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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OST들을 얻기 위해 40년을 기다렸다” < 조이 >의 감독 데이빗 O. 러셀이 배경음악 제작을 상기하며 꺼낸 말이다. 그는 전작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2)에서도 스티비 원더와 밥 딜런의 곡을 가져오는 등 사운드 트랙에 공을 들여왔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크림, 롤링 스톤스, 비지스의 노래가 튀어나오는 순간 올드 팝 팬들은 유독 즐거웠을 것이다. 삽입곡 목록에 없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A little less conversation'나 닐 영이 소속됐던 버팔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의 'Expecting to fly'까지 눈치 챘다면 숨겨진 곡도 잘 잡아내신 것이다. 1960년 후반부터 1970년대 히트곡들을 꿰어 만든 플레이리스트는 추억과 공감을 일으키며 영상으로 끌어당긴다.
영화는 조이(배우 제니퍼 로렌스)를 중심에 두고 흘러간다. 주인공 이름은 대본의 배경이 된 인물 조이 망가노에서 따왔겠지만, 가족을 위해 늘 강인하고 기뻐야하는(Joy) 존재기도 하다. 발명가의 꿈을 접고 살아온 그를 17년간 땅속에 숨어산 매미로 비유되기도 한다. 엄마이자 가장으로서 생계를 이어가는 고단한 때, 흐르는 OST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때로는 극적으로 부각한다. 예고편 결혼식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비지스의 'To love somebody'가 실제 영상에서는 부부 싸움, 파경까지 함께 하는 식이다. 일터에서 잘리고 총을 쏘며 화를 분출할 때 'I want to be happy'(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노래)가 울려 퍼지니. 훗날 CEO로 올라설 그지만 행복이 멀리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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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로맨틱한 수록곡은 < 러브 액츄얼리 >와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남녀 주연이 함께 부른 'Something stupid'(프랭크 시나트라와 그의 딸 낸시 시나트라 듀엣곡)와 냇 킹 콜의 'A house with love in it'은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분위기를 담아낸 예다. 다만 대부분의 사운드 트랙은 “마초”적인 색깔로 뭉쳐있다. 크림의 'I feel free'를 비롯해 랜디 뉴먼이 작곡한 쓰리 도그 나이트(Three Dog Nights)의 'Mama told me not to come', 이와 같은 힘찬 곡들이 작품을 여리게만 흘러가지 않게 뒤튼다. 그 순간 시나리오는 발명품을 상품으로 내놓기까지의 갈등, 남성들의 제조업 세계에서 여성이 받는 편견을 다룬다. 역동적인 음악은 실패를 극복하는 조이를 단단히 표현하고 끝내 CEO가 된 결말까지 자축한다. 공장을 몰래 들어갈 때 울려퍼지는 롤링 스톤즈의 'Stray cat blues', 내리쬐는 텍사스 태양빛 아래 징글거리는 기타 소리는 관객에게 묘한 쾌감을 안겨준 대목이다.
주인공의 성공 이야기 외에도 영화는 인종과 기회평등을 담고자 했다. 백인 엄마를 사랑에 빠지게 한 크레욜 배관공(Creole : 프랑스 이민자와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천대받던 물건에서 히트 상품이 된 걸레, 평범한 의상으로 방송을 해낸 조이. 모두 피부색과 계급의 격차를 허물고 일구어낸 성취다. 감독은 의식적으로 흑인 배역을 만들어 자주 등장시켰고 음악에서도 장르와 지역을 섞어낸 노력이 보인다. 수록곡에 엘라 피츠제럴드, 리 모건(Lee Morgan) 등의 재즈 뮤지션들이 많은 이유도 우연이 아니다. 크림의 'I feel free'를 커버하고 'Gimme all your love'로 잠깐 등장하는 앨라배마 셰익스의 브리트니 하워드 역시 흑인 혼혈. 그의 찢어지는 목소리는 존재감을 발휘하며 고전 곡들 사이에 생동을 불어넣었다. 벡(Beck)의 아버지 데이비드 캠벨은 현악기로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조이의 심리를 표현하는 마음 소리가 되어준다. 보사노바와 재즈, 록, 성가 합창까지 백인과 흑인을 대표하는 장르들은 뒤섞여 풍성한 색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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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극장계에서는 어벤져스 영웅들이 맞붙는 와중, 일반인을 주제로 한 힐링작 더욱이 관객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임을 아는 스토리는 흥행에 제약을 준다. 다만 성공담이 가진 짙은 긍정성은 쳐져 있던 이에게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마법을 전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인턴'처럼 동경할만한 대기업 세계가 아닌, 꿈의 무게를 보다 현실감 있게 그린 것에도 감독 데이빗 O. 러셀의 색깔이 스며있다. 연속극을 계속 활용하며 산만한 단점도 남겼지만, 적재적소의 선율로 환기함으로서 유독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기억되게 한다. 발명을 향한 집념을 노래 속 에너지로 강조한 것, 흑과 백을 조화시켜 만들어낸 곡 목록은 사운드 트랙에 늘 열의를 보였던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던 점. 그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OST는 영화에 조용한 힘을 불어넣는다. 덕분에 극 초반 예쁜 아가씨 미모를 자랑했던 1990년생 제니퍼 로렌스는 어느새 강인하고 멋진 여성의 옷을 입는다.
-수록곡-
1. I feel free - Cream
2. Joy romantic theme – David Campbell

3. Aguas de marzo – Edgar Ramirez
4. The sidewinder – Lee Morgan
5. I want to be happy (Single Ver.) - Ella Fitzgerald

6. In the bleak mid winter
7. Notre pere, op. 14 - Salzburg Bach Choir, Alois Glasser
8. Mama told me not to come - Edgar Ramirez, Ray de la Paz, The Peditro Martinez Band
9. Something stupid - Jennifer Lawrence & Edgar Ramirez
10. To love somebody - Bee Gees
11. I am in love - David Campbell
12. Mop drawing - David Campbell, West Dylan Thordson
13. Racing in the street - West Dylan Thordson
14. Sleigh ride - The Ronettes
15. Stray cat blues - The Rolling Stones

16. Texas – Blake Mills, David Campbell, West Dylan Thordson
17. Markham - Blake Mills
18. A house with love in it – Nat King Cole

19. I feel free – Brittany Howard

20. Joy theme - West Dylan Thordson
21. I feel free (Bonus Track) – Brittany Ho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