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BR&B는 유래나 탄생에 대해 명확히 명시할 수 없는 장르다. 수많은 선구자들과 진취적인 성향의 뮤지션들이 거론되긴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장르를 창조하거나 탄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PBR&B의 전조를 암시한 뮤지션은 얼마 전 고인이 된 프린스(Prince)라 할 수 있다. 80년대의 그의 작품들, 예를 들어 'Kiss'와 같은, 비트에 상당한 에코를 부여하거나 신시사이저를 과도하게 사용한 곡들은 PBR&B의 시조 격이라 불린다.
PBR&B는 2010년대 초반, 우울하고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선호하던 당시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변이체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대중음악의 큰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힙합, 일렉트로니카의 요소들과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얼개가 서로 뒤섞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가장 큰 특징은 가사이다. PBR&B는 수위 높은 표현과 자유로운 형식을 통해 약물과 섹스 혹은 아티스트 개인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나 철학에 대해 논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힙합과 맥이 닿아있는 부분이다. PBR&B에서 등장하는 남녀는 사랑과 같은 깊은 정서적 맺음에서 대부분 실패한 관계거나, 육체만을 탐하고 헤어지는 단발적인 관계가 대부분이다. 소위 '쿨'하다고 불리는 이러한 성격이 일반적이지 않은 문화를 선호하는 힙스터에게 사랑받은 가장 큰 성질일 것이다.
|
힙스터 사이에서 유행하던 비주류 장르를 현재의 위상까지 끌어올린 뮤지션으로는 음울한 기조의 일렉트로니카를 힙합과 접목한 < 808s & Heartbreak >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를 포함한, 여럿이 언급된다. 그중에서도 캐나다 출신의 래퍼 드레이크(Drake)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그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래와 래핑의 중간에 위치한 가창 방식을 크게 유행시키고, 이는 PBR&B의 구체화된 스타일 확립에 영향을 끼쳤다.
위켄드(The Weeknd), 프랭크 오션(Frank Ocean) 그리고 미구엘(Miguel)이 대표적인 장르 뮤지션이다. 그중에서도 PBR&B를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견인한 이는 당연, 위켄드다. 위켄드는 세 장의 믹스테이프 < House of Balloons >, < Thursday >, < Echoes of Silence >로 자신만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해오다 두 장의 정규음반, < Kissland >와 < The Beauty Behind The Madness >를 발표한다. 특히 2015년에 발매된 < The Beauty Behind The Madness >의 수록곡들, 'Earned it'과 'The hills', 'Can't feel my face'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한순간에 스타로 부상, 대표적인 장르 아티스트로 떠올랐다.
프랭크 오션은 위켄드와 결이 다르다. 그의 음악은 대중과는 거리가 먼, 전위적인 성격을 띠며, 힙합과 일렉트로닉뿐만 아니라 소울, 사이키델릭, 펑크(Funk) 등 다양한 장르들을 섞어낸다. 여러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가사 또한 그의 음악의 난해한 성질을 대표한다. 2012년에 발매된 그의 스튜디오 데뷔작 < Channel Orange >은 현시대의 청춘들의 실상을 낱낱이 까발리는 음반. 자신만의 색이 확연히 드러난 < Kaleidoscope Dream >의 미구엘 또한 놓쳐선 안 되는 장르 아티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