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정기고 - 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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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 하나만으로도 참 많은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소유는 단번에 시스타의 중심멤버로 올라섰으며, 중고 신인인 정기고는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광고까지 찍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소속사인 스타십 엔터테인먼트는 이 곡의 히트를 발판삼아 2014년 내내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가동시켰으며, 이는 바로 가요계 전체로 확산되어 너도나도 손을 잡고 기획성 음반을 쏟아냈다. 여기에 '썸'이라는 단어가 세대를 불문하고 퍼지며 '썸남', '썸녀'라는 말이 일반화 된 것을 보면, 그 파급력으로 미루어 봤을 때 이 이상의 곡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본인들은 살짝 '썸'만 타려고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일말의 여지에 대중들은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그만큼 대단한 매력의 곡이었다.
2014/12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신해철 - A.D.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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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의 휘장을 걷고 나니 그가 드리운 농담이, 그를 지탱해주었을 고집이 광기와 더불어 빛을 쏟아낸다. 오래 전이긴 해도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신해철이다. 1000개가 넘는 트랙으로 잘게 쪼개진 이 아찔한 곡에 그는 호기롭게도 '원맨 아카펠라'라는 소박한 이름을 붙였다.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폭넓은 음역대와 음색은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겠다. 놀라운 전개의 바탕에는 겹치는 목소리를 제각각으로 살려낸 신해철 본인만의 녹음기술이 있다. 하나의 노래를 위해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뿌리박힌 땅과 가지가 뻗는 하늘까지 본다. 독한 연습과 시험이 '새로운 시도'로 마침표를 찍기까지 얼마만큼 참아야 했을까. 감히 상상해본다면, 이런 대답을 돌려줬을 것 같다. '예술가의 작업은 그런 것이다. 당신들은 즐겨라.'
2014/12 조아름 (curtzzo@naver.com)
아이유 - 너의 의미 (Feat. 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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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이 노래로 아이유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우리는 산울림의 원곡을 찾아 들었다. 리메이크 한 곡이 과거와 현재 시제를 연결했다. 아이유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2014년 판 '너의 의미'는 더 부드럽고 귀엽다. 제 나름의 해석력과 표현이 생기면서 이제는 어떤 곡을 불러도 그의 것이 된다. 까마득한 선배 가수들이 피처링 상대로 손길을 내미는 이유다. 영특한 아가씨는 올해도 바쁘게 대중의 기대감을 충족하며 한 뼘 더 자랐음을 증명한다. 이제는 그야말로 높은 연령에게 자신의 음악을 설득하고 지금의 소비층에게는 대중가요의 궤적을 전해주는, 한 시대의 소중한 꽃갈피가 되었다.
2014/12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악동뮤지션 -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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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은 여러모로 기대되는 새싹이었다. 메이저 기획사들이 들으려 하지 않던 음악의 또 다른 사례였으며 데뷔부터 대중의 주목이 양 어깨를 짓누르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들의 데뷔 싱글'200%'는 YG라는 대형 기획의 노하우는 닿았으되 그들의 욕심까지 손을 뻗치지는 않았던 안도의 순간이었다. 아이돌이라는 포맷의 강박을 모두 놓지는 않았다만 많은 부분 악동뮤지션 본래의 재기를 살려 놓는다. 운율을 맞춰가며 흥을 돋우는 후렴구에서 이미 곡을 다 듣지 않아도 이들에게 판정승을 내릴 수 있다. 밝았던 이들의 올 한 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던 첫 필적.
2014/12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이선희 - 그 중에 그대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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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뒤숭숭했던 상황 때문에 이선희의 신보는 기대와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우울 혹은 연민으로 잠식하던 때 그래도 홀로 그의 어깨를 세워준 곡은 아마 '그 중에 그대를 만나'가 아니었을까. 이선희 특유의 감정을 들썩이는 호소력이 살아있으면서도 과거의 가창과 클리셰를 고집하지 않는 영리함 속에서 우리는 전설의 기억을 다시 소환한다. 살아있다. 여전히 강한 아우라와 같이 그는 생동한다. 이런 생명력을 바탕으로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2014년의 얼룩진 우리와 이선희 스스로를 동시에 위로했다.
2014/12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일리네어 레코즈 - 연결고리 (Feat. MC M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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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흥이 담긴 플로우에 힙합 팬들은 중독됐다. 이 정도를 예상했지만, 도끼, 더 콰이엇이 < 쇼미더머니 3 >에 나가면서 스케일은 달라졌다. 매우 힙합이었던 노래가 어느새 대중에게 전파됐고, 음악과 함께 '연결고리'라는 단어, 2음절 끊어 말하기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그들과 팀이었던 YG 연습생, 바비도 한몫했다. 승리했다. 경연에서도, 2014년에서도. 엠씨 메타는 알았을까 그의 단어가 앤섬(anthem)이 되어 홍콩에서 불리게 될 줄.
2014/12 전민석 (lego93@naver.com)
자이언티 - 양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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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를 머금은 듯한 사운드 질감과 분위기을 끌어올리는 스트링을 시작으로, 추억 언저리를 건드는 가족에 대한 단상,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는 훅, 마지막 순간까지 담담함을 유지하는 자이언티의 목소리가 차례대로 감정을 자극한다. 클라이맥스를 삽입해 호소력까지 높인 진행 구조 또한 상당히 효과적이다. 노래와 가사, 편곡 그 어느 하나 떨어지지 않는 견고한 외관에 가슴까지 성공적으로 반응하게 하니 싱글의 어느 지점에서 흠을 잡아야할까.
2014/12 이수호(howard19@naver.com)
god - 미운오리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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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재결합에 어울리는 따뜻한 노래다. 지오디는 그 어떤 팀보다 좋은 곡으로 기억되는 그룹이다. 특정 세대에 구애받지 않고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냈고, 국민 그룹으로서 넓은 층의 기억 속에 자리한다는 것도 성공을 가져왔다. 컴백의 시작점, '미운오리새끼'는 대중이 이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유를 담는다. 지난 7장의 앨범에서 꾸준히 들어왔던 익숙한 곡임에도 서랍 속 잠들어 있던 존재가 다시 나타난 순간의 반가움이 더 컸다. 옛 기분을 느끼면서 함께 '옛날 사람'이 되어감에도 나쁘지 않은 오묘한 기분, 그렇게 지오디는 정체성과 존재감을 상기하며 천천히 끌어당겼다.
2014/12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태양 - 눈, 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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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에픽하이 인터뷰에서 타블로는 '눈, 코, 입'을 두고 'YG 색이라는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어버린 노래'라는 평을 내렸다. 다채로운 재능을 잠시 절제한 슬로우 R&B를 통해 태양은 '나만 바라봐'이후 가장 인상적인 시그니쳐 싱글을 뽑아냈다. 단순한 구조의 흔한 멜로디임에도 흡인력이 뛰어났다. 수많은 대중은 물론 악동뮤지션, 타블로 등 YG 패밀리, 무한도전의 유재석, 심지어 윤후까지도(?!) 빠져들었던 애절한 멜로디. 새로운 '국민 애창곡'의 탄생이었다.
2014/12 김도헌(zener1218@gmail.com)
핫펠트 - Ain't No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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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으로 나타난 그는 '원더걸스'의 화려한 화장을 지우고 반짝이는 의상을 벗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강렬한 눈빛으로 대중을 응시한다. 사랑받거나 예뻐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을 세상에 내세운다. 어둡고 낯설어 보이지만 덥스텝과 트랩의 능숙한 사용, 진지한 가창은 높은 집중력을 만들어낸다. 올해 JYP 최고의 성과물이자 그 누구보다 강렬한 솔로 데뷔였다.
2014/12 김반야 (10_b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