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벅머리 포크 청년의 모습에서 기괴한 번개무늬를 단 외계인으로 돌아온 < Aladdin Sane >은 짧은 제작 기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걸작이었다. 이른바 '미국에 간 지기(Ziggy Goes To America)'는 투어 동안 스펀지처럼 신대륙의 음악 요소를 흡수했고, 이를 앨범에 깊이 녹여냈다. 때문에 환희에 가득한 가스펠적 합창도 있고, 피아노가 주도하는 소울과 재즈, 블루스의 형태도 목격된다. 근간에도 소홀하지 않아서 초기부터 간직해온 포크의 정서와 < The Man Who Sold The World >의 헤비함도 버무려냈다. < Hunky Dory >이 새콤달콤한 종합 사탕 세트라면, < Aladdin Sane >은 보다 진한 맛의 초콜릿 세트랄까.
'Watch that man'에서부터 시작되는 기타리스트 믹 론슨의 거침없는 기타 플레이가 맨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경쾌한 리프 연주에서부터 헤비한 드라이빙을 선사하는 'Panic in Detroit', 흥겨운 블루스 스타일 리프에 기타 솔로를 작렬하는 'Jean genie', 'Cracked actor' 등 데이비드 보위 밴드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주력을 과감히 발현한다. < The Man Who Sold The World >부터 전작의 'Hang on to yourself', 'Suffragette city' 등을 통해 드러난 데이비드 보위의 하드 록 트랙들은 1970년대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등의 결과물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전통 지기 스타더스트의 산물이다.
기본 색채에 안도했다면 발전과 더불어 신기술을 도입한 보위의 재능에 또 한 번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현악 오케스트라와 작별을 고하고 피아노와 기타를 전면으로 내세운 새로운 데이비드 보위는 거듭되는 융합을 통해 혁신을 창조해낸다. 로큰롤 리듬을 빌려 가스펠적 합창을 더 한 롤링 스톤즈 풍의 'Watch that man'은 사실상 큰 변화의 시작인 셈이다 (실제로 롤링 스톤즈의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를 커버한 앨범이다.). 재즈 스타일의 피아노 연주가 빛나는 'Aladdin sane', 두웁 스타일의 그루브를 삽입한 'Prettiest star' 등 새 옷도 이렇게 멋지게 잘 입을 수가 없다. 특히 건반 주자 마이크 가슨(Mike Garson)의 아방가르드적 피아노 독주가 빛을 발하는 마지막 'Lady grinning soul'은 단연 압권이다.
수많은 찬사에도 그러나 'Time'을 빼놓는다면 앨범 전체를 놓친 셈이나 마찬가지다. 5분에 달하는 성대한 괴짜 뮤지컬인 이 곡은 보위의 극적인 보컬과 긴장감 넘치는 피아노 선율, 혼란스러운 기타 연주가 마구 섞이며 감정을 마구 헤집어놓는다. 지기 스타더스트 페르소나의 완벽한 표현이며, 혼돈과 질서, 유명세와 과시욕을 제대로 녹여낸 'Time'은 'Space oddity', 'Life on mars?'를 잇는 완벽한 초기 데이비드 보위의 명곡이다.
비록 전작만큼 명확한 캐릭터 형성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자극은 아니었지만, 신속한 후속작으로 보위는 UK 앨범 차트 1위, 빌보드 앨범 차트 17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슈퍼스타의 지위를 입증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계도 작품을 극찬했다. 그토록 그가 갈망했던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기괴한 중성 주의 번개 외계인의 자신에게 넘치도록 전해졌다. 무대 위의 지기 스타더스트가 더욱 미쳐 날뛸수록 그 애정은 배가 되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을 거대한 인기의 행렬 속에서 새로운 슈퍼스타를 받들던 1973년 4월, 그리고 3개월 후에 지기 스타더스트는 영영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누구의 소행도 아니었다. 데이비드 보위가 직접 그 손으로 절친한 친구 외계인을 죽인 것이다.
- 수록곡 -
1. Watch that man

2. Aladdin sane

3. Drive in Saturday
4. Panic in Detroit

5. Cracked actor
6. Time

7. Prettiest star
8.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
9. Jean genie

10. Lady grinning so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