감하게 보인다. 비극적인 텍스트를 실은 'Pocahontas'와 'Powderfinger'의 멜랑콜리한 선율, 고독의 정서를 품은 'Give me strength'와 'Human highway'의 차분한 멜로디, 닉슨 대통령에 대한 약간의 동정을 담은 'Campaigner'의 담담한 곡조 등, 여러 결과물에서 아티스트의 훌륭한 송라이팅이 잡힌다.
사료로서 앨범은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 Hitchhiker >는 1970년대에서 훌쩍 건너와 그 무렵의 닐 영이 보여준 대담한 창작력을 마주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찬찬히 앨범을 살펴보자. 이러한 사적 의의를 제하고서도 음반은 그 자체로서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러닝 타임 내내 흐르는 찬연한 선율과 쓸쓸함을 한 가득 머금은 닐 영의 보컬, 꾸밈없이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낸 연출, 루츠 록에 대한 여러 실험이 가져온 다채로운 곡 구성은 작품 속에서 좋은 사운드를 숱하게 만든다. 'Pocahontas', 'Powderfinger', 'Ride my llama', 'Human highway'와 같은 뛰어난 레퍼토리들이 드러내는 속살은 실로 매혹적이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도 계속 역작을 내보였던 닐 영의 음악적 원천, < Hitchhiker >에는 그 맨 얼굴이 있다. 대작가는 그렇게 우수한 앨범을 다시금 꺼내놓는다. 오랜 세월과 아티스트의 지대한 공로가 작품의 값어치를 끌어올리나, 출생신고가 늦어지지 않았더라도 < Hitchhiker >는 분명 닐 영의 대표작으로서 오랫동안 회자됐을 테다. 영롱한 수작이다.
-수록곡-
1. Pocahontas

2. Powderfinger

3. Captain Kennedy
4. Hawaii
5. Give em strength

6. Ride My Llama
7. Hitchhiker

8. Campaigner
9. Human highway

10. The old country wal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