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코리아 2017 티켓에는 등급이 있는데 일반권(GA)과 프리미엄권(PGA)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두 종류 모두 울트라 코리아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단, 프리미엄 권은 빠른 입장을 위한 전용 입장 통로와 공연장 내 위치한 전용 편의 시설이 있는 프리미엄 라운지(Premium GA Lounge)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소지품 검사 부분이 대폭 강화돼 입장이 쉽지 않았다. 공연장 안에서는 제휴사인 BC카드와 T머니로만 물품을 살 수 있다.
울트라 메인 스테이지, 라이브 스테이지, 레지스탕스, 매직 비치 총 4구역에서 다른 매력을 가진 음악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하우스, 트랜스 등 어느 한쪽 장르에 쏠림 없이 고른 아티스트 라인업이었다. 1일 차에 스웨디시 하우스의 대표주자 알레소가 있지만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거물급 DJ인 티에스토와 히트곡 메이커 하드웰이 있는 2일 차에 인원이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적중했고 같은 시간대 일요일 메인 스테이지에 일찌감치 앞자리부터 차곡차곡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러나 1일 차의 진정한 '메인'은 라이브 스테이지에서 공연한 돌아온 '펜듈럼(Pendulum)'이었다. 드럼 앤 베이스를 기반 밴드로 팀 내 프로젝트 그룹인 '나이프 파티(Knife Party)'의 성공으로 인해 향후 활동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잠정 중단 이후 2016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재결성한 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국어 나래이션, 현악 세션 그리고 동양적 안무를 통해 놀라운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무대를 선보였던 '카슈미르(KSHMR)' 이후 펜듈럼이 등장했다. 흡사 록 페스티벌을 연상케 하는 무대와 무대 아래의 슬램 존은 뮤지션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공연을 즐겼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Tarantula'와 'Blood sugar'가 나왔을 때, 에너지는 최고조에 올랐다.
첫 내한인 니키 로메로(Nicky Romero),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거장 스티브 안젤로, 내한 가수 못지않은 떼창이 나왔던 알레소, 테크노 거장 덥파이어(Dubfire)까지 전부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몸은 한 개라 좀 더 마음이 가는 쪽으로 이동하며 나눠서 볼 수밖에 없었다. 헤르미온느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가 필요한 심정이었다. 중요한 건 4구역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후회 없는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울트라 코리아 2017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매직 비치에서 공연한 프렌치 하우스 디제이 '다리우스(Darius)'였다.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마니아층이 확실해 스테이지 규모 대비 많은 사람이 모였다. 해 질 녘, 매직 비치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그의 믹스 세트가 어우러져 혼잡한 주변을 정화해나갔다. 열띤 분위기에 맞춰 그는 빼어난 외모에서 나오는 독특한 제스쳐로 화답했다. 진정 '놀 줄 알고' 같은 시간대 메인 스테이지를 뒤흔들어 놓은 열정적인 '대쉬 베를린(Dash Berlin)'과는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흔들었다.
또다시 시험에 들게 한 시간이 있었다. 하드웰과 클링온드(Klingande)의 무대였다. 이미 검증된 진리인 '반반무많이'와 '짬짜면'을 본받아 균등하게 맛보기로 했다. 유명세와 맞물려 엄청난 인파가 몰린 하드웰의 무대는 'Follow me', 'Apollo'가 나올 때 웬만한 단독 내한 공연 부럽지 않은 관객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며 '순간 행복 지수'를 극대화했다. 골리앗 하드웰을 뒤로하고 상대적으로 다윗인 클링온드를 찾았다. 예로부터 '아티스트 걱정은 기우'라고 했던가. 옛말 하나 틀린 게 없다. 사람은 적을지언정 그들을 매료하는 능력은 모든 뮤지션이 갖추고 있는 기본 능력이었다. 색소폰, 바이올린 연주자의 멋진 무대 매너와 비트와의 합일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관객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은 건 외모도, 화려한 무대 장치도 아닌 오로지 음악이었다.
'사샤 앤드 존 딕위드(Sasha & John Digweed)' 팀으로는 첫 내한인 두 대가가 보여준 트랜스 음악은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잠시 접어두게 했다. 일정한 비트를 오가며 구간에 따라 얹었다가 빠지는 세트는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뮤직'이었다. 체내 구석구석을 돌며 피로를 풀어주는 트랜스는 소리는 단순히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닌 몸 전체가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매개임을 일깨워줬다. 거장 티에스토는 하드웰의 무대 온도를 넘어 메인 스테이지의 에너지를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2일 차의 기대주. 이틀간 열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퓨처 하우스의 선두 주자 차미(Tchami)가 사제복을 입고 기도 손짓을 하며 등장했다. 화려한 무대 조명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음악은 그의 복장과는 사뭇 달랐다. 'Gangstas paradise', 'Go deep'에 맞춰 함께한 성가대는 차미 고유의 무드를 완벽히 이끌었고 메인 보컬의 역량이 돋보였던 무대였다. 무대 테마를 항상 성당으로 꾸미는 그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여 더욱 신선했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다는 뮤직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는 특히 단골이 많다. 화려한 아티스트 라인업, 훌륭한 접근성, 다채로운 무대 구성까지 6년 차 축제의 저력을 보여주는 포인트들이 눈에 띄었다. 인기 급상승과 더불어 급격히 늘어난 관객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인지 편의 시설에 있어 수요를 맞추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다. 결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대한민국 관객의 행복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해 불편함조차 잊게 했다. 매해 자체 기록을 경신하며 공연계의 신화를 써 내려 가는 울트라 코리아! 아직 가본 적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미리 캘린더에 일정 추가를 해둬도 좋다. 매년 6월 어느 토요일, 일요일 이틀에 걸쳐 열리며 얼리버드 티켓은 보통 개최 8개월 전부터 구매할 수 있다. See you in Ultra Korea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