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 종잡을 수 없음이 닐 영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대표적인 성분이기는 하다. '오직 예측 불가능함만을 예측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 도처에는 정형에서 벗어나 있는 지점들이 널려 있다. 매끄럽지 않은 모양새로 연주해 놓은 기타 솔로나 이따금씩 긴 호흡으로 이끌어낸 상당한 길이의 러닝 타임과 같은 곡 단위의 특징뿐만이 아니다. 이 포크 록의 아이콘은 크라프트베르크와 엘비스 프레슬리, 더 카스, 토킹 헤즈가 되어 자신의 1980년대에서 기존의 모습들을 대거 증발시키기도 했다. 변화와 변칙이 익숙한 이 싱어송라이터에게 < Peace Trail >에 적용된 독특한 접근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 묘한 결과물이 이 하나의 음악으로 잘 구현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지나치게 돌출된 파트들과 거친 사운드 마감의 혼합은 음반을 지나치게 조악하게 만든다. 여러 실험을 담아내며 판단에 혼란을 제공했던 < Re-ac-tor >나 < Trans >, < Everybody's Rockin' >, < Landing On Water > 등의 1980년대 초중반의 앨범들도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쉬이 결함을 보이지 않았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지나치게 구겨놓고 왜곡해놓은 하모니카와 어지럽게 흩어지는 'My pledge'의 보컬 코러스, 그랜대디가 되지 못 한 'My new robot'의 로봇과 같이, < Peace Trail >을 이상한 작품으로 만드는 몇몇 부분들을 제외한다면 앨범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괜찮은 선율로 귀결되는 닐 영의 전형적인 송라이팅이나 앨범 곳곳의 까칠한 기타 리프와 동적인 퍼커션 비트에서 보이는 아티스트의 특유의 로킹한 터치는 음반에 좋은 곡들을 심어놓는다. 채 어우러지지 않은 형태로 갖고 있다 하더라도 'Peace trail'은 역동성이 가득한 멋진 포크 록 트랙에 해당하며 'Can't stop working'과 'Terrorist suicide hang gliders', 'Glass accident'도 좋은 멜로디를 가진 포크 트랙으로 꼽을만하다. 게다가 앨범 전반에 걸쳐 미국의 여러 현실들을 짚어내는 텍스트들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따른다. 분명 앨범에는 훌륭한 인자들 다수 포진돼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음반의 결점들을 헤치고 세밀하게 바라볼 때에 비로소 목격이 가능하다. 여러 장점들은 작품 전체에 깔린 불편한 요인들을 쉽게 뚫고 나오지 못 한다.
< Peace Trail >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앨범은 닐 영이 여전히 좋은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을, 현실로부터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작가라는 것을, 지금도 젊은 뮤지션들과 호흡하고 꾸준하게 실험 감각의 날을 세우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난해하다 못 해 난잡하기까지 해 보이는 음반의 형상은 < Peace Trail >에 놓인 긍정적인 요소들을 뒤덮고 또 가린다. 장단이 명확한 작품. 그래서 함부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는 묘한 작품이다. 닐 영은 간혹 별난 앨범들을 내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결코 근사하다고 하기는 힘든 '기이한' 앨범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 Peace Trail > 또한 그 중 하나로 바라봐야겠다.
-수록곡-
1. Peace trail

2. Can't stop workin'

3. Indian givers
4. Show me
5. Texas Ragers
6. Terrorist suicide hang gliders

7. John Oaks
8. My pledge
9. Glass accident

10. My new rob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