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쿨(Cool)함으로 비추어보았을 때, 고리타분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영국스러움'을 내세운 스미스는 시장을 점령해버린 미국주의에 맞서 자국만의 정체성을 고수한다.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는 인디 레이블,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를 통해 발매된 동명앨범 < The Smiths >을 시작으로 'How Soon Is Now'가 수록된 < Hatful Of Hallow >, 다면적인 기타플레이가 빛을 발한 < Meat Is Murder >까지. 음악색이 뚜렷한 기타 팝 음반들이 보컬 모리시(Morrissey)와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의 철저하고 독립적인 통제에 의해 제작된다.
자국의 포크 싱어들, 도노반(Donovan)과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문장력에 빗대어지는 모리시의 교밀한 가사 쓰기와 포크 록의 징글 쟁글(Jingle Jangle) 사운드를 수혈한 조니 마의 기타 플레이는 후에 발생하는 브릿팝에 큰 효시가 된다. 그러나 정작 밴드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1986년 작 < The Queen Is Dead >는 징글 쟁글로 비롯되는 밴드의 패턴에서 벗어나 더욱 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인 음반이다.
|
< The Queen Is Dead >는 인디 록 계보에 빠질 수 없는 걸작이라 추앙받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팝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 음반이다. 하드록적인 기타 리프의 'The Queen is dead'를 시작으로 우울한 사랑노래 'I know it's over', 밝고 시원한 곡조의 'Cemetry gates'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하나의 골자나 통일성을 띄지 않고 각자의 단일성을 가진다. 다구(多口)한 모리시의 가사 또한 그렇다.
Farewell to this land's cheerless marshes
아치 사이에 낀 수퇘지처럼
Hemmed in like a boar between arches
음침하고 칙칙한 이 나라에 작별을
Her very Lowness with her head in a sling
붕대를 머리에 감으신 여왕 폐하
I'm truly sorry but it sounds like a wonderful thing
진심으로 죄송하지만 이건 정말 근사한 표현이에요.
-
We can go for a walk where it's quiet and dry
우리는 조용하고 메마른 곳을 산책하며
And talk about precious things
귀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Like love and law and poverty
사랑과 법 그리고 가난과 같은.
-
Passed the pub that saps your body
사람들을 망쳐버리는 술집을 지났고
And the church who'll snatch your money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교회도 지났어요.
The Queen is dead, boys
여왕은 죽었습니다. 여러분.
아치 사이에 낀 수퇘지처럼
Hemmed in like a boar between arches
음침하고 칙칙한 이 나라에 작별을
Her very Lowness with her head in a sling
붕대를 머리에 감으신 여왕 폐하
I'm truly sorry but it sounds like a wonderful thing
진심으로 죄송하지만 이건 정말 근사한 표현이에요.
-
We can go for a walk where it's quiet and dry
우리는 조용하고 메마른 곳을 산책하며
And talk about precious things
귀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Like love and law and poverty
사랑과 법 그리고 가난과 같은.
-
Passed the pub that saps your body
사람들을 망쳐버리는 술집을 지났고
And the church who'll snatch your money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교회도 지났어요.
The Queen is dead, boys
여왕은 죽었습니다. 여러분.
'여왕은 죽었다'라는 제목처럼 대놓고 여왕을 비난하는 곡이다. '여왕은 인간이 아니다. 파시스트 정권의 꼭두각시일 뿐이다.'라며 공격했던 섹스 피스톨즈의 직설적인 표현법과는 거리가 먼, 굉장히 고급스러운 은유와 풍자가 돋보인다. 자국을 '아치 사이에 낀 수퇘지처럼 음침하고 칙칙한 나라'라 표현하거나 '폐하'를 뜻하는 'Highness'를 'Lowness'로 슬쩍 바꾸어 넣는 모리시의 재치는 근사하다.
고전 'Take me back to dear old blighty'가 삽입된 도입부를 지나 조니 마의 환란적인 기타 리프에 탑승한 모리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대영제국의 곳곳을 관찰한다. 담담하면서도 극적인 모리시의 음성은 곪아 터져버린 귀족주의의 폐해들과 제도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꼬집어내면서도 특유의 관념적인 자아성찰까지 곁들여 독특한 트랙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대한민국의 헌법 또한 (두) 여왕을 죽였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했고, 여왕은 곧 바로 대통령이란 직위를 박탈당했다. 2016년 10월 29일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벌여진 촛불집회는 총 1600만 명의 인원을 동원하며 '국민이 행동하면 변한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20번의 집회는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한국사 혹은 세계사에 기록될만한 가치가 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무력 없는 시위였다는 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수용한 대중 집회였다는 점, 공연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만큼 평화적인 축제였다는 점, 이 모두 대한민국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부터 비롯된 성과이다. 2017년의 대한민국은 이제 자라날 세대에게 자랑할 만한 역사적 이정표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