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에 라틴팝이 전 세계를 호령하기 전인 1996년에 발표된 '풍요 속의 빈곤'은 김부용을 스타덤에 안착시켰다. 또래의 젊은 가수들이 댄스 음악이나 발라드로 돌진할 때 그는 카리브해의 민속음악 맘보로 승부수를 띄웠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풍요 속의 빈곤'은 맘보 노래는 아니다. < 아비정전 >에 흐른 'Maria Elena'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레게가 살짝 덧입혀진 유로 댄스곡으로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스웨덴 그룹 에이스 오브 베이스 스타일의 유로 댄스 음악과 유사했다. 도입부에 등장한 'Maria Elena'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풍요 속의 빈곤'은 아카데미 최초로 흑인 아티스트에게 음악상을 선사한 아이작 헤이스의 영화 < 샤프트 >의 주제음악 일부를 샘플링해 맘보에서 댄스로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그리고 다시 'Maria Elena'로 끝을 맺는 '풍요 속의 빈곤'은 맘보의 외형을 차용한 댄스곡이다. 거기에 일본 그룹 체커즈의 노래를 표절한 주요 멜로디까지, '풍요 속의 빈곤'은 내형과 외형 모두 순수 창작이 아닌 껍데기 노래다.
1990년대 활동했던 댄스 가수들의 가창력이 다른 시대보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처럼 김부용의 그것 또한 뛰어나지 못했다. 음악 실력 대신 일회성 화제로 인기를 얻은 이 미남 가수의 이후 이력은 풍족하지 않았고 풍요롭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