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요소들로부터 음반의 장단이 발생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보자. 오케스트라 편곡은 나쁘지 않다. 다만 특유의 웅장한 소리가 짙은 잔상을 만든다. 한 가지 요소에 큰 이미지가 할애되는 형상이랄까. 그 개체수도 많다. 'Say hello to Chicago'와 'I want to drive my car' 등 두어 트랙에 지나지 않는 스윙, 블루스 사운드를 제외한 대다수의 포크 넘버들에 스트링 사운드가 서려있다. 앨범이라는 큰 그림에서는 다른 구성들에 좀처럼 빛이 잘 안 든다. 한편, 반대의 시각에서 트랙 중심의 세세한 단위로 진입해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강한 인상은 편곡이 획득하나 곡의 중심은 역시 멜로디가 가져간다. 'Plastic flowers'와 'Glimmer'에서의 부드러운 선율, 더욱 간편하게 다가선 'Tumbleweed'에서의 아기자기한 사운드, 팝적으로 풀어가는 'All those dream's'에서의 진행은 작품의 골자에 괜찮은 송라이팅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동시에 기타, 피아노, 우쿨렐레로 뽑아낸 어쿠스틱 사운드와도 좋은 호흡을 보인다. 트랙들에는 오케스트라의 무게감과 포크, 컨트리에서의 생동감이 모두 살아있다. 적당한 균형점이 적용된 셈이다.
이렇듯 음반은 여러 특징들이 분산된 형태를 갖는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멋을 더함과 동시에 음반의 색을 한정시키며, 닐 영의 멜로디는 개개의 곡으로 시선을 집중해야 모습을 비춘다. 세세한 어쿠스틱 사운드 또한 커다란 현악 편곡을 어느 정도 걷어내야 그 색감을 잡아낼 수 있다. 게다가 밴드 편성으로 꾸린 몇몇 곡의 출현은 어딘가 생뚱맞기까지 하다. 앨범 자체에는 큰 구심점이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마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트랙은 정말 뛰어나다. 훌륭한 멜로디를 가진 'Plastic flowers'와 'All those dreams', 편곡에서 흡입력을 높인 'Who's gonna stand up?', 빅 밴드의 컬러를 살린 'I want to drive my car'와 같은 트랙들은 작품을 쉬이 놓길 허락하지 않는다. 편하게 듣기에는 더 없이 좋은 음반이다. 큼지막한 사운드 메이킹의 출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닐 영의 터치에 닿아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수긍에도 그리 무리는 따르진 않는다.
-수록곡-
1. Plastic flowers (orchestral)

2. Who's gonna stand up? (orchestral)

3. I want to drive my car (band)

4. Glimmer (orchestral)
5. Say hello to Chicago (big band)
6. Tumbleweed (orchestral)
7. Like you used to do (band)
8. I'm glad I found you (orchestral)
9. When I watch you sleeping (orchestral)
10. All those dreams (orchestral)
