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묵직한 상징성을 예약하고 있었다. 펑크와 이모코어의 요소를 다분히 내재한 이들의 음악은 제이팝에 대한 해외 대중들의 경계심을 조금씩 누그러뜨렸고, 내수 중심의 일본 시장에서 간만의 세계적 스타 탄생이 목전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다. 신보 발매까지의 순간순간은 그 자체로 일본 록의 새로운 역사처럼 다루어졌다. 20회가 넘는 공연을 완수한 월드 투어와 슬립낫 주최의 < KNOTFEST > 참전 등. 국경을 뛰어넘은 활동으로 이들은 경험을 얻었고 확신을 가져갔다. 거대한 기대감이 갑작스레 나온 것이 아니란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보컬 타카를 비롯한 팀의 의지는 확고했고 또한 강경했다. 내수타협의 불가피함으로부터 비롯된 피로감, 일본에서의 히트를 뛰어넘는 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 해외진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그 방법을 다르게 가져갔다. 계약에 따라 정해진 작업 프로세스를 거치는 대신, 아무것도 결정되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으로 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겹쳐내 신보를 완성시켰다. 앞서 언급했던 이유들로 이 과정의 일거수일투족이 고향으로 조달되었다. 현지에서의 레코딩과 아이튠즈를 통한 전세계 발매. 안 그래도 서양권의 러브콜을 받아왔던 이들은 그렇게 이 앨범으로 일본에 집중되어 있는 무게중심을 거의 비등하게 나누는가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좋은 완성도이지만, 뭔가 자신들의 색깔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탓이다. 무엇보다 첫 감상에서 그러한 면이 도드라진다. 4집과 5집에서 보여주었던 강성의 톤을 6집에서 의도적으로 낮추었고, 이번 작품에 오며 그것을 정착시킴과 함께 미국 팝록이 가진 스탠다드에 그 톤을 맞추고자 했다. 미국에서의 녹음에 상당부분을 관여한, 5 세컨즈 오브 섬머(5 Seconds of Summer)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던 존 펠드먼(John Feldmann)과의 작업은 아무래도 득실 종합 제로에 수렴하는 듯한 결과를 보인다. 팀의 색깔을 구체화시켜 경쟁력을 창출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타협으로 이끌며 무난한 결과물을 도출해 낸듯한 인상이 그 이유다.
그래도 청취가 거듭될수록 수작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들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멜로디의 지향점이 다양해졌다. 낙차가 크고 기승전결의 강박이 심한 동양적 정서에서 벗어나, 좀 더 세련된 흐름의 선율을 꺼내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본토에서도 반응을 기대해 볼만한 호소력 짙은 보컬의 슬로우 넘버 'Heartache'는 변화된 환경에서 취할 수 있는 이점을 고스란히 흡수한 명곡이다. 그런가 하면 'Deeper deeper'에서 보여주었던 발군의 리듬감을 더욱 발전시킨 'Mighty long fall'은 지금껏 쌓아온 자신감이 표출하는 강력한 포효라고도 할만하다. 여기에 기존의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쾌한 분위기를 선보이는 'Paper plane'은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 슬리핑 위드 사이렌스(Sleeping with Sirens)의 보컬 켈린 퀸(Kellin Quinn)의 도움을 받아 해외출장의 성과를 다시금 내비치고 있다. 다만 타 곡들에서 '完全感覚Dreamer(완전감각 드리머)'나 'Deeper deeper'와 같은 순간적인 집중력을 뛰어넘는 트랙이 없다는 사실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현지에서의 극찬과 달리, '명작'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일본의 록 매거진 < Rockin' On >의 편집장 야마자키 요이치로(山崎 洋一郎)는 '이 앨범이 1위를 하는 나라라면, 일본의 록 신은 좋다고 생각해(このアルバムを1位にする国なら、日本のロック・シーンは大丈夫だと思う。)'라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작품이 1위를 하는 것에 만족을 하고 이것이 원 오크 록의 최고점이라 못 박는다면, 일본 록 신의 발전은 거기서 종언을 고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면서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해외 녹음으로 진행된 본 작품은 일본 록의 새 역사로 다가가는 한걸음임과 동시에, 그 다음 한걸음에 대한 고민을 동반한다. 그야말로 과도기인 셈이다. 이 변곡점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예전의 매력을 온전히 되찾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그들 자신이 발견할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결과물과 성적이 말해주기 전까지, 축포를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 수록곡 -
1. 3xxxv5
2. Take me to the top
3. Cry out
4. Suddenly
5. Mighty long fall

6. Heartache

7. Memories
8. Decision
9. Paper planes

10. Good goodbye
11. One by one
12. Stuck in the middle
13. Fight the nigh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