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라나에로스포를 나온 오정선은 한참 후인 1978년에 첫 번째 솔로앨범을 공개했다. '장미'와 '길가에 앉아서'로 유명한 남성 듀오 4월과 5월 리더 백순진이 제작한 오정선의 데뷔앨범에서 백순진은 '마음'에 공을 들였다. 그가 고등학생 때 스쿨밴드에서 자주 연주해서 애착을 갔고 있었던 'Just a little'은 오정선의 청아한 음색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리는 고품격 노래로 다시 탄생한 것. 곱고 아름다운 노래들이 인기를 누리던 1970년대 후반에 몽환적인 프로그레시브 록의 접근법을 선보인 '마음'은 다른 가요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어둡고 을씨년스런 도입부와 음침한 백 코러스 그리고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사이키델릭 명곡 'In a gadda da vida'의 건반 연주가 오버랩되는 후반부는 오정선의 아름다운 용모, 맑은 음색과 정반대의 접점에 위치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완전체로 귀결한다. 음과 양, 물과 불, 남자와 여자, 어둠과 밝음이라는 동양의 자연 섭리가 '마음'에서 작용한다.
'마음'으로 인기를 얻은 후 오정선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라디오 디제이와 텔레비전 진행을 맡았지만 1980년에 공개한 두 번째 음반이 전작에 비해 처참한 결과를 얻자 곧바로 연예계를 떠났고 2011년에 우리도 모르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음악을 담는 녹음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지 음악은 발전하지 않는다. 근래에 발표된 노래들 중에서 오정선의 '마음'처럼 과감하고 용기 있으면서 대중성을 소유한 곡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