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그라운드(HIGHGRND)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YG엔터테인먼트의 산하 레이블로 2015년 타블로가 탄생시킨 이 기획사는 (최근 타블로는 대표직을 공식 사임했다) 올해 초 코드쿤스트의 앨범을 시작으로 혁오, 검정치마, 이디오테잎 등 명성 높은 뮤지션들의 작업물들을 차례로 내놓았다. 소속된 '올드비' 가수들의 선방에 감탄할 무렵 신인 뮤지션들의 활약 또한 시작되었는데 < 쇼미더머니 6 >에 출연한 펀치넬로와 최근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밀릭(Millic)의 활동이 그러하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하이그라운드 소속 신인인 오프온오프(Offonoff)는 프로듀서인 영채널(0channel)과 보컬 콜드(Colde)로 이루어진 싱어송라이팅 그룹으로 트렌디한 색감의 알앤비를 선보이고 있다.
첫눈에 느껴지는 앨범의 감촉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무드송. 피비알앤비의 경향을 차용한 신시사이저의 운용이 귀에 들어온다. 싱코페이션을 가미한 비트로 '소년'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몽환과 환희를 구현하고 있지만, 전곡을 일체화한 영채널의 프로듀싱은 비교적 단조로운 음향 구성으로 인해 최신 전자음의 전형성을 머금은 무던함을 선사하고 있다. 그나마 이야기의 몰입도를 강화하는 'Cigarette'에서의 날숨소리, 'Photograph'의 사진 촬영음, 'Homeless door' 초반부 사람들의 웃음소리 등이 그가 섬세한 감각을 지녔음을 알려준다.
평범한 성질의 음향에도 불구하고 본 앨범이 유효한 감상을 선사하는 까닭은 견고한 멜로디와 스토리텔링 덕이다. 금세 귀에 내려앉는 감미로운 선율, 특히 나른한 중독성의 후렴구는 타이틀곡인 '춤', 'Boy' 뿐만 아니라 'Gold', 'Photograph' 등 앨범 전반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이브레이션을 최소화하고 영민히 그루브를 타는 콜드의 말끔한 보컬이 알앤비 감성과 적확히 맞아떨어져 제대로 소구력을 발휘해낸다. 다만 미소(Miso)와 딘, 라드 뮤지엄(Rad Museum) 등 각기 다른 색채를 지닌 보컬들의 참여가 온전한 메시지의 집중을 방해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년의 이야기를 조곤히 들어보자. 사랑과 이별, 외로움을 겪는 < boy. >의 소년은 어떠한 상념과 믿음을 경험할까. 때때로 스스로를 믿고('Gold'), 때때로 사랑에 빠지고('Boy'), 때때로 사랑을 속삭이지만('춤'), 결국 사랑에 눈물짓고 만다('Homeless door').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진실이 아니게 된 순간, 소년은 믿음을 상실하고 상념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Overthinking'). 순간순간 변화하는 세상의 외연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예민하고 순수한 그의 결핍은 우리네 모습과 닮아 있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고즈넉한 한여름 밤에, 꿈처럼 즐기기 좋은 앨범.
-수록곡-
1. In the car
2. Cigarette (Feat. Tablo, Miso)
3. Gold (Feat. Dean)
4. Good2me (Feat. Punchnello)
5. Boy
6. Photograph
7. Film roll
8. 춤
9. Midnight
10. Moon, 12:04am
11. Homeless door (Feat. Rad Museum)
12. Over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