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럭
커트 코베인의 사망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린 1995년, 음악을 틀어주던 술집 드럭은 한국 펑크의 산실로 다가서게 된다. 숱한 밴드들의 연주 무대로 탈바꿈한 드럭은 다시 이듬해인 1996년 스플릿 음반 < 아워 네이션(Our Nation) > 시리즈를 제작함으로서 음반 제작 레이블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한다. 크라잉넛과 옐로우키친, 노브레인, 위퍼 등 여러 밴드들의 음악이 공연과 위 컴필레이션 연작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크라잉넛의 모든 정규 음반이 드럭을 통해 발매됐고 스카 펑크 밴드 레이지본의 데뷔 음반 < Lazy Diary > 는 이 레이블의 조력으로 가능했다. 상술한 < 아워 네이션 > 시리즈와 1999년 컴필레이션 음반 < 조선펑크 > 또한 드럭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하다. (이수호)
2. 강아지문화예술
강아지문화예술은 사업체라기보다는 하나의 공동체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박용준과 이한별, 이효찬, 그리고 삐삐롱스타킹의 고구마(권병준)가 출발선에 자리했던 이 레이블에는 H2O, 삐삐밴드 등에서 활동했던 박현준과 3호선 버터플라이의 성기완, 갱톨릭, 옐로우 키친, 아스트로 노이즈에 같은 여러 음악 친구들이 모여 상당한 교류를 가졌다. 각양각색의 스타일들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였던 만큼 강아지문화예술을 통해 등장한 음악들도 다양했다. 드럭의 < 아워 네이션 >과 재머스의 < Rock 닭의 울음소리 >와 함께 한국 인디 음악 컴필레이션 음반의 시발점에 서있는 이들의 옴니버스 앨범 < One Day Tours >가 레이블의 다양성 설계에 청사진을 제공했고, 머지않아 허클베리 핀의 < 18일의 수요일>, 마이 앤트 메리의 < My Aunt Mary >, 3호선 버터플라이의 < Self-Titled Obsession > 등 훗날 신의 중추가 되는 밴드들의 데뷔 앨범이 발매돼 레이블에 힘을 실었다. (이수호)
3. 석기시대레코드
석기시대레코드는 한국 인디 음악의 역사와 같은 나이를 지닌 몇 안 되는 레이블 중 하나다. 음반 제작 사업을 위해 본격적으로 신에 뛰어든 1996년서부터 언니네 이발관의 < 비둘기는 하늘의 쥐 >라는 명반을 내놓은 이들은 코스모스의 < Standard >와 < One And Only >, 줄리아하트의 < 당신은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챔피언스의 < Champions > 등의 각양의 모던 록 음반을 내보이며 2000년대 인디 음악의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2004년을 기점으로는 보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음악들을 제작하기 위해 자체 레코딩 스튜디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헤비한 블루스 록을 내뿜는 로다운30의 두 정규 음반 < Jaira >와 < 1 >이 석기시대레코드를 통해 발매됐으며 파워 팝을 구사하는 썬스트록, 재즈 기타리스트 이인규의 프로젝트 엔드리스 케이브 등이 소속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수호)
4. 루비살롱
인디 신 초창기부터 잔뼈가 굵었던 이규영 대표가 인천으로 낙향해 세운 레이블이다. 그는 '노 브레인'이 소속되어 있던 인디 레이블 '문화사기단'에서 '푸펑충'과 '글로벌 코포레이션' 등을 조직했고, '락 타이거스'의 창단 멤버기도 하다. 여러 현실적 압박으로 음악활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2005년 원맨밴드 '더 하이라이츠'를 만들면서 레이블도 함께 만들었다. 루비살롱의 조건은 음악 스타일이나 장르가 아니라 '공연 실력'이다. 이규영 대표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 있는 것이 공연이다. 좋은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라며 루비살롱의 정체성을 밝힌다. 그래서 현재 피터팬 컴플렉스, 김반장과 윈디시티, 이장혁, 써드스톤 등 어디하나 공집합은 없지만 '실력'이라는 뚜렷한 교집합을 가진 뮤지션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반야)
5. 문화사기단
짧지만 강렬하게, 문화사기단은 정통 펑크의 행보를 선보였던 레이블이었다. 1998년, 노브레인을 중심으로 지랄탄99, 푸펑충, 배다른 형제 등 여러 밴드들이 구성했던 이 단체는 합동 프로젝트와 음반 발매, 공연 등을 통해 펑크 록의 흔적을 곳곳에 뿌렸을 뿐 아니라 반항적인 태도를 발산하며 이목을 끌었다. 6년만의 복귀를 선언한 서태지를 표적에 두고 총알을 마구 쏴댔던 '안티 서태지 운동'이 문화사기단을 중심으로 끌어낸 대표적인 행보였다. 인디 신 음악지형의 변동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던 이들은 2002년에 운영을 중지함으로서 뜨거웠던 4년간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청춘98'과 < 怒 (청년폭도맹진가) >,
6. 마스터플랜
마스터플랜은 1993년 음악 감상 동호회의 형태로 그 시작을 열었다. 1997년 신촌에서 클럽 마스터플랜을 개장하며 당시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 메카가 된다. 음악을 하고 있음에도 공연할 장소가 없던 음지의 래퍼들이 클럽 마스터플랜에 운집했고 2001년 폐장할 때까지 가리온, 주석, 다크루 등의 1세대 힙합 뮤지션을 양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클럽 마스터플랜이 문을 닫은 뒤 마스터플랜은 정식 레이블로 출범하여 힙합 및 인디 록 그룹의 음악까지도 장르 외연을 넓힌다. 지금까지도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개최에 지속적으로 일조하는 등 인디 음악 중심의 사업을 지속하는 중이다. (이기선)
7. 붕가붕가레코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유명해지면서 이들의 음반사로 인지도를 높였다. 무기력한 일상과 그것에서 오는 찌질함을 담아낸 '싸구려커피'는 대성공했고, 이후 TV와 인터넷을 통해 인디음악이 활발히 소개되었다. 장기하가 떠난 후에도 붕가붕가는 '딴따라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직접 CD를 굽는 수공업제작을 유지하고, 이들과 함께 '술탄오브디스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눈뜨고코베인' 등이 레이블의 독특한 개성을 이어간다. 공연 포스터를 통해 자주 볼 수 있는 젊고 자유로운 글자체도 붕가붕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정유나)
8. 해피로봇
행복한 음악을 전하는 해피로봇 레코드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등 페스티벌과 공연들을 기획하는 민트페이퍼와 함께 마스터 플랜 뮤직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레이블이다. 2003년, 북유럽의 팝이나 일본 시부야계의 라이센스 앨범들을 발매하는 부서로 시작하여, 2006년 이지형의 1집 < Radio Dayz >의 홍보를 시작으로 레이블로써 정식 출범했다. 현재까지 노리플라이, 솔루션스, 데이브레이크, 이지형. 칵스, 쏜애플 등 여러 개성있는 뮤지션들을 기획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렵 등 여러 나라에서의 공연을 기획하며 한국 인디음악의 약진에 초석을 다졌다. (이택용)
9. 파스텔뮤직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감성적인 인디 음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편으로는 에피톤 프로젝트, 센티메탈 시너리, 캐스커 등을 통해 일렉트로닉의 영역에 집중하며 소리의 파노라마를 펼쳐나가고 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하와이안 커플'이 광고, BGM으로 퍼져나가면서 파스텔 뮤직 역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했다. 요조와 타루, 현재는 루시아와 한희정으로, 여기에서 배출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홍대여신'이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홍대에 아기자기한 라이프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도 이쯤부터다. 파스텔뮤직의 소소한 노랫말과 어쿠스틱한 편곡은 이제 인디 신을 넘어 아이돌 음반, 드라마 OST로 번져가고 있다. (정유나)
10. 비트볼
비트볼 뮤직은 음악마니아 이봉수 대표가 2002년 '세계에서 가장 끝내주는 음향(The grooviest sound in the world)'을 표방하며 설립해 유수의 뮤지션들과 '관계의 역사'를 맺어온 인디 레이블이다. 뮤지션 발굴 및 공연기획과 해외 음반 라이선스, 숨겨진 명반들의 재발매로 키치적인 비트족 풍 음악의 대중화를 꾀한다. '눈뜨고코베인', '몽구스', '라이너스의 담요' 같은 실험적 뮤지션들을 발굴했고 '3호선 버터플라이', '서울전자음악단' 등이 몸담았으며 현재는 뉴잭스윙 아티스트 기린이 여기 소속이다. 2012년 중독적인 음악의 고향이 된 역사 10년을 < 사랑과 전쟁 : 비트볼 애증의 10년사 >라는 제목의 아카이브로 엮어내 호평을 받았다.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소를 만들어내는 레이블다운 레이블. (이기찬)
11. 미러볼
2007년 7월 1일에 설립된 미러볼 뮤직은 '대중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인디 음악을 유통하고 있으며, 현재 20,000여 곡을 관리하고 있는 국내 최대 인디음악 배급사다. '붕가붕가레코드', '스튜디오 브로콜리' 등 1,700여 권리사와 계약을 맺고 이들의 음악을 온/오프라인으로 배급, 관리하며 유투브, 아이튠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의 인디음악을 세계에 알리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또, 인디 음악의 흐름을 보여주는 'K-Indie 차트'를 독자적으로 발행하고 자체적으로 공연을 기획하는 등 인디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