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의 다각화가 꽤나 큰 폭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과물은 결코 어색하지 않다. 과거 여러 슬로우 템포 넘버들의 히트 원동력이 됐던 훌륭한 보컬과 캐치하면서도 형태가 명확한 멜로디가 변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I'와 '스트레스'는 새로운 움직임과 익숙한 모습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기존의 컬러에 안전하게 올라탄 'U R'과 '먼저 말해줘'와 같은 발라드 트랙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상투성을 벗어던지는 작품 전반의 스타일링이 워낙 강렬한 탓이다. 그러나 아티스트 고유의 역량을 잘 드러냄과 동시에 음반에 균형을 가져다준다는 점에 있어서 이 트랙들 역시도 충분히 긍정할 만하다. 밋밋함이 주는 아쉬움은 그리 크지 않다.
근사한 청사진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어 < I >의 가치는 상당하다. 여기에는 뛰어난 보컬리스트로서의 재능도 들어있고 한껏 넓힌 활동 영역의 지형도도 담겨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채로운 컬러와 균형감 있는 스탠스를 함께 보여주고 있기에 작품은 본격적인 개시를 알리는 솔로 프로젝트에는 활력을, 아티스트의 짧지 않은 경력에는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유능한 보컬리스트들의 개인 프로젝트가 필수 요소로 다뤄지고 있는 아이돌 신에서 준수한 선행 사례로도 남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록곡-
1. I (feat. 버벌진트)

2. U R
3. 쌍둥이자리 (gemini)
4. 스트레스 (stress)

5. 먼저 말해줘 (farewell)
6. I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