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은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잉태된 귀엽고 발랄한 히트곡이다. 1993년 유비포티, 빅 마운틴, 에이스 오브 베이스에 의해서 레게로 다림질된 전 세계 대중음악의 판도는 대한민국에도 진한 영향을 미쳤다. '칵테일 사랑'은 김건모의 '핑계',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 룰라의 '100일째 만남',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과 함께 우리나라에 레게 붐을 주도한 히트곡이다.
'칵테일 사랑'은 인기곡이었지만 명곡은 아니다. 밀리 바닐리의 사기극처럼 뮤직비디오나 텔레비전에 나와서 노래를 부른 사람과 실제로 노래를 부른 사람이 달랐다. 이 노래의 녹음을 마친 신윤미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에 곡이 인기를 얻자 기획사에서 입만 벙긋하는 사람을 내세워 그들이 노래한 것처럼 흉내 낸 것이다. 결국 신윤미의 소송으로 이 사기극의 전말이 드러났고 이후에 마로니에가 발표한 여러 음반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과 후리지아를 널리 알리는데 공을 세운 '칵테일 사랑'은 젊은 여성들의 허영에 찬 낭만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레게 팝이다. 대중음악이 시대를 반영한다는 명제에 맞는 노래지만 '나는 아직 순수함을 느끼고 싶어'라는 가사와 달리 순수하지 않은 히트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