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데뷔 5주년, 발에 땀나게 달려왔으니 젖은 셔츠가 마를 줄을 모른다. 레이 찰스(Ray Charles), 지미 할리데이(Jimmy Holiday), 샘 앤 데이브(Sam&Dave)와 같은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커버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금 상기시켰던 전작 < Going Back Home >(2014)에 이어, 9개월 만에 선보인 오리지널 작품은 결성 10주년을 자축으로 마무리 하는 레트로 만찬이다. 그간 쌓아왔던 경험치가 무색하지 않게 지루할 새 없는 탄탄한 연주력과 가창으로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흐뭇하다.
척 베리(Chuck Berry),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소닉스(The Sonics)의 원류 로큰롤, 개러지부터 비틀즈(The Beatles),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로 대표되는 머시 비트와 서프 뮤직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음악은 언제나 1950~60년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당시의 어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멤버들의 연주,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과 하이 스탠다드(Hi-STANDARD)의 난바 아키히로(難波 章浩)를 섞어 놓은 듯한 걸걸하면서도 멜로딕한 가창이 인상적인 베이스 겸 보컬 로이(ROY)의 조합은 록신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유니크한 밴드의 탄생을 알렸다. 여기에 스튜디오를 벗어나 무대에서 보여주는 이들만의 광폭한 에너지는 작년 내한공연을 통해 이미 많은 국내 팬들에게 전달된 바 있다.
키보드를 얹거나 슬로우 템포의 곡을 중심으로 가져가며 변화를 꾀했던 것이 < 1-2-3 >(2013)였다면, 이번엔 좀 더 기본에 충실했다. 기타 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대신, 좀 더 스피디하고 강렬한 사운드 운용을 통해 듣는 이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느슨한 곳은 조이고 틈이 벌어져 있는 곳은 좁힘으로서 빽빽한 밀도의 '보디즈 표 음악'을 표현하려한 의도가 역력하다. 'Lemonade', 'She la la'와 같은 여백을 기대한 이라면, 이번만큼은 가속도가 올라간 그들의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꽉 붙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훅이 확실해지고 멜로디가 선명해진 것이 반갑다. 앨범의 첫 트랙 'No way'는 이 점을 확실히 반영하며 리드 트랙으로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역할 수행을 보여주는 곡이다. 'No way'의 반복으로 단숨에 듣는 이를 끌어들여 여행에 동참하게 만드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이어 코러스와 오르간으로 가스펠의 향을 한 방울 가미한 'Nice and slow', 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떼창 유도송 'Hold on' 등 가만히 있고는 못 배기는 로큰롤 송들이 이어진다. 후렴구에서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리듬파트, 빈티지한 질감의 기타리프 역시 선조들의 유산에 자신들의 것을 확실히 새겨내는 오리지널리티로 가득하다.
반면 잠시 로이 대신 기타를 맡고 있는 택스맨(TAXMAN)이 마이크를 든 'Lover Boy'는 익숙하면서도 이채롭다. 보컬의 리버브와 코러스의 활용으로 서프 뮤직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며, 덕분에 어느 때보다도 밝고 활기찬 면모를 선사한다. 버즈(The Byrds)의 'Mr. Tambourine man'이 연상되는 인트로를 비롯한 포크 사운드에 댄스 비트의 드럼을 얹어 완성시킨 'The seven seas'를 지나면, 마지막이자 하이라이트인 'Twistin' Annie'에 도달한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몰아치는 드럼의 셔플리듬과 노이즈가 가득한 디스토션으로 마구 울부짖는 트윈 기타의 솔로가 '21세기의 로큰롤 재림'을 완벽히 공언하며 작품을 마무리한다. 후련하면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엔딩이다.
이러한 독자적인 스타일의 밴드가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무래도 단순한 '재현'에서 나아가 확실한 대중적인 포인트를 만드는 데 특출한 일본 밴드들의 특성 덕분일 것이다. 하는 사람의 만족에서 벗어나 절대 다수의 대중을 이끌 수 있는 매력을 이끌어 냈기에, 굳이 예전 로큰롤의 향수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보디즈의 음악들인 것이다. 여기에 이들은 이 결과물을 통해 과거에 비해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피력하며 10년이란 숫자가 '그렇게나 오래'가 아닌 '이제 겨우'라는 의미임을 당차게 주장한다. 일본 록 신이라는 텃밭에서 시대를 착각해 태어난 이 모드(Mod) 족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 로큰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 Boys! >는, 그것이 유효함을 증명하고 있는 밴드의 최고작이다.
- 수록곡 -
1. No way

2. What you gonna do
3. Nice and slow
4. Cherry Mash
5. Hold on

6. Lover boy

7. Kicks

8. Anything you want
9. Come on
10. The seven seas
11. Record player
12. Twistin' a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