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Sia) - 'The greatest (feat. Kendrick Lamar)'
물론 올해 'Cheap thrills'로 빌보드 정상에 올랐으나, 시아의 2016년은 이 노래가 있어 더욱 찬란했다. '포기하지 마,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테야.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될 자유가 있어, 난 살아있으니까.' 용기를 북돋우며 당당하고 자신 있는 자아의 발현을 독려하는 가사와 이를 담고 있는 매끈한 음악이 감동을 안겼다. 여기에 이제는 한 명의 아이콘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켄드릭 라마가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지난 6월 벌어진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뮤직비디오를 논외로 해도, 노래는 그 자체로 훌륭했다. 울분을 깨트리는 목소리와 노랫말로 상처를 어루만진 올해의 '힐링'이자 '사이다'. (정민재)
플룸(Flume) – 'Never be like you (feat. Kai)'
데뷔 앨범 < Flume >부터 자국 차트에서 선전, 영국 밴드 디스클로저(Disclosure)와의 협업 'You & Me (Flume Remix)'로 유명세를 탄 이 호주의 젊은 프로듀서는 올해에도 꾸준히 준수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내다 버린 듯, 두 번째 정규작 < Skin >에서 그는 EDM과 팝의 경계를 유연하게 누비며 줄타기를 해냈다. 그 중에서도 'Never Be Like You (feat. Kai)'는 팝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또 성공적으로 끌어들인다. 차임벨을 연상시키는 선명한 도입부도 매력적이지만, 변칙적인 트랩, 퓨처 베이스 사운드가 이어지면서 곡의 진가가 발휘된다. 캐나다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카이(Kai)의 높은 보컬 톤이 어우러지며 중독성에 대중성까지 동시에 담보한다. 매끈하고 영민한 일렉트로닉-팝 조합물이다. (조진영)
파케이 코츠(Parquet Courts) – 'Dust'
오묘한 조합이 깔려있는 싱글이다. 4분에 몇 초 못 미치는 러닝 타임 동안 로 파이의 텍스쳐로 지저분함을 표시하기도 하고 노이즈와 자동차 경적소리로 너저분함을 표현하기도 하며 약간의 리버브 톤으로 어지러움을 표출해내기도 하나 'Dust'의 최종 목적지는 단순함에 닿아있다. 진행 시간만 길게 늘였을 뿐 전개 구조는 미니멀하기 그지없는 데다 개러지 록과 펑크 식 기타 리프, 모던 러버스(Modern Lovers)의 'Roadrunner' 식으로 운용되는 키보드 라인은 더 없이 단출하고, 텍스트는 결국 무(無)로 귀결된다. 펑크와 아트 펑크, 노이즈 록의 갖은 요소를 뉴욕의 파케이 코츠는 최소주의의 미학으로 엮어 독특한 결과물로 산출해냈다. 그래서 'Dust'는 복잡하다 못 해 난해하게 보이기도 하고 단조로움을 넘어서 짐짓 무성의해보이기도 한다. 그 상반되는 매력이 압권. (이수호)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 'CAN'T STOP THE FEELING!'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Happy'가 그랬듯, 뮤직비디오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연신 춤을 춘다. 여름의 시작에 불현듯 나타나 더위를 물리치며 지구촌 곳곳의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 트롤(Trolls) >에 삽입된 노래는 높은 예매율을 견인하며 홍보 역할도 완수했다.
흥겨운 신시사이저와 하이햇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기타와 베이스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어깨가 들썩인다. 펑키한 기타, 베이스와 섹시한 보컬이 유독 귀에 꽂힌다. 특히 보컬과 악기들의 밸런스는 곡의 진행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한다. 음악을 듣는 순간 리듬을 타고 주체하기 힘든 흥이 꿈틀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럴 때는 'So just dance dance dance'. (임동엽)
갤런트(Gallant) - 'Weight in gold'
1992년생의 섬세한 감수성 앞에 모두가 '무장해제'를 선언했다. 첫 정규 앨범 < Ology >의 타이틀곡이자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의 대표곡은 차가운 얼터너티브 알앤비 신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호기로운 혁신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통의 흐름과 트렌드를 함께 반영해 기존 장르에서 기대할법한 익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갤런트는 여기에 '여백의 미'를 더해 차별을 꾀했다. 유연한 리듬의 틈 사이로 내리찍는 전자음은 곡의 매력을 배가한다. 절정의 순간에는 소름끼치는 팔세토 창법을 내뿜으며 심연으로 사라진다. 음울하면서도 몽롱한 느낌의 사운드는 내면의 불안, 삶의 무게를 다룬 가사와 어우러진다. 바로 여기서 음악에 색을 우려내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올해, 우리는 이 매혹적인 신예 아티스트의 접수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정효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 'Dangerous woman'
바짝 올린 포니테일, 깜빡이는 큰 눈. 아직은 그 모습으로 더 익숙한 아리나아 그란데가 '위험한 여성'임을 선포한다. 성숙의 변화는 위켄드와 함께 한 'Love me harder'에서도 비춰졌다. 강해지고자 시도한 방향 전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명징한 보컬은 여전하고 록 기타가 견인하는 미묘한 긴장감도 좋다. 무엇보다 과하지 않은 속도가 R&B에 기초한 아리아나의 리듬감을, 유려한 음색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댄스 팝을 넘어 이런 끈적한 노래조차 잘 만드는 마이다스의 손 맥스 마틴과 함께 도약! 통통 튀던 하이틴 공주의 모습을 지워내고 팝 디바의 자리에 한층 다가가는 순간이다. (정유나)
엠83(M83) - 'Do it, try it'
연일 트렌드의 꼬리표를 달고 쏟아져 나오는 EDM 홍수 속, M83은 시류를 따르지 않고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물론 밴드의 음악적 영감이 언제나 '노스탤지어'의 돛을 달긴 했지만 이번 곡은 다르다. 더 가볍고, 경쾌하다! 전작의 드림팝, 슈게이징, 일렉트로니카의 요소가 뒤섞인 묵직한 꿈의 사운드를 기대한 팬들은 아쉬웠을 수 있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스피커를 타고 넘실대는 사운드엔 지극히 M83다운 터치가 일격의 카운트펀치를 날린다.
4/4 정박으로 리듬을 주조하는 킥 드럼은 유행에서 멀어진 디스코의 향취를 가지지만 이는 매력적인 건반과 터져 나오는 신시사이저를 통해 멋스럽게 유화된다. 여기에 종잡을 수 없는 곡의 흐름과 빌드업 후 몰아치는 광란의 사운드는 음악적 경계를 허물며 M83식 발칙함을 내보인다. 거침없는 음악적 행보와 맞물린 음악성. 엇비슷한 전자음악의 풍년 속 이 곡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다. (박수진)
제인(Zayn) - 'Pillowtalk'
올 한해 가장 섹시했던 곡. 덕분에 데뷔 싱글로 빌보드 차트 정점에 오른 첫 영국 아티스트로 남게 되었다. 자극과 본능의 수위를 줄타기하며 욕망을 표출하는 모습이 놀라웠던 가사와 그 분위기를 놓칠 수 없겠다. 그 와중 올 한해 케케묵은 소재가 되어버린 'Sex'라는 담론을 어느 정도 지적으로 풀어내 관능미를 동시에 손에 움켜쥐었다. 버블검을 불며 '한길'로 걷던 소년이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 훌쩍 커버린 외양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일반적인 R&B 보다 전반적으로 템포가 다운된 팝 록에 가깝다. 하이라이트라는 방점이 찍히지 않고 평이하게 흘러가지만 그 안정감과 유려함이 선사하는 '귀르가즘'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다. 이 청년이 보여주는 리비도가 우왕좌왕 돌출하지 않고, 성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음은 앞으로도 음악계의 축복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청소년은 되도록이면 듣지 않았으면. (이기찬)
퍼블릭 액세스 TV(Public Access TV) – 'In love and alone'
팝으로, 뉴웨이브로, 아트 펑크로 나아가는 스트록스에게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단순성과 복고성을 퍼블릭 엑세스 TV는 갖고 있다. 뉴욕 펑크의 또 다른 상속자인 퍼블릭 엑세스 TV는 폭풍처럼 왔다가 순식간에 사그라든 개러지 록 리바이벌의 명맥을 이어간다. 더 카스 풍의 파워 팝 사운드에 기초해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미니멀한 구성, 간편하면서도 캐치한 멜로디를 내세워 만든 복고식 개러지 록, 펑크가 실로 매력적이다. 'In love and alone'은 이러한 밴드의 스타일이 매우 잘 드러나는 좋은 싱글. 낯선 음악은 분명 아니나 밴드가 표출하는 날 것의 이미지가 신선함을 다시금 충분하게 불러일으킨다. 그런 점에 있어 'In love and alone'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이수호)
저스티스(Justice) - 'Safe and sound'
성가대의 합창을 닮은 인트로부터 심상치 않다. 이내 비장한 스트링 선율이 '강림'하고, 거친 디스토션 사운드를 덜어낸 벌판 위를 슬랩 베이스가 야생마처럼 질주한다. 세 번째 앨범 < Woman >의 선공개 수록곡인 이 곡은 2011년 < Audio, Video, Disco. >부터 사운드의 밀도를 서서히 줄여 온 음악적 변화의 연장선이다. '거칠고 꽉 찬' 데뷔앨범 < † >(2007)의 음압이 사라진 자리에 허전함을 느낄 법도 한데, 비트와 리듬을 다루는 이들의 실력은 쉴 틈 없이 어깨를 몰아치며 다른 방식의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완벽에 가까운 드라마틱한 구성은 덤. 아티스트의 변신이 언제나 무죄는 아니지만,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뿌듯한 마음으로 '혐의 없음'을 선언하겠다.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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