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현상은 연습생 숫자가 어마어마함을 암시한다. Mnet은 올해 초 여자 연습생 101명을 집결시킨 데 이어 남자 버전 < 프로듀스 101 >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인원을 꾸리기가 어렵지 않으니 가능한 기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4 대중음악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집계된 음반 제작 기획사는 무려 1,116개나 된다. 이들 회사마다 네 명으로 구성된 팀 하나를 제작한다고 가정해도 수는 엄청나다. 항간에 떠도는 연습생 인구가 1백만 명에 달한다는 말은 과장이겠으나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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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망생이 아이돌로 환골탈태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사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단의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회사 사정 때문에 좌절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데뷔에 대한 확실한 기약 없이 거듭되는 고된 담금질에 지쳐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누구나 다 스타로 거듭나지는 않는다.
지난 4월 19일 MBC < PD수첩 >은 '아이돌 전성시대, 연습생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연습생들이 겪는 문제점들을 조명했다. 언젠가는 데뷔할 것이라는 희망고문, 성형과 몸매 관리에 대한 압박, 가수 데뷔에 실패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맞닥뜨리는 상실감과 불안감, 경제적인 어려움, 성상납 제의 등을 짚었다. 누구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아이돌처럼 되기를 소망하지만 업계의 현실은 역경의 연속임을 밝혔다.
방송에서도 언급됐지만 많은 지망생을 가장 혹하게 하는 것은 빨리 데뷔가 이뤄진다는 제안이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지소울은 15년 만에 자신의 첫 음반을 냈다. 2AM의 조권도 연습 기간이 길었다는 이력으로 유명하다. < 프로듀스 101 >에 출연했던 허찬미는 연습생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대부분 아이돌 가수가 5, 6년 정도의 기간을 연습생으로 지낸다. 사정이 이러니 금방 데뷔할 수 있다는 말은 더없이 달콤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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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공고를 내는 회사는 지망생에게 투자금을 요구하곤 한다. 음반 제작과 활동에는 당연히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금액을 지망생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것은 그 회사의 기반이 허술하다는 증거다. 노래 하나를 만들고 홍보하는 데에 몇 천만 원은 기본으로 드는 업계에서 제작비가 없어서 빌빌거리는 회사에 꿈을 함부로 의탁해서는 안 된다. 혹여나 자산이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제작비도 융통하지 못하는 무능한 회사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제작비를 보태라고 할 때에는 반드시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자본이 자기 음악을 간섭하는 것을 꺼리는 인디 뮤지션이나 자비를 들여 노래를 만든다.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실력과 자질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활동을 지원해야 할 회사가 엄연히 있는데도 사비를 지출해야 한다면 본인의 매력이 떨어지거나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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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만들어진 그룹은 경쟁력과 특징이 달릴 수밖에 없다. 유명 작곡가의 곡을 살 형편이 안 되기에 노래는 대체로 허접하다. 특히 걸 그룹들은 눈길을 끌기 위해 과도한 섹스어필을 행하는 상황이 잦다. 2014년 한 편의 싱글을 낸 뒤 자취를 감춘 포엘이나 최근 'Oh hey-ya'로 데뷔한 엔이티가 이 군에 속한다. 혹은 뻔한 귀여운 콘셉트만 답습할 뿐이다. 방송 출연은 처음부터 단념하고 행사 위주로 돌리는 경우도 흔하다. 단명은 정해진 운명이다. 경험이 좋은 스승이라고 하지만 이런 체험은 안 하니만 못하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이들은 이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가장 젊고 아름다울 나이에 빛을 내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 고충을 감내한다. 아직 기획사에 발탁되지 않은 지망생에게는 이마저도 복에 겨운 일이다. 때문에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매니지먼트사의 감언이설, 가당찮은 요구에 농락당하기 십상이다. 부디 조바심에 섣불리 판단해서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