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흐름의 한계 또한 이 그들로부터 포착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ないものねだり' 이후 '盛者必衰の理、お断り(성자필쇠의 이치, 거절)', 'フルドライブ(Full drive)' 등의 싱글에서 반복되는 유사 작법이 피로감만을 파생시킨 탓이 컸다. 이처럼 히트 후의 중압감은 비슷한 곡들의 양산을 초래했고, 세일즈적 성공과는 달리 스튜디오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남이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헤드라이너의 길목에서 멈춰야만 했던 것은, 그들의 음악과 공연은 순간만 있을 뿐 무언가 여운을 남길 만한 지속성이 없던 탓이 컸다.
그 매너리즘 속에서, 이를 타파할 무기로 그들은 초심을 꺼내들었다. 인디 시절 밴드에게 있었던 코끝이 저리는 현실에서의 여운. '眠れぬ森の君のため(잠들지 않는 숲 속 그대를 위해)'의 가사로 대변되는 그들의 초창기 정서엔, 감정의 격동을 거쳐 짠하게 다가오는 절실함이 있었다. 요 몇 년간 '성과'를 위한 압박감에 눈도 뜨지 못한 채 달리고만 있었다면, 다행히 이번엔 정확히 고개를 들고 좀 더 자신들의 내면을 향해 차분히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앨범 제목인 'Origin'이 앨범의 타이틀로 이보다 적확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다.
성장의 중심축은 기타를 맡고 있는 코가 하야토(古賀 隼斗)가 쥐고 있다. 프론트맨인 타니구치 마구로(谷口 鮪)의 송라이팅도 프레셔에서 벗어나 좀 더 짜임새 있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것이 회귀가 아닌 발전으로 명명되는 것은 바로 러닝타임 전반을 지배하는 기타의 사운드메이킹과 솔로잉 덕분이다. 평소 전력의 두 배는 먹은 듯한 디스토션이 이를 받쳐주기 위한 리듬파트의 분발을 촉구하며, 어느 때보다 의욕 있게 겹쳐진 밴드 사운드의 두께는 여태껏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카나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펑크와 메탈, 하드 록, 블루스 등 장르구분없는 레퍼런스로 치장한 코가의 솔로 프레이즈는 필요할 때마다 절정을 견인하며 작품의 인상을 결정짓는 포인트로 분한다,
앨범을 걸자마자 터져 나오는 'オープンワールド(Open world)' 속 기타의 단말마가 신보의 성격을 단번에 규정짓는다. 드럼에게 두 마디를 양보한 후 곧바로 치고 나오는 두 디스토션의 하모니는 그야말로 달라진 밴드의 모습을 단번에 체감하게 해준다. 'なんでもねだり(뭐든지 졸라)', 'ランアンドラン(Run and run)'와 같은 트랙에서 보이듯 일인칭에 치우쳐져 있던 노랫말은 모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자신들의 각오를 이야기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리듬과 동어반복에서 벗어나, 타이트한 구성과 쫄깃한 연주만으로 고유의 흥을 재현해내는 'anger in the mind' 정도 까지 오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가 되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하락세만 남았다고 생각했더니, 그야말로 카운터펀치를 맞은 느낌이다. 스스로 촉발시킨 댄스 록 신을 후배들을 위한 유산으로 남겨둔 채, 그들은 이제 좀 더 생명력 있는 뮤지션의 영역으로 그 발걸음을 옮기려 한다. 물론 기존에 해왔던 스타일 또한 그들의 주요 무기로서 남아있겠지만, 그뿐만이 아닌 무언가를 가슴속에 남기는 음악을 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다시금 찾아왔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지는 가장 커다란 의의다. 네 명의 자아가 합쳐져 만들어진 소리가 가진 본래의 모습, 그 기원을 충실히 담아낸 팀의 최고 걸작. 'スタンドバイミー(Stand by me)'라는, 앞으로 공연의 말미에 자주 울려 퍼질 이 노래의 가사처럼, 밴드의 미래는 그 본모습을 되찾음과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는 중이다.
'잠시 잊고 있었어 용서해 줘/ 예전과 같이 너를 만나고 싶어 그거면 돼'
- 'Stand by me' 중 -- 수록곡 -
1. オープンワールド(Open world)
2. 机上, 綴る, 思想
3. なんでもねだり
4. ランアンドラン(Run and run)
5. anger in the mind
6. インディファレンス(Indifference)
7. talking
8. グッドバイ(Good bye)
9. 革命(혁명)
10. ダイバー(Diver)
11. スタンドバイミー(Stand by me)
12. Ori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