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대형 게이 목욕탕에서 노래를 시작했던 때를 회상하며 < Bathhouse Betty >라는 음반을 내기도 한 그는, 그 당시 무대에서 라이브 연주자들과 불렀던 히트곡 커버들로 첫 음반을 채웠다. 프로듀싱 역시 그 때 함께 피아노를 연주한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가 맡았다. 이미 다른 커버 버전을 여럿 거느린 곡들이라 해도, 베트 미들러는 아랑곳 않고 자신의오리지널 트랙인 양 소화해냈다.
첫 트랙 'Do you want to dance?'부터 바비 프리먼(Bobby Freeman) 곡의 재해석이다. 흥이 넘쳤던 비치 보이스의 버전과는 딴판, 느릿한 템포와 관능적 분위기의 트랙은 독보적인 아우라로 앨범의 시작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카펜터스(The Carpenters)의 히트곡을 커버한 'Superstar'는 미니멀한 편곡으로 보컬을 강조함으로써 애상적인 느낌을 더했고, 'Leader of the pack'은 록적인 터치를 가미해 흥분을 유도한다.
걸 그룹에 대한 오마주도 곳곳에 눈에 띈다. 'Chapel of love'는 1960년대 활동한 보컬 그룹 딕시 컵스(The Dixie Cups)의 데뷔 싱글이자 빌보드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동명의 곡을 리메이크한 버전. 많은 보컬 걸 그룹의 원조 격으로 평가받는 앤드류 시스터즈(Andrews Sisters)의 1941년 곡을 새로이 녹음한 'Boogie woogie bugle boy'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후자는 그룹 사운드에 대한 향수를 담아 흥겨운 브라스 편곡으로 원곡을 훌륭히 재현하면서 빌보드 싱글 차트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애틋한 곡이든 유쾌한 곡이든 상관없이, 베트 미들러의 보컬은 훌륭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역량을 뽐낸다. 그는 'Am I blue'에서 재지한 선율에 어울리는 나른한 가창을 선보이다가도, 'Delta dawn'에서는 파워풀하게 곡을 제압한다. 특히, 두 버전으로 녹음된 'Friends'를 비교해 들어보면 그의 재능을 실감할 수 있다. 더 경쾌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전자가 베트 미들러의 유쾌한 음성과 함께 하나의 뮤지컬 넘버를 듣는 듯한 생동감을 자아낸다면, 후자는 편곡에서나 보컬에서나 더욱 무게를 실어 남은 에너지를 아낌없이 폭발시키며 음반을 마무리한다.
커버곡이 대부분인 만큼 기존의 아우라라는 장벽이 있었음에도 불구, 앨범은 크게 히트하며 이듬해 그래미가 그녀에게 신인상을 안겨주도록 만들었다. 조용하게 읊조리는 트랙부터 밴드 사운드와 함께 내달리는 곡까지 종횡무진 오가는 음반의 분위기는 마치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던 그의 커리어를 보는 듯하다. 가수의 별칭이기도 한 'The Divine Miss M'은 20대의 나이에 이토록 다채로운 색을 소화해낸 당시의 그에게도 안성맞춤이었지만, 다방면에서 활약하면서도 꾸준히 가수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의 베트 미들러에도 새삼 어울리는 이름이다.
-수록곡-
1. Do you want to dance?

2. Chapel of love
3. Superstar

4. Daytime hustler
5. Am I blue

6. Friends

7. Hello in there
8. Leader of the pack

9. Delta dawn
10. Boogie woogie bugle boy
11. Friend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