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맨(Frontman) 지코와 프로듀서 팝타임(Poptime)은 이번에도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단연 압권은 두 번째 트랙 'Toy'이다. 최신 경향을 반영한 베이스 라인과 신시사이저를 기조로 비참하고 처절한 '을의 사랑'을 장난감에 비유하여 노래한다. 'Toy'의 철자가 우는 얼굴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을 비롯하여 '사랑이 장난이면 가차 없이 날 이용해'와 같은 펀치라인의 활용은 곡의 매력을 더욱 강화한다. 그들이 활동 초반에 몇 차례의 스캔들을 겪었다는 사실 또한 이른바 '찌질한' 이미지 형성에 한몫하면서 감정 몰입에 일조한다. 콘셉트의 완벽한 승리이다.
꽤나 많은 멤버 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탓인지 각자의 개성은 그룹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조화를 갖추지만, 앨범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몇 년 후에'와 'Toy'를 제외하면 블락비만의 빼어난 특색을 뽐내는 곡을 찾아보긴 어렵다. '사랑이었다'에서의 태일은 곡의 세세한 감정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음을 소화할 뿐이며 딘이 제작한 '빙글빙글'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힙합곡 양산의 일환으로 귀속할 뿐이다.
희망적인 것은 멤버 박경이 예상치를 웃도는 음악적 역량을 지니고 있음이다. 시원시원한 발성과 더불어 그의 특유한 음색의 스타일이 반영된 프로듀싱 자질은 솔로 싱글 '보통연애'를 기점으로 발현하여 'Walkin` in the rain'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소질이 음반 전반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단발적인 역할에 그침으로써 블락비 내부에 새로운 시너지를 생성하지 못하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수록곡-
1. 몇 년 후에

2. Toy

3. 사랑이었다 (Song By 태일)
4. Walkin` in the rain
5. 빙글빙글 (Song By 비범, 유권)
6. 몇 년 후에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