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발매된 아홉 번째 정규 앨범 < Young Americans >는 플레이 버튼을 누른 수많은 이들에게 당황스러울 정도의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부드러운 필리 소울의 고향 필라델피아에서 흑인음악에 심취한 보위는 당대 최고의 세션 멤버들과 함께 블루 아이드 소울 싱어의 작품을 구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 The Man Who Sold The World > 이후 연이 없었던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와 재결합했고, 최고의 세션 베이시스트라 평가받는 윌리 윅스(Willie Weeks)와 전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드러머 앤디 뉴마크(Andy Newmark)까지 합류했다. 심지어는 대단한 비틀스까지.
비록 그 자신은 '플라스틱 소울'이라 명명하며 겸손했지만, 그 결과물은 여느 백인 아티스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에 있었다. 그루브 넘치는 드럼과 퍼커션 리듬 위에서 색소폰이 하늘하늘 춤을 추고 가스펠적 코러스가 터져 나오는 톱 트랙 'Young americans'부터 의심스러운 눈빛은 녹아내린다. 유명 재즈 색소폰 주자 데이비드 샌본(Daivd Sanborn)과 < Aladdin Sane >부터 함께한 건반주자 마이크 가슨의 대단한 투톱 연주에 보위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상궁합이다.
1970년대 중반을 휘어잡던 디스코와 펑크 리듬도 빼놓을 수 없다. 'Fascination'은 훗날 세계적 R&B 스타로 거듭나는 루더 반데로스와 함께 펑키한 기타 리프로 매혹스러운 리듬을 빚는다. 제임스 브라운의 유산으로 만들어낸 후렴구의 'Right'과 1950년대 두웁 밴드 더 플레어스(The Flairs)의 기타리프를 빌려 보위의 첫 미국 차트 1위 곡이 된 'Fame' 등, 텐션을 조절하며 원류의 느낌을 살리고 감칠맛을 더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매니저로 더욱 명성을 얻은 평론가 존 랜도(John Landau)는 이 앨범에 '소울에 빠진 영국 팝, 결론은 배척 대신 융합'이라는 평을 내렸다. 비록 작품은 데이비드 보위의 커리어 중 특정 장르의 느낌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지만,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의 소울과 R&B에 깊은 멜로디를 버무리며 확고한 이름을 새긴다. 부드러운 팝 발라드 'Win'과 가스펠의 느낌이 더욱 도드라지는 'Somebody up there likes me', 산들산들 한 기타 리프와 스트링 사운드가 감미로운 'Can you hear me' 등에서 앨범 커버의 중후한 신사 보위를 느낄 수 있다.
'Young americans' 후반부 'I read a news today, oh boy' 한 줄로 예고된 존 레논의 참여는 장르적 변화에 색다른 스타의 손길을 더했다. 오노 요코와의 별거 기간이었던 '잃어버린 주간' 시절, 엘튼 존과 믹 재거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교류하던 존 레논은 'Across the universe' 리메이크와 'Fame'에 공동 작곡, 백보컬로 참여하며 데이비드 보위에게도 비틀즈의 은총을 내렸다. 글램 록의 화려함에 다소 저평가 받던 보위의 음악에 '립스틱을 칠했을 뿐인 로큰롤'이라는 정확한 분석을 제공한 것은 덤.
과감한 변신이었음에도 < Young Americans >는 영국 앨범 차트 2위,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9위에 올랐으며 다채로운 요소들을 통해 든든한 음악적 가교를 놓았다. 순조롭게 신무기를 장착하고 난 보위는 이제 더 큰 세계로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술과 코카인, 헤로인의 백색 가루에 취한 두 번째 페르소나,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의 등장이다.
- 수록곡 -
1. Young americans

2. Win
3. Fascination

4. Right

5. Somebody up there likes me
6. Across the universe

7. Can you hear me
8. Fa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