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1991년 소니 뮤직 주최로 열린 < Voice Of Asia > 페스티벌에 참가할 한국 대표를 뽑는 오디션에서 최종 후보 12명 중 1위를 차지하면서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훗날 롤러코스터의 보컬리스트가 되는 조원선, < 남자의 자격 >으로 유명세를 탄 박칼린, 드라마 OST의 여왕 오현란 등이 김정은에게 밀린 후보들이었다. 이 경쟁자들을 압도한 김정은의 가창력은 '프로포즈'에 고스란히 발현된다. 두성과 록 그리고 알앤비 창법까지 섭렵하며 한 노래에서 다채로운 보컬을 선보인 그는 당시 활동하던 여가수 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댄스곡이라는 이미지에 가려 그 실력은 과소평가되었다. '어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마, 너 다운 행동일 뿐이야, 무슨 말을 먼저 할까 망설이지 마, 니가 먼저 고백해야 돼'의 시원시원한 샤우팅은 나중에 김현정에게 영향을 주었고 후반부의 소울풀한 창법은 선배 가수 박미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나를 못 본 척 피해가면서 안절부절 하지 마
원래 조용한 성격인거니 여자 같은 넌 답답해
먼저 프로포즈하기엔 내 자존심이 널 허락치 않아
넌 먼저 얘길 왜 못하니 마음에 없는 거니 용기가 없는 거야
어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마, 너 다운 행동일 뿐이야
무슨 말을 먼저 할까 망설이지 마, 니가 먼저 고백해야 돼'
마로니에의 남성 멤버 백종우가 작곡하고 김정은이 가사를 쓴 '프로포즈'는 연약한 남성에 대한 일갈과 그의 고백을 기다리는 여성의 순진함이 동시에 자리한, 시대상을 반영한 노래다. 하우스 댄스와 록, 소울이 조화롭게 발현된 '프로포즈'는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나 '이브의 경고' 그리고 윤선의 '남자 길들이기' 등과 함께 1990년대 중반, 남성에게 끌려 다니지 않는 당당한 여성의 태도를 드러낸 노래 중 하나였다.
'프로포즈'는 199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12위까지 오르고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 영국 대표로 참가한 호주 여가수 지나 지의 'Ooh aah... just a little'의 건반 연주뿐만 아니라 하우스 리듬으로 외형을 감싼 전체적인 분위기도 유사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은의 '프로포즈'가 지나 지의 노래보다 1년 먼저 발표되었다는 것. '프로포즈'는 팝에 밀리지 않는 독창성과 대중적인 멜로디를 지니고 있는 우리 노래였다.
가수 이은하의 외사촌 동생으로 현재 백성예술대학교 강단에 서고 있는 김정은은 2016년에는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의 가수 장덕의 노래를 리메이크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뛰어난 보컬리스트인 김정은과 그의 대표곡 '프로포즈'는 재평가 받아야 할 우리 시대의 디바이고 댄스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