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내면세계가 풍기는 향기를 곡에 투영하려고 노력하던 그는 인생에서 겪은 2번째 상실을 그만의 방식으로 풍성하게 풀어내었으나 안타깝게도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미국 차트 9위, 영국차트 13위. 같은 달 발매된 링고 스타 대표 앨범 < Ringo >가 빌보드 2위까지 박차 올라 비교되는 상황에서 레논이 느꼈을 상념은 컸을 것이다.
몇몇 비틀마니아들은 재앙으로까지 치부하던 요코 목소리는 앨범에서 들리지 않는다. 레논이 직접 사진을 오려붙여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앨범커버를 살펴보면, 마치 지구의 배꼽 에어즈락 같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요코의 영향권에서 걸어 나오는 레논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앨범보다는 선언문에 가까웠던 전작에 비해선 대중성을 띄고 있다. 반전(反戰) 사상의 'Bring on the Lucie (Freda People)', 사람만이 변화를 이끈다는 교리를 담은 곡 'Only people', 3초간의 침묵을 담아낸 'Nutopian international anthem' 정도만이 정치적이다.
남겨진 곡들의 분위기는 종잡을 수 없다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채색이다. 첫 곡 이미 1967년부터 만들던 'Mind Games'는 심플한 멜로디에 트레몰로에 가까운 비브라토를 얹어 혼돈을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오노에게 용서를 구하는 'Aisumasen (I'm sorry)'과 'One day (At a time)', 세상살이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무던히 덮어지는 오버더빙에 담아 실어내는 'I know (I know)'까지 그의 감정은 모노-톤에 가깝다. 버디 홀리(Buddy Holly)를 기리며 로커빌리로 일관하는 'Tight A$'와 'Meat city', 블루지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후반부 가스펠 성부로 쌓이는 'Out the blue'까지도 귀를 사로잡기에 흡입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혼돈 가득한 앨범이다. 잊혀질 수 있다고 여기던 연인은 아직도 그를 푸른 바다에 가두고 있었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으나 진보적 메시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다만 우리가 1970년대 초중반을 살아가던 시대의 마지막 혁명가에 일면을 파악할 수 있음은 앨범이 가져다준 선물. 정제되지 않은 심장고동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귀를 기울인다면 그 파동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을 테다.
-수록곡-
1. Mind games

2. Tight A$
3. Aisumasen (I'm sorry)

4. One day (At a time)
5. Bring on the Lucie (Freda peeple)

6. Nutopian international anthem
7. Intuition
8. Out the blue

9. Only people
10. I know (I know)
11. You are here
12. Meat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