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다. 이번 음반을 구축하는 포맷과 사운드, 컬러를 이전의 데이비드 보위 음반들에서 본 적이 있던가. 물론 이 아티스트는 다수의 경력을 아트 록적인 기질로 칠해왔다. 그러나 그 종류가 < Low >, < “Heroes” >, < Lodger > 등의 베를린 3부작, 혹은 그즈음을 전후로 한 작품들에서의 음악과 전적으로 동일하다고 하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성분들이 < Blackstar >를 꽤나 독특한 작품으로 만든다. 재즈와의 밀도 높은 접합 또한 마찬가지다. 해당 장르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만큼 재지한 터치를 자주 보여 온 데이비드 보위이나 앨범의 큰 줄기에 이를 완연히 이식시켜 노출했던 적은 전무에 가깝지 않나. 그래서 이번 앨범은 재미있기도 하다. 디스코그래피에 또다시 참신함을 불어넣었다는 점도 흥미로운 데다 정작 1970년대, 1980년대에 그 스스로도 하지 않았던 스타일을 꺼내 들어 매만졌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작가의 천재성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지점들이 곡 면면에 녹아있다. 'Blackstar'에서 보이는 멜로디 테마의 다채로운 변이와 'Lazarus'의 뼈대를 만드는 점층적인 전개 방식과 같은 큰 단위의 성분들, ''Tis a pity she was a whore'를 장식하는 전위적인 색소폰 연주와 'Sue (or in a season of crime)', 'Girl loves me'를 뒷받침하는 분절화된 비트 등과 같은 작은 단위의 성분들이 모여 데이비드 보위의 2010년대 아트 록 행성을 멋지게 건설한다. 여유로우나 도통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모습들에서도 높은 역량이 드러난다. 긴장을 쥐락펴락하는 장치들이 간헐적으로 튀어나오지만 탄탄한 곡 진행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단순한 돌출에 지나지 않게 하며, 전체적으로 부피감을 크게 키워 음향을 운용하고 있으나 적재적소에 알맞은 사운드들을 등장시키고 끼워 맞춰 내실을 충실히 채웠다.
긴 러닝 타임에 급진적인 변칙들이 가득해 까다로운 면도 이 음반에 적잖이 존재한다. 속히 말하는 킬링 트랙의 조건에서 대다수의 곡들은 상당히 벗어나 있다. 그러나 캐치한 면이 아예 없는 것 또한 아니다. 'Blackstar'를 지나 ''Tis a pity she was a whore'로 넘어갈 무렵 등장하는 경쾌한 리듬, 'Sue (or in a season of crime)'의 개시를 알리는 로킹한 기타 리프, 데이비드 보위의 깊은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Blackstar'와 'Dollar days', 'I can't give everything away' 등에서의 유려한 멜로디를 난해하다는 앨범의 감상만으로 가릴 수는 없다. 개개의 곡들도 충분히 소구력을 발휘한다.
영생하는 것이라 믿어야겠다. 데이비드 보위의 영롱한 창작력은 반짝임을 그칠 줄 모른다. 3년 전, < The Next Day >를 통해 매끈하고도 멋진 아트 팝 사운드를 보여주었던 이 위대한 아티스트는 어제의 수작만큼이나 훌륭한 결과물을 들고 나왔다. 매혹으로 가득한 도발, 재기가 묻어나는 수많은 접근, 결코 늙지 않는 시각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앨범을 빛내는 데다 전작보다 더욱 강도 높은 혁신까지 등장해 음반에 실험성까지 부여한다. 의심할 여지없는 명작이 또 다시 탄생했다. 모두가 예상했을 음악적 변신이라는 과업을 충족함과 동시에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음악적 변신을 훌륭히 달성했다. 탈바꿈의 귀재로서 변혁으로 평생을 살아온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데이비드 보위는 이번에도 내보였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노련미와 원숙미를 자아내며.
-수록곡-
1. Blackstar

2. 'Tis a pity she was a whore

3. Lazarus
4. Sue (or in a season of crime)

5. Girl loves me

6. Dollar days
7. I can't give everyting aw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