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쿠거(Cougar)는 주로 밤에 먹이를 사냥하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입니다. 고양잇과 동물들 중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이 고유명사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가면 자신보다 평균적으로 8살 정도 어린 남성을 좋아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는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중년이 되어서도 연하의 남자와 로맨스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자신이 아직 아름답다는 확인받는 셈이겠죠. 한마디로 자신감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남자에겐 '기둥서방적 마인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대인 동시에 여성의 원숙미를 경험(?)할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하죠.
이번 하나씩 하나씩에서는 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인 '젊은 남성을 엉큼하게 좋아하는 욕망 아줌마'에 대한 노래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Diana - Paul Anka
'나는 너무 어리고 당신은 나이가 너무 많대요.
사람들이 뭐라던 신경 안 써요.
당신이 꼭 끌어안아 줄 때면 온 몸이 떨려요.
오, 내 사랑, 당신은 최고예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도 날 사랑하나요?'
폴 앵카는 조숙했나 봅니다. 15살 때 자기보다 5살이나 연상이던 여인을 좋아해서 만든 노래가 바로 그 유명한 'Diana'니까요. 남들이 뭐라고 하던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이 무대뽀 정신은 음반사 오디션 때 자기가 만든 이 곡을 불렀다는 것에서도 간파할 수 있죠. 그의 이런 자신감은 폴 앵카에게 최초의 10대 밀리언셀러 싱어 송라이터라는 직함을 부여했습니다.
2. Hot for teacher - Van Halen
학창시절 때 예쁜 여자 선생님에 대한 위험한 상상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밴 헤일런이 1984년에 발표한 'Hot for teacher'의 뮤직비디오에서 금발의 미녀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스트립댄서처럼 춤을 추자 남자 아이들은 좋다고 환호하죠. '수업이 끝나면 만나주세요 / 선생님 때문에 흥분했어요 / 선생님한테 푹 빠졌어요'라는 가사 역시 당시 미국의 보수단체로부터 비난을 들기 충분한 노랫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남학생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여자 선생님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대변하는데요. '나는 안 그랬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10대 때 그런 발칙한 상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예쁜 여자 선생님이 없었거든요.
3. Desiree - Neil Diamond
중후하고 신사 이미지를 갖고 있는 닐 다이아몬드도 남자입니다. 그 역시 연상 여인에 대한 로망을 여지없이 드러냈는데요. 1977년에 발표한 'Desiree'에서 그는 힘찬 분위기로 노래의 주인공보다 2배 이상 나이가 많은 여인에 대한 애정과 흠모를 담아냈죠. 여기서 그는 어느 여름날, 그녀는 아침 태양처럼 자기에게 다가왔고 드디어 남자가 되었다고 노래합니다. 그 여인이 어떻게 소년을 남자로 만들어줬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4. Stacy's mom - Fountains Of Wayne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10대 초반의 발칙한 꼬마 녀석이 친구인 스테이시의 엄마를 좋아한다는 내용인데요. 이 노래를 듣고 카스의 'Just what I needed'를 떠올렸다면 대단한 팝마니아입니다. 실제로 파운틴스 오브 웨인의 리더 아담 슐레진저는 카스의 'Just what I needed'에게 바치는 곡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도입부가 똑같죠. 기본적으로 1980년대 초반의 뉴웨이브에 기반을 두고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붐을 이뤘던 팝펑크의 문법을 절묘하게 섞은 음악으로 2003년에 인기를 얻은 곡입니다. 빌보드 싱글차트 21위를 기록했고 파운틴스 오브 웨인은 이 노래로 그래미 최우수 팝 보컬 그룹 부문 후보에도 올랐죠.
5. Maggie May - Rod Stewart
로드 스튜어트의 첫 경험 상대는 연상이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구요? 그의 대표곡 'Maggie May'가 자신의 얘기였다고 로드 스튜어트가 밝혔기 때문입니다. 16살 때 재즈 페스티벌에서 만난 여인과의 불꽃같은 사랑 혹은 섹스를 하지만 로드 스튜어트는 단지 그 누님의 육체적 욕망의 대상일 뿐이었죠. 로드 스튜어트의 이 실제 경험은 노래에서 이렇게 환생했습니다.
'9월 말이 됐고 이제 나는 학교로 돌아가야 해요.
내가 당신을 즐겁게 해준다는 건 알지만 나는 이용당하는 것 같아요.
매기,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당신은 혼자 있기 싫어서 나를 집에서 불러냈죠.
당신은 내 마음을 훔쳤고, 그래서 내 가슴이 아파요'
영화 < 졸업 >의 두 주인공 벤자민과 로빈슨 부인은 이미 1961년, 영국에도 있었습니다.
6. Love you down - Ready For The World
제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음악 글을 썼지만 레디 포 더 월드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미시건 주에서 결성된 흑인 밴드 레디 포 더 월드는 'Oh Sheila'라는 곡으로 1985년에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고, 1987년에는 'Love you down'이라는 아름다운 발라드가 9위에 올라 가까스로 원히트원더를 벗어난 팀입니다. 1997년에는 아이노제이라는 흑인 여가수가 댄서블하게 리메이크해서 인기를 누렸던 'Love you down'은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젊은 남자의 집요한 구애곡입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당신이 나이가 많다고 하고, 당신의 지인들은 내가 어리다고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내용이죠. 이렇게 아름다운 6분 30초짜리 알앤비 발라드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7. Wrapped around your finger - Police
이 노래 내용은 어렵습니다. 파우스트도 알아야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배경지식도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 노래의 깊은 뜻을 잘 모르지만 '난 당신의 손에 조정될 거야. 당신은 내 손에 조정될 거야'라는 의미심장한 가사가 많은 걸 시사합니다. 'Every breath you take'가 수록되어 있는 명반 < Synchronicity >에서 네 번째 싱글로 발표되어 빌보드 싱글차트 8위를 기록했던 'Wrapped around your finger'는 인간관계에 대한 역사와 철학을 투영한 고급스런 곡인데요. 이렇게 진중하고 진지한 노래가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인기차트에서 탑 텐을 기록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8. Fat bottomed girls - Queen
1978년에 공개한 'Fat bottomed girls'는 엉덩이 큰 여성과 자고 싶은 수컷의 야수적 본성을 드러낸 아주 노골적인 곡이죠. 그에 맞춰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 역시 거칠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곡 전체를 리드합니다. 노래의 주인공은 어렸을 때 엉덩이가 큰 유모한테 나쁜 짓을 배웠다고 하는데요. 이 역사적인 사건 이후부터 엉덩이가 빵빵한 여성에 집착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 행실이 나쁜 문제의 여성, '엉덩이가 육덕진 보모'는 사실 많은 남성들의 일그러진 로망이라는 사실, 여성분들은 이해 못하시겠죠?
9. Mrs. Robinson - Simon & Garfunkel
1967년에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 졸업 >에 삽입되어 거대한 파괴력을 얻은 'Mrs. Robinson'은 사이먼 & 가펑클의 두 번째 넘버원입니다. 일레인(캐더린 로스)을 좋아하는 벤자민(더스틴 호프만), 그 벤자민을 단지 섹스 파트너로 이용하는 일레인의 어머니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1960년대를 투영한 걸작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 궁금했던 영화였습니다. 로빈슨 부인은 벤자민을 자기 방식대로 조종하고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노래 'Mrs. Robinson'에서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에게 연민의 마음과 동정의 눈길을 주며 인생을 그렇게 살지 말라고 충고하죠.
젊음은 머무르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스쳐 지나가는 것이 젊음이기 때문에 공평하지만 애틋하죠. 그러나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머리카락이 하얗게 물드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과 사귀면 '그래, 나는 아직 늙지 않았고 매력적이구나'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20,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엄청난 착각이죠. 어르신들이 하는 말, '인생은 물 흐르듯 사는 것'이라는 격언은 나이가 들수록 가슴에 와 닿는 명언입니다. 강물이 흘러서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우리가 나이 드는 것 역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